두 살 터울인 카지노 쿠폰는 어릴 때부터 뭐든지 잘했다. 학업우수생인건 말할 것도 없고 교내 반공포스터 그리기 대회에서 언제나 잘 그린 그림으로 전시되었으며 육상부 달리기 선수이기도 했다. 악바리 근성이 있는 카지노 쿠폰에게 잘 어울리는 종목이랄까. 글을 잘 쓰는 건 글짓기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간다는 걸로 짐작해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초등학생이던 1980년대 글짓기 대회는 정해진 현장에 학교 대표 학생들이 모여 주제를 전달받고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냄으로 실력을 겨루는 방식이었다.
물론 글짓기 대회에 자주 불려나갔다는 정도만 알 뿐 카지노 쿠폰 글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었다. 현장에서 글을 제출하고 수상하면 그걸로 끝이었기 때문이다. 미주알고주알 이야기하지 않는 카지노 쿠폰 성격에 그날 글짓기 대회 주제가 무엇이였으며 카지노 쿠폰가 쓴 글은 어떤 내용이었고, 어떤 상을 받았는지 들려주지 않는다. 물론 친구들과 밖에서 노는게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과였던 나도 카지노 쿠폰 수상은 관심 밖이었다.
카지노 쿠폰 글을 본 건 아주 우연이었다. 내가 4학년, 카지노 쿠폰가 6학년이었던걸로 기억하는데 카지노 쿠폰가 학교 대표로 나간 어느 글짓기 대회에서 수상작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준 것을 내가 본 것이다. 그게 어떤 책인지도 모르고 집어들었다가 재미있어보여 읽기 시작했는데 우리 학교 이름과 카지노 쿠폰 이름을 보고서야 감을 잡았다. 장한 우리 카지노 쿠폰가 또 상을 받았다는 것을.
내용은 이랬다. 성실하기 이를 데 없는 아버지는 우리가 사는 빌라 울타리가 망가지자 손수 고치셨는데 아무도 고쳐달라는 요구를 아버지께 하지 않았음에도 순전히 자의로 하신 것이며 이렇게 빌라 주민을 위해 애쓰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받아야겠다는 것. 아마도 주제가 공익이었던 모양이다.
카지노 쿠폰 글솜씨는 당연 훌륭했지만 충격을 받은 이유는 다른데 있었다. 아버지의 그 모습을 똑같이 보았음에도 나는 아무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는 것. 똑똑하고 야무진 카지노 쿠폰에 비해 내가 늘 모자란 이유가 이런 차이 때문일까 싶었다. 그러나 그런 자기 반성도 잠시, 나는 곧 친구들과 노는 일에 다시 열중했고 남은 시간마저 똑똑한 맏딸과 그렇지 못한 동생으로 살았지만 그 사건은 작은 기억으로 지금까지 남아있다.
작년부턴가 내 삶의 목표는 글쓰기 강사가 되는 것이노라 여기저기 떠벌리다 카지노 쿠폰에게도 글쓰기를 다시 해보자고 은근히 권하기 시작했다. 카지노 쿠폰가 가진 글쓰기 재능이 아까웠고 어떻게든 그 재능에 숨을 불어넣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주관이 확실한 카지노 쿠폰는 머리 아픈 건 질색이라며 번번이 거절하였다. 글쓰기 세계로 카지노 쿠폰를 끌어들일 방법을 궁리하다 떠올린 공모전. 마침 내가 사는 지역에서 전국민 응모 가능한 공모전이 열렸는데 1등 상금이 무려 백만원이나 되었다. 카지노 쿠폰에게 상금 액수를 알려주며 함께 도전해보자 하니 솔깃한 반응이다. 그러더니 그날 밤 초고 완성을 알려왔다. 글쓰기 강사를 꿈꾼다는 나는 시작도 못하고 있는 마당에 하루 만에 글을 쓰다니. 역시 카지노 쿠폰는 카지노 쿠폰였다.
그 후 한달 쯤 지나 공모전 수상자 명단이 올라왔다. 두근두근.
내 수상을 기대하진 않았다. 나는 내 글쓰기 실력을 알기에 응모하는데 의의를 두었을 뿐이고 카지노 쿠폰가 금상이나 은상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은근 바랐는데 장려상에 그쳤다. 아니, 장려상이 어딘가. 이십 년만에 다시 쓰자마자 수상을 하였는데!
시상식 당일 카지노 쿠폰는 곱게 차려입고 형부와 함께 일찌감치 시상식이 열리는 우리 동네로 왔다. 시상대에 오르는 모습, 상장을 받고 시상자와 함께 나란히 선 모습 등을 찍어 부모님께 전송하였다. 자식 잘되는 일이 가장 큰 기쁨인 부모님은 카지노 쿠폰가 전국대회 1등이라도 한 듯 신나하셨고 축하금 명목으로 얼마간 돈도 보내시는 걸로 즐거움을 표현하셨다.
이번 수상이 글쓰기 세상으로 카지노 쿠폰를 끌어들이는데 물꼬가 된 모양이다. 간간이 공모전 소식을 전하면 단칼에 거절하던 전에 비해 관심은 보이는 듯 하니 말이다. 그러나 여전히 글쓰기보다 상금에 더 목적이 있는 것 같긴 하다. 아무렴 어떠랴. 글도 쓰고 상금도 받으면 금상첨화지.
카지노 쿠폰가 마음먹고 쓰기 시작하면 꽤나 좋은 글을 쓸거라는 걸 나는 안다. 소설이라면 첫 작품으로 등단하는 쾌거를 이룰런지도 모른다. 카지노 쿠폰가 내 글을 읽는 독자를 넘어 카지노 쿠폰만의 글을 쓰는 그 날까지 나는 계속 옆구리를 찌르려고 한다. 언젠가 카지노 쿠폰에게 좋은 소식이 들린다면 8할은 내 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