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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Z 교장 Mar 05. 2025

벌건 대낮에 사기(?)를 당카지노 쿠폰

우리 가족 사진 촬영 이야기

"자기야 가족사진 찍고 싶어. 딸도 졸업했으니 가족사진을 거실에 걸어 두면 좋을 것 같아"

아이 졸업식 날 갑자기 아내가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고 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 기다려봐 내가 괜찮은 곳 알아볼게"

나는 웨딩사진 찍은 후 한 번도 가족사진을 찍은 적이 없어 흔쾌히 좋다고 했다.


우리 동네에 괜찮은 사진관이 있는지 인터넷을 열심히 뒤졌지만 맘에 드는 곳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메일 한 통이 왔다. 메일 제목은 '축 가족사진 무료 촬영권 당첨'이었다. 어떻게 내가 사진관을 찾고 있는 줄 알았을까 놀라워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클릭했다. 액자값만 내면 2월 생일자에 한해 무료로 가족사진을 촬영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원가는 15만 원인데 액자값 6만 원만 내면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말에 한 번 놀랐고, 사진관이 차로 10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이라는 것에 두 번 놀랐다.


"영희야 영희야 빨리 일어나 봐. 나 가족사진 무료 촬영권에 당첨됐어. 액자값 6만 원만 내면 된데"

나는 자고 있는 아내를 깨워 기뻐하며 말카지노 쿠폰.

"정말이야? 설마 그런 곳이 있어? 이상한 곳 아니야?"

의심이 많은 아내답게 내게 물었다.

"이상한 곳 아닌 것 같아. 사진 몇 컷만 찍고 액자값만 주고 나오면 되지 뭐"

나는 나만 믿으라고 아내를 안심시켰다.


사진관에 전화했더니 예약이 꽉 차 있어 오후 1시에 오라고 했다. 촬영 때 입을 옷도 다 준비돼 있으니 그냥 몸만 오면 된다고 했다. 여자는 화장도 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했다. 우리 가족은 예약 시간보다 10분 전에 도착했다. 그런데 예약이 꽉 찼다는 말과 달리 사진관은 한산했다. 나는 속으로 앞 팀이 빨리 끝났나 보다 생각하고 사진관에 들어갔다.

들어갔더니 여자 실장이 마실 음료를 주면서 친절하게 사진촬영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가족 모두 기본 화장을 한 후 마음에 드는 옷을 골라 사진을 찍어주겠다는 것이었다. 아내는 과한 친절이 부담스러웠는지 "많이 안 찍어도 되고 잘 나온 사진 한 장으로 액자만 만들면 됩니다."라고 말했다. 실장은 "우리 사진관은 사진 한 장이라도 허투루 찍지 않습니다. 여러 사진을 찍어서 제일 멋진 사진을 고객님께 추천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방금 전까지와는 달리 말투에 차가움이 느껴졌다. 우리는 단호한 눈빛으로 말하는 실장의 제안을 거절할 수 없어 알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나와 아내는 "좋은 사진관이구나"라고 생각하고 제공해 주는 서비스를 부담 없이 받아들였다.


아내와 딸은 즐거워카지노 쿠폰.

아내는 결혼식 이후 처음 받아보는 화장에 몹시 기뻐했고, 순진한 딸은 전문가가 해주는 화장을 좋아하면서 연신 거울을 쳐다봤다. 나는 귀찮았지만 오랜만에 아내와 딸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덩달아 행복카지노 쿠폰.

사진촬영은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얼추 1시간 이상 걸렸다. 남자 사진사는 포즈 하나하나를 교정해 주면서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어주었고 보조해 주는 여자분은 우리 가족이 너무 예쁘다고 하면서 흥을 돋워주었다. 정장을 입기도 하고 캐주얼하게 청바지를 입고도 찍었다. 아마 열 번 정도 소품과 장소를 바꿔가며 오랜 시간 사진을 촬영했다. 너무 웃어서 입에 경련이 날 정도였다.

아내와 난 이거 뭔가 이상하다는 눈빛을 서로 교환했지만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다. 설마 대놓고 우리에게 사기를 칠까?라는 생각을 했다.


드디어 사진 촬영이 끝났다.

30분이면 끝날 줄 알았는데 오후 3시가 넘어 끝난 것이다. 사진 찍는 내내 보이지 않던 여자 실장이 갑자기 나타나 우리를 별실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커다란 TV와 함께 벽에 다양한 액자에 담긴 예쁜 사진들이 걸려 있었다. 실장은 짧은 시간에 어떻게 편집을 했는지 우리가 찍은 예쁜 사진들을 모아 영상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영상을 보면서 나는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4분가량의 영상에는 억지이지만 환하게 웃는 모습의 단란한 가정이 담겨있었다. 특히 무뚝뚝한 딸의 밝은 미소를 보니 너무 예뻤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아내 또한 눈물이 났다고 했다.


기쁨도 잠시 나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6만 원짜리 액자 하나만 들고 가면 되는데 이렇게까지 사진을 찍어 영상 이벤트를 해줄 필요가 있나 싶었다.

불길한 예감은 적중했다. 실장은 다른 가족의 앨범을 들고 오더니 이렇게 앨범과 액자를 만들고 사진 파일을 우리에게 모두 주는 비용이 총 140만 원이라고 말했다. 나는 무슨 귀신 신나락 까먹는 소리냐고 소리 지를 뻔했다. 단돈 6만 원만 주고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140만 원을 말하니 갑자기 화가 치밀었다. 아내는 우린 이런 앨범 필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실장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처럼 살짝 미소를 보이며 액자만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가져갈 액자 하나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보여준 액자는 시골 할머니 댁에 갔을 때 벽과 천장 사이에 걸려 있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결혼 액자처럼 올드해도 너무 올드했다. 순간 웃음이 나왔다. 우리 부부가 제대로 당했다는 생각을 했다. 실장은 우리에게 보여준 영상 속 사진 파일은 줄 수 없으며 액자의 사진 파일 한 장만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 실장의 말은 처음 계약한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액자 하나 가격이 6만 원이라는 말이다.


카지노 쿠폰6만 원이 아닌 60만 원짜리 사진


하지만 우리의 눈은 이미 모델처럼 찍은 다른 수많은 사진을 보고 있었다.

나와 딸이 서로 어색하게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 모습, 흰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살 사이로 우리 부부가 입맞춤하는 모습, 청바지를 입고 서로를 마주 보며 가족 모두 환하게 웃는 모습 등등등. 그냥 한 번 보고 버리기엔 너무너무 아까운 사진들이었다. 아내가 말했다. 방금 영상으로 보여준 사진 파일만 받으면 얼마냐고 물었다. 실장은 80만 원이라고 말했다. 80만 원이라는 거금을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는 실장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참았다. 딸도 사진을 갖고 싶은 눈치였다. 아내도 마찬가지였는지 70만 원으로 깎아달라고 말했다. 실장은 못 이기는 척 그렇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순간 우리가 을이고 사진관이 갑이 된 것 같았다.


25년 이상 학교에서 아이들만 가르쳐온 우리 부부는 너무 순진카지노 쿠폰.

당연히 단 돈 6만 원으로 세 사람을 화장까지 시켜주고 옷도 무료로 대여해 주면서 1시간 이상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관이 우리나라에 어디 있을까? 포털사이트에 '가족사진 사기'로 검색을 해봤다. 이런 수법은 아주 고전적인 방법이고 이제는 이렇게 속는 사람도 없다는 글을 읽었다. 갑자기 망치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처럼 멍했다. 순간 신혼 때 횡단보도에서 낯선 트럭 아저씨에게 백화점 납품 생선이라고 속아 맛도 없는 이상한 물고기 한 상자를 아내에게 준 사기 사건이 떠올랐다. 그때 일로 가족은 한참 동안 나를 바보멍청이라고 놀렸다.


하지만 사기를 당했어도 한편으론 기분이 좋았다. 사진사가 정말 그 긴 시간 동안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어줬고, 결과물로 받아본 사진 속 우리 가족은 너무 행복했다. 딸은 지금까지 웃는 것보다 오늘 하루 더 많이 웃었다고 말했다. 교장실 책상 위에 놓고 싶은 사진도 있었다. 아내는 받은 파일로 예쁜 앨범을 만들겠다고 했다. 인터넷에 파일만 업로드하면 값싸게 예쁜 앨범을 만들어주는 곳이 많다며 열심히 업체를 찾고 있다.


평생 간직할 사진과 추억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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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스스로 위로하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자꾸 그날 일이 생각나 화가 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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