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함께 읽는 즐거움, <음악소설집
올해 교내 독서모임 첫 책으로는 <음악소설집을 골랐다. 그중에서도 윤성희의 <자장가를 고른 건 학교가 나와서, 울림이 커서, 소설에 푹 빠져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선생님들께 모임 전에 짝짝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날을 주문했다.
들뜬 마음으로 짝짝이 양말을 골라 신고 등교해서는 조회 들어가는 복도에서부터 신경이 쓰였다. 일부러 신고 와 놓고 창피한 건 뭐람. 조회 시간 전달 사항을 말하고 애들한테 괜스레 말을 던졌다.
“오늘 선생님 달라진 거 없어?”
애들은
“머리요?”
“ 뭐지, 화장?”
그러다가는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 짝짝이예요!”
알아차린다. 책 소개를 시작했다. ‘소설에 짝짝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날이 나오는데‘ 하면서 한쪽을 읽어주었다.
시험으로 학교에서 투신자살한 학생이 있었고, 그 장례식엘 다녀온 날 교장선생님은 꿈을 꾸었다. 예전에 기숙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친구와의 한때로 돌아간 꿈. 옛날처럼 공부하고 함께 뛰고 꿈에서 깼는데 친구의 이름이 기억나질 않아 울던 선생님. 나중에 듣기로는 삼수하다가 결국은 자살했다던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짝짝이 양말을 선물하면서 ‘우울한 날에는 이 양말을 신어줘 ‘ 했던 게 기억난다. 다음날 양말을 짝짝이로 신고 출근을 했고 그렇게 이 고등학교엔 짝짝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날이 생겼다. 해마다 그날은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급식 조리원님들도 짝짝이 양말을 신는다. 눈 내리는 짝짝이 온라인 카지노 게임 날, 국어 선생님은 시간엔 응앙응앙 하는 시를 낭독해 주었고 체육시간엔 눈사람을 만들기도 했다고.
우리 반과 그날 수업하는 반에서 내 양말을 보이며, 이렇게 잠깐씩 책을 소개하며 보여주었다. 오늘 독서모임 조건이 짝짝이 양말인데 회원이 열네 명이나 되는데 아직 짝짝이 양말을 한 명도 못 봤다고 덧붙였다.
오후 세 시의 도서관, 독서모임 선생님들이 모였다. 돌아가며 소감을 나누었다. 소설은 세월호 사건을 떠올리게도 하고 자식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마음도 나온다. 서술자인 ‘나‘가 신던 짝짝이 양말은 흰 양말과 검정 양말, 발바닥에는 각각 웃는 얼굴과 화난 얼굴이 그려져 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이렇게 짝짝이로 양분되는 것들의 합일까. 배배 꼬인 스크류바와 꽈배기 분식 이야기, 세계여행을 가고 싶은 마음과 그러지 못하는 마음, 내가 죽고 나서 엄마가 잠 못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과 잠을 푹 잤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삶과 죽음. 돌아가며 이야기를 하다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지기도 하고 고개를 주억거리며 마음을 보태었다. 그리고 찍은 우리의 기념사진은 이렇다.
나는 온종일 짝짝이 양말을 신고 다녔는데, 이 모임을 기다려왔다는(!), 안 짝짝이인 선생님 양말을 보고 나는 발끈했었다.
“아니, 쌤! 온라인 카지노 게임! “
했더니 양말 한 켤레를 더 갖고 왔다며 ‘이따 신을 거야 ‘ 했다. 다 함께 짝짝이 양말을 신는 마음에 대해 생각해 본다. 독서모임 선생님들께 감사하다. 짝짝이 양말을 신고 와 주세요, 하는 말에 귀 기울이는 마음,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마주한 채로 소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라니.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울었다거나, 좋은 책 추천해 주어 고맙다는 이야기와 더불어 나 또한 다양한 감상으로 이해가 깊어져 충만한 기분이었다.
소설 속 고등학교에서 짝짝이 양말을 신은 어른들의 마음에 새삼 고마워진다. 학생들이 한 번 웃었으면 하는 마음, 삶을 허무로 마감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아이들이 즐겁기를 바라는 그 마음. 그 마음들을 하루 흉내 내 보았다. 내 짝짝이 양말도 아이들에게 그런 쉼을 주었을까? 주말이었던 그다음 날에는 우리 반 단체채팅방에 퀴즈를 하나 냈다. 소소한 이벤트였겠지만 아이들에게 즐거움이 되었기를 바란다.
<음악소설집은 음악을 모티프로 한 소설 모음집으로 김애란, 김연수, 윤성희, 은희경, 편혜영 작가님이 참여했다. 윤성희 작가님은 아이유의 ’ 무릎‘을 떠올리며 이 소설을 구상했고, 오마이걸의 ‘불꽃놀이‘도 나온다. 좋은 소설은 잠시라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
@ 김애란 외, <음악소설집, Fra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