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멀리 뛰고 싶을수록 카지노 게임 발목을 잡아."
<폭싹 속았수다를 관통하는 정서 중 하나는 '카지노 게임'이다. 카지노 게임은 심리학적으로 '거리'에서 오는 감정이다. 부모에게 자주 전화하지 않고 찾아가지 않으면 느껴지는 카지노 게임은 부모와 거리가 멀어진다는 감각에서 온다. 양심을 어기고 비윤리적인 짓을 하면, 사회 공동체로부터 유리된다는 감각이 카지노 게임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카지노 게임은 가족, 친구, 사회 공동체를 엮어내는 핵심적인 감정이다.
청춘이 된 금명이는 하고 싶은 게 많다. 자기를 위해 이기적으로 살고 싶다. 남들처럼 실컷 꿈꾸면서 나아가며 최고가 되고 싶다. 그러나 가난한 가족에 대한 카지노 게임이 발목을 잡는다. 카지노 게임 때문에 짜증이 나고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한테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동시에 부모도 딸에게 카지노 게임을 느낀다. 다른 부모처럼 해주지 못해서, 너무 속상하다. 그래서 결국 살던 집을 팔아서 딸의 유학을 보내준다.
이 카지노 게임의 연대란, 보기에 따라서, 정말이지 답답하고 괴로운 것일 수 있다. 카지노 게임이 서로를 옭아매는 그물이 되어 '가스라이팅'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얼마 전, 우연히 카페에서 이십대쯤 되어보이는 여성이 매우 속상해하는 걸 본 적이 있다. 엄마가 돈을 빌려 달라고 했는데, 또 빌려 줄 수는 없다고 하자, 엄마로부터 욕을 듣고 의절당했다며 울면서 친구에게 토로를 하고 있었다. 엄마를 위해 계속 돈을 빌려줘야 하나 굉장히 고민하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거기에 대고 정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개인성과 독립성, 단독자로서의 삶을 강조하는 철학자라면, 부처의 말을 빌려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이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대략 이런 말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사랑을 이야기하는 어느 성직자라면, 그래도 가족이니 사랑으로 품고 이해하며 함께 나아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어느 쪽으로 결론을 내리든, 이 가족이라는 문제는 우리에게 참 어렵고도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나는 카지노 게임이 사랑의 본질이라 생각한다. 카지노 게임은 부담스럽고 짜증스러운 감정일 수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필연적인 감정이라 느낀다. 우리가 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강아지에게 연민과 카지노 게임을 느끼지 않는다면, 굳이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갈 이유도 없다. 아이가 아픈 순간마다, 내 마음이 더 아픈 것 같은 고통으로 카지노 게임을 느끼지 않는다면, 그만큼 아이를 간절히 사랑할 수 없다. 엄마가 보내준 집반찬을 방치해뒀다가 곰팡이가 쓸어 있는 걸 보면서 눈물을 뚝뚝 흘린다면,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결국 이렇게 마무리된다. "엄마의 꿈이 나에게로 와 아주 무겁고, 아주 뜨겁게 기어이 날갯소리를 냈다." 자녀에게 꿈을 투사하며 대리만족하는 부모란, 우리 사회에서 늘 비판거리였다. 지금도 이루지 못한 꿈을 자녀에게 이루게 하려고 사교육 지옥에 빠트리는 게 일반적인 모습이다. 심지어 부모에게 너무 성공에 대한 압박과 학대를 당하며 주위 친구들과 비교당한 나머지, 나이 들어 부모와 의절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자녀에게 본인의 인생과 자존감을 투사하여 자녀의 성취에 따라 자기 삶을 평가받는다 느끼면서, 정작 온전한 사랑은 나누지 못해 사이가 틀어진 경우도 많다.
그럼에도, 어느 사회에도 완벽한 가족은 없고, 어느 누구도 완벽한 관계를 이룰 수 없지만, 그 모든 게 카지노 게임에서 출발했다는 사실 만큼은 진실이라 생각한다. 누구나 카지노 게임은 어렵다. 잘 카지노 게임하기는 더 어렵고, 완벽하게 카지노 게임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때론 가난 속에서, 너무나 험난한 삶 속에서, 카지노 게임하고자 애쓰는 것이다. 세상 모든 카지노 게임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카지노 게임 때문에 살고, 카지노 게임을 놓을 수 없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은 결국 서로를 용서한다. 서로를 이해하면서 운다. 내 삶 속에 당신의 꿈과 사랑이 있었다는 걸 받아들인다. 그리고 다시 카지노 게임을 느낀다. 왜 더 잘 사랑할 수 없었을까, 왜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까,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 때는 아직 늦지 않았다. 인간은 살아있는 한, 계속 다시, 더 잘 사랑할 수 있다.
* 사진 - 넷플릭스 #폭싹속았수다 8화 캡쳐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