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카지노 게임 추천 화촉을 밝히다
“정말 이리로 가면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가 나오는 거 맞아?” 내 옆에 앉은 언니와 운전하는 제부 옆에 앉은 막내가 여러 번 물었다. “기다려봐.” 나는 짧게 대답하고 앞만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구불구불 비좁은 임도를 따라 한참을 지나도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게다가 자동차의 왼쪽은 낭떠러지였다. 잠깐 한눈을 팔면 순식간에 차와 함께 모두 구를 판이었다. 마음을 졸이며 4km 정도를 달려 비포장도로까지 지나서야 숨어있던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 군락지가 펼쳐졌다. “우와, 세상에!” “거봐, 내가 뭐랬어.” 어둠 속에서 길을 잃었다가 횃불이라도 만난 듯, 우리는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막 청송 얼음골을 보고 돌아오던 참이었다. 여름이면 더위를 피하러 갈 만큼 찬 공기가 새어 나오는 곳이다. 얼음골은 거대한 암벽 위로 흘러내린 물이 겹겹이 얼어 환상적인 빙벽이 되어 있었다. 겨울이 왈칵 쏟아진 땅에서 물의 기운이 힘차게 솟구치는 것처럼 보였다. 신기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흰빛 가득한 풍경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다. “이 근처에 자작나무 숲이 있다는데…” 얼음골을 출발한 차가 피나무재 근처에 가까워지자 제부의 눈치를 살폈다. “어, 그래요? 저도 자작나무 좋아하는데, 그럼 들렀다 가시죠.” 제부는 흔쾌히 큰길 옆으로 난 좁다란 임도 쪽으로 차를 몰아 마침내 화장리 자작나무 숲에 이르렀다.
엄마가 아프면서 여섯 남매가 요일 별로 하루씩 맡아서 엄마를 돌보았다. 종잇장 태울 때처럼 차츰 사위어가는 엄마를 보는 일은 가슴이 미어졌다. 낫지 않는 병이라는 걸 아는 채로 일 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꼼짝없이 늪에 발이 묶인 채 서 있는 것처럼 다들 지쳐있었다. 전처럼 형제자매가 한자리에 모일 기회도 좀처럼 없었다. 엄마에게 필요한 것들을 전화로만 전달하고, 요양원을 거론하면서는 의견이 갈리기도 했다. 그동안 기대 왔던 가족이라는 등불이 꺼질 듯이 깜박거리는 힘겨운 시간이었다. 막내가 여행을 제안했고, 언니와 제부까지 모처럼 일정을 맞춰 떠나온 여행이었다.
사실 제부와는 이번 여행이 처음이었다. 사업이 어그러졌을 때 엄마에게서 서운한 말을 듣고 제부는 마음을 다쳤었다. 그 길로 발길을 끊은 지 십 년 만이다. 다시 제부의 얼굴을 보게 된 건 엄마가 아프면서였다. 동생에게서 장모가 암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그날부터, 제부는 꼬박 3일을 밥도 안 먹고 말도 안 하고 누웠더란다. 4일째 되는 날 무언가 결심한 듯 일어나더니 그 길로 엄마네 집에 갔다고 했다. 밤에 엄마가 회장실 가는 길을 밝히는 센서등부터 벽에 달았다. 엄마의 발이 걸리지 않게 거실에 어지럽게 나와 있는 전선들을 한쪽으로 정리했다. 말없이 엄마가 불편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고쳐주었다. 동생이 갑자기 왜냐고 물으면 “너무 일찍 엄마가 안 계실 당신이 불쌍해서.” 짧은 대답만 했다는 제부. 이 숲까지 함께 오는데 참 오래 걸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발을 벗고 걸으면 축축한 모래가 스미고/발아래로 무언가 끝없이 흐르는 게 느껴진다/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 눈에 선연하던 실루엣/길을 잃고 헤매던 손을 끌던 그림자/
중략 -
하얀 밤 텅 빈 하늘 아래/자작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열을 맞추어 걷는지/낡은 레코드판을 뒤집듯/
그믐의 달빛 아래 곡조를 바꾸며 뒤채는/은빛 이파리
신동옥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의 시 일부
얼음골부터 따라온 바람이 무포산 일대의 구름을 치웠는지 하늘이 잘 닦인 유리창처럼 맑았다. 숲에 닿기까지 따라다녔던 칼바람이 숨을 고르는지 숲 안에 들어서니 조용해졌다. ‘산림청 지정 대한민국 100대 명품숲, 청송 화장리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숲’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곳이었다. 능선에도 골짜기에도 곧게 뻗은 자작나무가 빼곡하게 둘러있었다. 29년 전에 조성된 8.5ha의 드넓은 숲에 발걸음 소리만 바스락거렸다. 하늘을 받치고 선 자작나무의 아득한 우듬지를 올려다보았다. 찌르듯이 파란 하늘과 눈부시게 하얀 자작나무가 대비되어 청명한 빛이 쏟아졌다. 흐린 눈빛이 정화되면서 갑갑했던 가슴속이 살얼음 낀 동치미 국물을 마신 것처럼 시원해졌다.
껍질에 기름 성분이 있어 태울 때 자작자작 소리가 나서 자작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자작나무. 껍질이 매끄럽고 잘 벗겨져서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불경을 적는 용도로 쓰였다고 한다. 예전에는 혼례에 붉은 빛깔을 들인 밀초로 화촉을 밝혔는데, 화촉의 재료가 바로 자작나무 껍질이었다. 나무의 쓰임새를 생각하니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숲은 마치 숲의 정령들이 거대한 화촉을 밝힌 것처럼 보였다. 촛대에서 반사되는 강렬한 빛줄기가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다. 고개를 들어보면 푸른 바다에 흰색 깃털들이 떠다니고, 앞을 바라보면 은빛 촛대를 든 정령들이 기도를 올리는 신비한 숲이었다.
자작나무 껍질을 반듯하게 잘라 기도를 적는 마음을 떠올렸다. 엄마의 고통이 심해지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었다. 흐릿해져 가는 엄마의 의식만큼이나 힘없는 기도였다. 무기력함에 지쳐 먼저 힘들다고 말하면 나만 불효자가 될 것 같았다. 매일 입안에 쓴 알약을 물고 있는 심정으로 엄마 곁에 가면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 아픈 엄마가 우는 나를 달래는 지경까지 왔었다. 2만 5천 그루의 자작나무로 가득 찬 숲에 서니 눈이 시리도록 명징한 풍경이 위로를 전했다. 어두운 객석에서 나를 향해 흔드는 수많은 응원봉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꺾일 듯이 흔들리는 마음에 환하게 불이 켜지는 순간이었다.
자박자박 걸으며 자작나무를 휘감아 드나들던 바람의 냄새를 맡았다. 한쪽 팔에 쏙 감기는 자작나무를 끌어안고 이리저리 어루만져 보았다. 잘 마른 나무껍질에서 상쾌한 감촉이 느껴졌다. 낙엽에 덮인 흙 속에서 강렬하게 물을 빨아올리는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았다. 나무와 마주한 순간에 마음속에 지녔던 이야기가 들려왔다. 수십 번의 겨울을 나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찾는 이가 없어도 늘 제자리를 지키던 나무였다. 나무가 전하는 담담한 삶의 자세와 뿌리의 생명력을 두 팔 벌려 내 몸에 가득 채웠다. 엄마를 생각하면 울고 싶은 마음속에 흔들리지 않는 심지 하나가 움트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 겨울 숲이 춥지 않았다.
그러고 나서야 눈을 이고 서 있는 키 큰 카지노 게임 추천들 외에 저만치 눈에 잘 띄지 않던 카지노 게임 추천들의 이름을 잘 알게 되었다. 그 카지노 게임 추천들은 내가 아는 카지노 게임 추천들이 되었다. 그러고 나서야 눈 밑으로 사라진 수많은 야생식물들에 대하여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 중략 –
그러고 나서야 여름에 다시 이 산에 와야겠다는 마음도 생겼다.
김소연 <<그 좋았던 시간에 달 출판사. 2020.
영하 80도의 혹한에도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가 얼지 않는 비결은 자신의 세포에서 물을 빼버리고 탈수 상태로 겨울을 나는 것이다. 힘든 시절 자신을 오롯이 비워가며 우
리를 길러 냈을 엄마를 떠올렸다. 지금껏 말은 하지 않았지만, 위로와 희망이 절실했다는 걸 자작카지노 게임 추천숲에 다다라서야 깨달았다. 언니와 나, 동생과 제부까지 비슷한 마음이었다. 엄마에게 갖는 미안함이거나 자신에게 느끼는 아쉬움 같은 것. 은빛 정령들이 그런 마음을 어루만졌다. 돌아갈 때는 올라온 쪽과 반대편인 무등실 쪽으로 길을 잡았다. 좁은 임도를 어렵게 올라와 만난 숲에는 또 다른 길이 열려 있었다. 지친 마음을 끌고 힘겹게 찾아와 만난 수만 개의 화촉이었다. 양옆으로 촛불이 밝혀진 버진로드 같은 길을 따라 마을로 내려왔다. 단잠을 잘 것 같은 저녁이 기다리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