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세이
‘코타 키나발루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우리가 가고 있는 도시의 의미가 궁금했다. <우리는 서로 이어져 있다고 믿어라는 시집을 읽고 있었다. 시집의 제목처럼 그곳에 가면 어떤 이음새를 만나게 될까, 몽글몽글한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친구 진과 서로의 60대 입성을 축하하기 위해 떠난 여행이었다.
“그동안 우리는 너무 열심히 산 것 같아.”
“이번 여행은 뭘 보거나 남기려고 하지 말고 그냥 쉬다가 오자.”
나이를 먹는 일이 가슴에 무거운 돌을 얹는 일이 아니라, 조금씩 덜어내며 편안해지기를 바라는 마음도 카지노 쿠폰. 아직 겨울이었고 비행기는 보르네오 섬 기슭의 따뜻한 도시를 향하고 카지노 쿠폰.
흔한 3박 5일의 동남아 패키지여행이 그렇듯, 깊은 밤에 호텔에 들어가는 일로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이름의 의미는 미처 모르는 채로 우리는 곤한 잠에 들었다
강릉 천변에서 나는 / 쉬운 일이 없어 숨 쉴 수도 없는 나를 숨겨주기로 합니다 / 긴 숨을 몰아쉬고 엎어진 김에 쉬어 가기로 합니다 1.
정끝별 <강릉 점집 시 중에서
“코타는 도시, 키나발루는 키나발루 산을 뜻해요. 키나발루 산이 있는 도시라는 말이죠.” 가이드가 말해줬다. 느린 여행답게, 여유롭게 호텔 조식을 즐기고 툰쿠 압둘 라만 해양공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이었다. 스노클링을 하기 위해 보트를 타고 마무틱아일랜드에 내렸다.
뿌리가 바다에 잠긴 나무 끝에 매단 그네가 있었다. 아이처럼 그네를 탔다. 흔들리며 보르네오의 훈훈한 바람을 느꼈다.파랑의 스펙트럼은 어디까지인지, 눈길을 멀리 보낼수록 또 다른 파랑이 보였다.나뭇가지에는 파도에 밀려왔다가 아예 눌러앉은 조개가 새 둥지처럼 자리 잡았다. 어른 몸집만큼 커다란 코모도 도마뱀이 사람을 피하지도 않고느릿느릿 해변을 걷고 있었다. 그 섬에서는 누구라도 서두르지 않았고 뭘 하려고 카지노 쿠폰 않아도 되었다.
나이 들면서 물이 무서워졌다는 진은 해변에 남기로 했다. 거기까지 가서 함께 바닷속에 들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이 카지노 쿠폰지만, 억지를 부릴 상황이 아님을 받아들였다.
혼자서 스노클링을 해도 물고기가 친구처럼 따라다녀서 괜찮았다. 스노클링을 하며 물속에서 힘을 빼고도 자유롭게 떠있는 나를 자각하는 게 좋았다. 무엇에 쫓기는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인데도 늘 어깨에 힘을 주고 카지노 쿠폰. 물에 들어가면 투명한 물빛과 그 위로 잘게 흩뿌려지는 햇살, 그 안에서 평화롭게 노니는 물고기가 보였다. 내 등 뒤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길을 걱정하지 않은 채, 물 안을 들여다보는 일. 마음을 온전히 내려놓고 바닷속에 집중하는 순간이 나는 좋았다. 그런 나를 적도 아래의 쪽빛 바다가 보고 카지노 쿠폰.
물놀이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마음을 붙드는 풍경을 만났다. 현대식 건물 뒤편으로 보이는 납작한 양철 지붕 아래 엉성한 벽으로 마감된 집들이었다. 불법체류자들이 모여 사는 빈민촌이라고 했다. 수상가옥처럼 나무판자를 엮은 다리로 이어져 카지노 쿠폰. 이민국 직원이 몇 달에 한 번씩 그곳에 불을 낸단다. 맨끝 집 하나만 태우면 바퀴벌레 잡을 때처럼 불법체류자들이 우르르 뛰쳐나온다고,그게 이민국 직원의 실적관리라고 가이드가 설명했다.붙잡힌 불법체류자들은 자기네 나라로 추방당하지만, 두 달만 지나면 돌아와 그 자리에 다시 마을이 생겨난다고 했다.
불태워지고 다시 짓기를 반복하는 중에 그들은 노력해도 안 되는 일들에 대해서 순응하게 된 건 아닐까.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불법 체류자들의 고단하고 불안한 삶의 줄기를 엿보았다. 허름한 집들 사이로 물풀처럼 질긴 생명력이 흐르고 카지노 쿠폰.
섬에 다녀온 오후에 이마고 쇼핑몰에서 카다잔 두순족의 민속공연을 보았다. 화려한 전통 의상을 입은 무희들은 둥글고 고운 얼굴을 하고 카지노 쿠폰고, 남자 무용수들은 용맹한 표정을 지었다. 내 안에 숨어있던 흥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내밀었다. 무희들의 섬세한 손동작과 남자 무용수들의 역동적인 춤사위를 보며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긴 대나무 막대 사이로 요리조리 피하며 춤을 주는 ‘뱀부댄스’를 보며 혹여 대나무에 무용수의 발이 낄까 봐 가슴을 졸였다. 조그마한 키에 작은 발을 가졌지만, 미소는 넉넉한 사람들이었다.
야시장에서도 그랬다. 뭘 사라고 붙잡거나 권하지 않는 대신, 상인들은 그저 환하게 웃어주기만 했다.밤에 호텔 앞 야시장과 워터프런트를 구경할 때였다. 물건보다 상인들의 얼굴을 보는 게 더 좋아서 좁은 시장 골목을 구석구석 들여다보았다. 앞 간판은 다 다르지만 일단 들어가면 한 가게처럼 이어져 있는 워터프런트의 바도 순례했다. 어선들의 뱃머리에 불이 붙은 것처럼 불타는 하늘을 바라보며 화이트 와인과 해산물 모둠을 먹었다. 평소에는 한 푼이라도 아끼려 애쓰던 두 아줌마의 호사스러운 저녁 식사였다. 여행 내내 코타 키나발루 사람들의 순한 미소와 마주하며 뾰족했던 마음들이 둥글게 다듬어지고 있었다.
“짝짓기를 위해 상대방을 유혹할 때 수컷은 반짝반짝반짝, 암컷은 바안짝 바안짝, 느리게 깜빡여요.” 원주민 소년이 뱃머리에 서서 초록색 랜턴을 불규칙하게 이리저리 흔들었다. 작은 보트를 타고 맹그로브 숲 속 깊이 반딧카지노 쿠폰를 보러 간 밤이었다. 태양이 바다로 떨어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고도 깊은 어둠이 올 때까지 한참을 기다린 후였다.
초록색 랜턴으로 반딧카지노 쿠폰를 유혹하며 “마리 마리” 큰 소리로 부르면 신기하게도 반딧카지노 쿠폰는 나무를 떠나 배 안으로 날아들었다. 아주 느리고 너무 작아서 나무에서 보트까지가 해협이라도 되는 것처럼 멀어 보였다.
힘겹게 배 안으로 날아들어 온 들어온 반딧카지노 쿠폰를 잡으면 사람들은 손을 동그랗게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반딧카지노 쿠폰는 우리 손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잠깐 진과 나는 말이 없어졌다. 애써 반딧카지노 쿠폰를 잡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때 보트 안에 반딧카지노 쿠폰 노래가 흘렀다. 어두워서 서로의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아마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있었으리라.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2.
황가람 노래 <나는 반딧카지노 쿠폰 중에서
지자체와 기관의 사외보가 점점 줄어드는 현실이라 기획했던 문화재단의 기고가 어그러졌었다. 여행 기사를 쓰기 위해 8월의 뙤약볕 아래 공유자전거 ‘따릉이’를 탔던 일, 세계적으로 유명한 화가와 긴장한 채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힘들 때도 있었지만 나는 그 일을 사랑했었다. 글을 써서 나눌 곳이 좁아지는 현실은 꽃꽂이할 때 쓰는 오아시스가 말라있을 때처럼 퍽퍽했다. 괜찮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속상했었나 보다. 눌러 두었던 아쉬움이 낡은 스웨터의 올이 풀리듯 터져 나왔다.
십 년 간의 이민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던 진의 지난 몇 년도 떠올렸다. 무던히도 힘겨웠던 시기를 지나 우리는 함께 반딧카지노 쿠폰의 반짝임을 보고 있었다. ‘괜찮아 나는 빛날 테니까’ 이 한 줄 가사가 위로하는 밤이었다. 별은 못되어도 자기만의 빛으로 반짝이면 된다고 믿고 싶어졌다. 여리고 작은 불빛이 우리를 향해 깜박이며 응원을 속삭이는 밤이었다. 뭉클한 평온이 퍼지는 순간이었다. 칠흑 같은 맹그로브 숲 사이로 작은 보트가 물살을 가르고 크리스마스트리처럼 반딧카지노 쿠폰가 빛나고 있었다.
“어둠도 적당해야빛을 내고 슬픔도 충분히 익어야 기쁨이 찾아와요. 어떻게 날마다행복할 수 있겠어요.“ 한순간이라도 이날을떠올리기 바란다고,그때 행복하라고반딧카지노 쿠폰 투어가 끝날 무렵 가이드가 말했다. 오래도록 남을 장면과 이야기였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 중략 /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기형도 시 <빈집 중.
밤늦도록 아이들이 놀고 카지노 쿠폰. 필리피노야시장근처의 공터나 보도블록 위에서 공 하나만 있어도 아이들은 신이 났다.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해 아이스크림 하나를 세 명의 아이들이 한입씩 돌아가며 먹는 모습을 바라봤다. 늦은 저녁 학원을 마치고 생기 없는 얼굴에 흐린 눈빛으로 엘리베이터를 타던 아파트의 아이들이 떠올랐다. 길거리에서 누구도 바삐 걷는 이가 없었고 계산 줄이 길게 늘어선 호텔 옆 편의점 직원도 급할 것이 없어 보였다.
타이거 맥주 두 캔을 계산하려고 이십 분 넘게 기다리면서 “이곳 사람들이 게으른 걸까?” 나는 물었다. “아니야, 다만 카지노 쿠폰 않을 뿐이야.” 진은 말했다.
내 뜻대로 안 되는 일들에 대해서 너무 애쓰지 않기로 했다.또 다른 통로가 어떻게든 열리겠지,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어느새 우리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과 세상 일에 대해서 내려놓는 중이었다. 이번 여행의 이음새는 ‘너무 애쓰지 말기’와 ‘내려놓기’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 그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근데 그걸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마음이 나지막해진다.” 내가 말했다. “나도 그래.” 방금 보고 온 탄중아루 해변의 눈부신 석양과 반딧카지노 쿠폰의 날갯짓을 바라볼 때만큼이나 우리의 눈빛이 반짝이는 순간이었다.
코타 키나발루를 떠나 한국에 도착한 새벽이었다. "참 좋은 여행이었어. 우리 또 함께 가자." 여행의 끝에서 다음 여행을 기약하며 진과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공항 리무진 버스표를 사려고 기계 앞에 서 있을 때였다. “이거, 향남 터미널, 화성” 하면서 신용카드를 내미는 이가 있었다. 소년의 티를 갓 벗은 듯한 동남아 청년이 리무진 버스표를 사달라고 부탁하는 것이었다. 표를 사주긴 했지만 두 시간이나 기다려야 그의 버스가 온다. 그는 고맙다며 인사하고 아직 쌀쌀한 바깥공기를 피해 다시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둥그런 뒷모습에 나의 응원을 듬뿍 얹어 보냈다. 한국에 와서 너무 카지노 쿠폰 않아도 평안한 삶이 곁에 있기를 기도했다. 동쪽에서부터 아침을 데려오던 새벽빛이 서쪽의 공항을 밝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