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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in Apr 17. 2025

프레임을 넘어, 프롬프트로

365 Proejct (105/365)

생성형 AI가 콘텐츠 창작 영역에 가져온 변화는 단순한 기술 발전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창작의 본질과 콘텐츠 권력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이 그랬던 것처럼, 익숙하면서도 강력한 새로운 흐름이펼쳐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소수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콘텐츠 제작이 어떻게 대중에게 개방되었는지 그 과정을 되짚어보면, 생성형 AI가 이러한 민주화 흐름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음을 명확히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콘텐츠 제작은 명확한 프레임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방송국 PD나 영화 편집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고가의 장비와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콘텐츠 제작과 유통의 권한을 사실상 독점했습니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은 블로그나 개인 웹사이트를 통해 누구나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공유하는 시대를 열었습니다. 초기에는 개인의 기록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도 있었으나, 이는 곧 1인 미디어라는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텍스트 콘텐츠에서 시작된 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사용자 친화적인 편집 애플리케이션의 발전과 맞물려 영상 콘텐츠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었습니다.


유튜브나 틱톡과 같은 플랫폼은 개인이 손쉽게 영상을 제작하고 전 세계와 공유하며, 때로는 글로벌 스타로 부상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한국의 송은이, 유재석과 같은 방송인들이 기존 플랫폼을 넘어 독립적인 온라인 채널에서 성공을 거두거나, 게임 스트리머인 대도서관이 새로운 콘텐츠 형식을 개척하고,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둔 사례들은 이러한 권력 이동과 창작 환경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과 스토리텔링 방식이 등장하며 콘텐츠 생태계는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워졌습니다.


생성형 AI는 이러한 창작의 민주화 흐름을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며, 창작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문 지식이나 숙련된 기술 없이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창작 활동이, 이제는 간단한 텍스트 명령어, 즉 프롬프트 입력만으로도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복잡한 코딩이나 디자인, 영상 편집 기술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누구나 텍스트, 이미지, 영상, 음악 등 다채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이는 창작 과정의 핵심이 기술적 실행 능력에서 창의적 기획과 결과물을 선별하고 다듬는 큐레이션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더불어 AI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반복적이거나 단순한 작업을 자동화하여 창작 효율성을 극적으로 높여줍니다. 나아가 사용자 데이터를 정교하게 분석하여 개개인의 취향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초개인화된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으며, 이는 향후 콘텐츠 소비 방식과 관련 비즈니스 모델에도 거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적인 가능성 이면에는 생성형 AI가 동반하는 심각한 과제와 위험 또한 존재합니다. AI 모델 학습에 사용된 방대한 데이터의 저작권 문제나 AI가 생성한 콘텐츠의 소유권 귀속 논란은 이미 현실적인 법적, 윤리적 쟁점으로 부상했습니다. Getty Images와 Stability AI 간의 소송이나 Midjourney, Stable Diffusion 등을 둘러싸고 벌어진 예술가들의 저작권 소송 사례들은 이러한 문제의 복잡성과 심각성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또한, 딥페이크 기술 등을 활용하여 정교하게 만들어진 AI 생성 콘텐츠는 현실과 허구를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어 진위성 논란을 일으키고, 허위 정보 확산이나 여론 조작과 같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재난 상황에서 잘못된 정보가 AI를 통해 빠르게 확산될 경우, 이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사회 전체의 안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AI가 생산하는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이 위축되거나 그 가치가 평가절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며, AI 알고리즘이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향성을 그대로 반영하여 사회적 차별이나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AI가 생성하는 콘텐츠가 특정 패턴으로 획일화되어 독창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비판 역시 중요한 고려 사항입니다.


이처럼 급변하는 새로운 환경에서 성공적으로 나아가기 위해, 창작자와 관련 기업들은 AI와의 효과적인 협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고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AI를 인간의 대체재나 경쟁자로 여기기보다는, 창의성을 증폭시키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강력한 파트너이자 도구로 인식하는 관점의 전환이 요구됩니다. 이러한 협업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량은 바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 즉 AI에게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창작 의도를 전달하는 기술과, AI가 생성한 방대한 결과물 속에서 가치 있는 것을 선별하고 비판적으로 개선하는 ‘큐레이션’ 역량이 될 것입니다.


특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단순히 기술적 명령어를 아는 것을 넘어, 창작자의 비전과 목표를 AI를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해내는 전략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요구되는 영역으로 발전할 전망입니다. 동시에, AI 기술 활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발생 가능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윤리적 기준 설정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콘텐츠임을 명확히 표기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AI 기술의 책임감 있는 활용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성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돌이켜보면, 콘텐츠 창작의 역사는 결국 권력 이동의 역사였습니다. 과거 미디어 엘리트가 독점했던 창작과 유통의 권력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개인에게 분산되었듯이, 이제 생성형 AI는 '프롬프트'라는 새로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창작의 패러다임을 다시 한번 바꾸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전환의 과정에서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AI라는 도구를 통해 창의적인 비전을 구체화하고 의미 있는 가치를 부여하는 인간의 전략적 능력입니다.


생성형 AI의 무한한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고 동시에 그 위험성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의 비판적 사고와 인간 고유의 감성, 창의성, 그리고 윤리적 판단력을 AI 기술과 현명하게 결합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궁극적으로 콘텐츠 창작의 미래는 기술 자체의 발전 속도보다, 그 기술을 활용하는 우리의 지혜와 통찰력에 의해 결정될 것입니다. 이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윤리적인 책임감을 바탕으로 활용하며, 인간과 AI가 시너지를 내어 창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생성형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이자 가장 흥미로운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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