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존재하고 있었는지조차 모르던 그때에 그가 우리 동네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때도 지금도 그 앞을 하루에도 몇 번은 지나다닌다. 그때 그곳에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도 이미지로써 기억하고 있다. 내 모든 기억은 사진 같은 이미지니까. 그런데 그중 한 명이 그였구나 생각하니 너무나 신기하다. 운명이라거나 그 밖의 다른 의미를 붙일 필요도 없이. 그저 그 교집합이 신기하다. 존재도 모르던 때에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존재했다 우리는. 그러자 조금 더 친밀해진 느낌이다.
지금 또 어디서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치는 혹은 지나치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을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든 알게 될 것을 생각하니 모두가 신기하고 새롭다. 모두가 내게 낯익은 사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