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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월하수희 Mar 05. 2025

33 내가 누구게?

이제 그만...


솜사탕?? 요즘은 솜사탕이 저렇게 나오나?
귀여운 캐릭터 모양의 솜사탕을 받아 든 아이의 두 손.

손끝이 하얗다 못해 투명해 보여.
눈꺼풀이 너무 무겁다. 깜빡깜빡….


겨우 치켜뜬 눈에 낯익은 풍경이 들어온다. 초록색 크로마키, 커다란 조명, 벨벳 의자, 새빨간 구두, 하얀 레이스 양말을 신은 아이의 두 다리!


녹아내린 솜사탕을 들고 아이가 내게 다가온다.
뚝뚝…. 물처럼, 피처럼 새하얀 손을 시뻘겋게 물들인 솜사탕을 들고 아이가 나를 올려다본다.


악 안돼!
아이의 두 눈이 없어!
안돼! 안돼!

번쩍!

시체처럼 잠들어 있던 수련이 어두운 방 안을 찢을 듯빛나는 두 눈을 번쩍 떴다.

숨이 가빠지고 심장은 요동을 친다.

몸이 스스로 일어선다.
머리는 아직 꿈속에 있는데, 다리는 이미 뛰고 있다.


눈동자는 정신없이 사방을 헤매고 있지만 두 다리는 목표를 아는 듯 정확히 움직였다.
그녀가 뛰기 시작한다.
넋을 놓고 있다가는 지나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빠른 속도이다.


자세히 들여다본그녀의 허연 얼굴 안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입술은 뭐라고 쉴 새 없이 중얼거리고 커다란 두 눈에 담긴 동공은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마구 휘젓고 있다. 무엇을 따라잡으려는 걸까?


그녀의 모습은 기괴하다 못해 끔찍했다.

그녀는 달리면서 그놈이 하는 짓을 보고 있다.
허공에 띄운 동공이 그놈을 보고 있다.


미친 듯이 달리다 신발이 벗겨졌다.

거친 바닥을 맨발로 내리찍으며 달렸다.

피부가 벗겨지고, 피가 뚝뚝 흘러내려도 그녀는 멈출 수도, 멈춰서도 안 됐다. 오직 그놈을 향해 내달렸다.
“그만해, 이 개새끼야!!” 소리치며 더 속도를 내 뛰기 시작했다.


그때 철퍼덕! 하고 수련이 대차게 내팽개쳐졌다.

곧장 일어나 다시 달리려는데 움직일 수가 없었다.

두 다리가 땅에 박힌 듯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발밑을 내려다보니 수십 개의 눈알이 축축한 어둠 속에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얼음칼처럼 차갑고 단단한 손아귀들이 발목을 틀어쥐고 있었다.


“젠장, 젠장.


허전한 바지 주머니를 뒤적였다.
손이 덜덜 떨렸다.
머리를 세게 두드렸다.


“이딴 잡귀들한테 발목이 잡힐 줄이야.”


그 순간,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강렬한 빛이 터졌다.
본능적으로 두 손을 들어 얼굴을 가렸다.


빵빠앙!!


그 빛은 카지노 게임 추천 발이 묶인 도로에질주하던차량의 헤드라이트였다.


끼익 쿵!

***


운전자 최 씨, 52세. 30년 무사고 택시기사.


내비게이션 카지노 게임 추천-
<“사망사고 다발지역입니다. 운전에 주의하세요.”


“염병, 에이 재수 없어~아쿠죄송합니다. 손님!네비가 가끔 이런 말 하면 기분이 나빠서요. 어쨌든 앞에 도로에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는거잖아요. 죄송한데 안전운전 좀 하겠습니다.”


“듣고 보니 좀 그렇긴 하네요 시간도 늦었고 외길이고 하니 천천히 가세요.”


어디를 다녀오는 길인지는 몰라도 목적지는 들어가 쉴 곳임이 분명한 손님이 뒷좌석에서 느긋하게 대답했다.


“어어! 어! 저 허연 거 뭐야? 귀신이야 사람이야?. 어어?!”


그러나 곧 운전사의 번쩍이는 경고등과 그 박자에 맞춘 듯 방정맞게 질러대는 소리에 잔뜩 찌그러진 얼굴을 들어 컴컴한 도로 위를 마주한 손님은 헤드라이트보다 더 크게 뜨고 눈을 뜨고 냉정하게 판단해 소리 질렀다.


"그냥 박아! 꺾으면 다 죽어!."


빵빠앙!!
끼익 쿵!


카지노 게임 추천 눈앞이 새하얘졌다. 희미하게 정신이 돌아왔을 땐, 귓속을 찢는 듯한 이명.
사람들의 목소리가 멀고도 흐리게 들렸다.


, 어쩔 수 없었다고! 여기 한가운데 서 있으면 어떡해? 이를 어째...”


헉헉. 어쩔 수 없었어… 우리가낭떠러지로 떨어질 수는 없는 거잖아요.119는 불렀어요.


‘아, 나 그 개새끼한테 가야 해. 읔.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가 없어. 뭐지?.’


카지노 게임 추천 눈앞이 다시 빛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사람들 소리도 멍멍해지더니 이내 사라져 버렸다.


‘나…. 이렇게 죽는 건가?.’


삐뽀삐뽀-


“읍. 아파요 살살 좀.”


“환자분 말할 수 있겠어요?. 환자분 이름이랑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김수련 28세요. 0103238XXXX 엄..마..”


머리통이 부서질 듯 아팠다가 점점몽롱해지면서두통이사라지고 있다.


‘아이를 구해야 해. 정신이 있을 때!.’


“아이가 납치됐..어요.금발..남자..강남경찰서 이현우 형사. 전해..”


“네, 김수련 씨. 지금 하신 말씀 다 녹음하고 있습니다. 기록 중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의식 잃지 마시고, 계속 말씀하세요.”

‘점점… 멀어져 간다.소리가… 공중에 붕 떠 있는 것처럼, 너무 멀리서 들린다. 손끝이 너무 차가워 이미 떨어져 나간 건 아닐까? 이렇게 정신을 놓으면 또 그때처럼 그것들이 몰려오겠지?그건 너무무서워.그건 너무 아파!지훈아. 도와줘. 제발.’


“환자분!.”


‘춥다.. 눈을 감았는데도 보여!서늘하고차가운 기운들이손끝으로, 발끝으로..비어가는 내 몸을 차지하러사방에서 몰려온다. 눈을 다시 떴을때 나는 무엇이 되어있을까? 눈을 다시 뜰 수는 있을까?무서워..반지도 부적도 없어. 지훈이도 없어.’


무엇을 잡고 싶은걸까 있는힘껏 허공에 띄운 손을 꽉 움켜쥔다. 그러나 현실속 그녀의 두 손은 덜컹거리는 구급차 배드위에서 무력하게 꿈틀대고 있을뿐이었다.


"저기요.."


"네 환자분 듣고 있어요 말씀 하세요."


“반지를…. 사랑 하는 사람을 두고 왔어..요.”


그 말을 끝으로 카지노 게임 추천 눈가에 눈물이 한 방울, 그리고바들거리던손도힘없이 툭--떨어졌다.

서울병원 응급실. 구급대원이 응급실 문을 열어젖히며 구급 침대를 미는 동시에 빠르고 정확하게 응급의에게 보고한다.


"교통사고환자, 여성, 28세! 의식 저하, 머리 개방성 손상, 혈압 80에 50, 맥박 120, 호흡수 30입니다.”


날벼락을 맞았다는 듯 카지노 게임 추천 상태를 보고 응급의는 곧장 지시를 내린다.


“트라우마 코드 걸고 출혈 확인, 혈압 유지해! CT 준비하고 빨리 보호자 불러와!”


“네! 보호자 연락 중입니다!.”


“혈압 계속 떨어진다, 수액 볼러스 1L 바로 넣어!”


“산소포화도 체크, 기관 삽관 준비해!”

카지노 게임 추천 몸 위로 여러 개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녀는 숨을 쉬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희미했다.


“눈동자 반응 느립니다!”


“혈압 계속 떨어집니다!”


“산소포화도 60… 50… 40…”


카지노 게임 추천 피부가 점점 창백해진다.
손끝은 싸늘하게 식어간다.
삐- 삐- 삐- 삐--
심박수 모니터에서는 불길한 소리가 떨어진다.
삐---------------
시간이 멈춘 듯한 정적.
의료진이 얼어붙었다.
심장 마사지가 필요했지만,
카지노 게임 추천 얼굴은 이미 죽은 자처럼 창백했다.
그때.


거슬리는 모니터 카지노 게임 추천를 가르고 다정한 속삭임이카지노 게임 추천머릿속에 퍼졌다.


- 아이야… 아프냐…?
- 지옥보다 이승이 더 뜨겁고 고되더냐…?
- 아이야… 이제 그만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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