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질 어디까지 해 봤니?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건1990년 12월이었는지, 1991년 1월이었는지,그것도 아니면 2월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꽤 추웠던 어느 겨울날이었다.
그의 얼굴을 알기 전,목소리로 먼저 그를 만났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어딘가 쓸쓸함마저 배여 나오는그 감미로운 목소리에나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겼다.
그때내 나이 고작 13살이었다.
그날은 친구들과 서면 동보서적(그 시절 만남의 장소^^)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한 날이었다.책도 볼 겸 조금 일찍 도착했는데 서점에서 카지노 쿠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음 듣는 카지노 쿠폰였는데
이 카지노 쿠폰 참 좋네...
라고 생각하며 한참을 들었다.
제목이 궁금해 직원에게 물어볼까도 생각했지만 차마 그러진 못했고 곧 친구들을 만나 그 카지노 쿠폰에 대한 기억을 금세 잊었다.
그러고는 친구들과 "팬시점이나 가자" 하며 길을 걷는데 카세트테이프를 파는 리어카에서그 카지노 쿠폰가 또 들렸다.(라떼는 말이야~ 길보드 차트라는 게 있었지. 길거리에 울려 퍼지는 카지노 쿠폰가 곧 인기의 척도였던 시절.)
같이 길을 걷던 친구들에게 아는 카지노 쿠폰냐고 물었더니 다들 모른단다.
아까서점에서도 들었는데 이 카지노 쿠폰가 너무 좋다고, 근데 제목을 몰라서 궁금하다 했더니 그중 한 친구가 "물어보면 되지..." 라며 리어카 주인아저씨에게 대신 물어봐줬다.
"아저씨... 지금 나오고 있는 이 카지노 쿠폰 제목이 뭐예요?"
"요즘 젤 유명한 노랜데이 카지노 쿠폰 몰라?
신승훈이라는 가수가 부른 <미소 속에 비친 그대라는 노래야."
그렇게 처음으로<신승훈이라는 이름 석자를알게 되었고 그날 바로 그의 1집 테이프를 사서 늘어지도록 들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모습을 TV에서도 보게 됐고 그렇게 나는 그의 팬이 되었다.
나에게는 중 2 때 같은 반이었던 34년 지기 친구 5명이있다.
우리는 우리를 "206 패밀리"라고 부른다.(2학년 6반이었기에...^^)
그중 H양도 가수 신승훈을 좋아했다. 사실 H양과는 둘 다 그의 팬이라는 이유로 더 빨리 친해졌던 것 같다.
1993년 8월 22일...
H양과 나는 그가 부산에서 첫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에 티켓을 예매했고 새벽부터 가서 줄을 섰다.
(그때는 지정좌석제가 아니어서 빨리 가야 앞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오후 2시 공연에 새벽 5시부터인가 줄을 서기 시작했는데 우리보다 더 부지런한 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래도 어느 정도 앞자리에 앉을 수는 있겠다 기대하며 9시간 가까이 줄을 섰는데 막상 공연장에 들어가니 팬클럽들이 이미 앞자리를 다 장악해 겨우 1층 끝에나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대한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그의 공연은 최고였고(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신승훈 콘서트를 한 번도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고!)그를 더 많이 좋아하게 됐다.
H양과 나는 콘서트가 끝난 뒤 (열받아서) 바로 팬클럽에 가입을 해버렸다.
당시 매주 일요일 부산 시민회관을 가면 신승훈뿐만 아니라 그 당시 인기 있던 가수들의 팬클럽들이 계단 여기저기에 모여 앉아 정기모임을 했다.
나랑 H양도 부지런히 팬클럽 모임에 나갔고 그 덕분에 그가 부산에 공연을 하러 올 때마다 우리는 그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팬클럽만의 특권으로콘서트 때는 그와 팬미팅도 했다.(1일 2회 공연일 때가 많았는데 1회 공연이 끝나면 KBS 부산홀 복도에서 우리는 그를 영접(?)할 수 있었고 가끔은 공항에서 그를 배웅하기도 했다.)
그의 부산 콘서트는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다 보러 갔고(고 3 때도 갔고 딸 모유 수유 중에도 갔고 심지어 아들 출산 한 달을 앞둔 만삭의 몸으로도 갔었다.^^)
2016년에는 그의 첫 소극장 콘서트를 보기 위해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겨둔 채 서울행 기차에 몸을 싣기도 했다. 그의 부산 콘서트가 크리스마스랑 겹칠 때가 많아 본의 아니게 가족들을 버리고(?) 그와 크리스마스를 보내게 된 경우도 많았고 그가 TV에라도 나오는 날이면 그날 리모컨은 하루 종일 내 차지였다.
그런 엄마를 보며유치원 다닐 때만 해도"엄마는 내가 좋아? 신승훈 삼촌이 좋아?"라고 묻던 아들도 이제 그의 카지노 쿠폰를 곧잘 따라 부른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걸 모르는 지인들이 없을 정도다 보니 TV나 라디오에 그가 나오면 어김없이 문자로 그 소식을 알려주고(물론 난 이미 알고 보거나 듣고 있지만...^^) 그의 카지노 쿠폰만 들어도 내가 생각난다며 안부를 묻는 이들도 많다.
라디오 DJ를 할 때는그의 신곡이라도 나오는 날이면 방송국 자료실에 앨범이 들어오기도 전에 개인소장용 앨범을 들고 가 카지노 쿠폰를 틀었고(요즘은 다 음원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에는 직접 CD를 틀기도 했다.) 사심 가득한 선곡들로 나의 프로그램엔그의 카지노 쿠폰가 자주 등장했었다.
3년 전 그의 콘서트 티켓을 예매해 놓고들떠 있는 날 보며 남편이말했다.
“누군가를 그렇게까지 좋아할 수 있는 열정이 있다는 거...
그건 참 좋은 거 같아.
한편으론 자기가 부러워.”
나는 안다.
누군가를 혹은 무언가를 오래도록 좋아하는 마음이삶을 얼마나 단단하게 만들어주는지를...
그리고 어쩌면,내가 무언가를 좋아하고 계속 기록한다는 건나를 잃지 않기 위한 가장 조용한 저항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팬들에게 약속했다.
추억 속에 머무는 가수가 아니라지금도, 앞으로도 함께 노래하는 진행형 가수로 남겠다고...
그리고 말했다.
“녹슬어서 없어지는 신승훈이 아니라,닳아서 없어지는 가수 신승훈이되겠다.”라고...
올해로 데뷔 35주년을 맞은 그는지금 새 앨범을 준비 중이다.
그리고 곧,그 새 카지노 쿠폰를 들고팬들을 만나러 올 것이다.
35년 차 가수의35년 차 팬들은 보채지 않는다.
그저 그의 카지노 쿠폰를 들으며 위로받고,
그의 카지노 쿠폰를 들으며 힘을 얻고,
그의 카지노 쿠폰를 들으며행복한 맘으로 오늘도 기꺼이 기다린다.
다만, 이 기다림이너무 길지 않기만을...살짝 바랄 뿐.
오늘은 그의 생일이다.
내 오랜 짝사랑의 시작을 떠올리며마음속으로 조용히, 그러나 진심을 담아말해본다.
당신의 카지노 쿠폰가,그 시절 내 마음을 어루만져줘서 고마웠고
지금도 여전히내 삶에 함께 있어줘서 참 다행이라고...
신승훈이라는 이름, 그 카지노 쿠폰, 그 시간들...
그 모든 것이 내게는 선물이라고...
#가수신승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