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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빈 Mar 18. 2025

나는 더 이상 고졸로 살지 않기로 카지노 쿠폰

1화-너는 왜 카지노 쿠폰을 안 갔니?

스물다섯, 대학 신입생이 되었다. 친구들은 이미 졸업을 준비하고 있을 나이에 나는 새로운 출발선 위에 서 있었다. 남들보다 한참 늦은 시작이었지만, 고민 끝에 선택한 지난 1년은 심리학도로서 값진 경험들로 채워졌다. 대학은 단순히 학위를 얻는 곳이 아니었다. 과거의 삶을 맞추는 공간이자 미래의 삶을 그려내는 공간이었다. 이 순간들이 휘발되기 전에 활자로서 기록해두려 한다.



“너는 왜 카지노 쿠폰을 안 갔니?” 대한민국에서 20살 이후에도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고졸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외부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일 것이다. 10명 중 7명이 동일한 선택을 하는 사회이니 고졸인 3명을 신비의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신기한 게 당연할 수도 있겠다.


나는 일반 인문계고등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조리고등학교(조리과)에 진학카지노 쿠폰. 자연스레 어떤 대학에 입학할 지보다, 어떤 레스토랑에서 무슨 경험을 쌓을 수 있을지에 더 초점을 두었다. 셰프에게 필요한 건 SKY 졸업장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서(Here and now) 어떤 요리를 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갑자기 왜 대학일까? 답은 간단하다. 요리를 그만뒀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전에 미슐랭 레스토랑에서 인턴십을 했고 아침 7시에 나가서 저녁 10시에 퇴근하는, 삶이 없는 삶을 살았다. 인스타그램으로 20살 친구들이 대학에 가고, 여행을 가고, 연애를 하는 모습을 볼 때 ‘나는 여기 박혀서 무엇을 하고 있지?’라는 의문심이 들었다. 군대를 다녀온 후 다시 고민해 보자고 미룬 후 군대를 다녀왔다. 여기서 포기하기는 아까웠다. 같이 고등학교를 나온 친구랑 대화를 하다 요리를 그만둘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자 “요리에 그렇게 진심이었고, 배우고 싶어서 혼자 매주 서울에 가서 사찰음식도 배운 네가 요리를 그만둔다고?’라고 할 정도였다. 다시 요리를 시작하고 요식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강렬한 자괴감이 들었다. 더 이상 요리에서 즐거움을 찾아 못카지노 쿠폰. ‘내가 여기서 접시나 닦으면서 뭐 하고 있지? 최저임금이나 받으면서, 남들 놀 때 남들 쉴 때 일하면서 사는 게 내가 원하는 삶인가?’ 셰프로서의 꿈은 마음속에서 새싹만 피우다 싸늘한 냉소에 의해 얼어 죽어버렸다.


지금 시점에서 돌아봤을 때 아쉬움은 남는다. 최근 몇 년간 상담을 하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굉장히 높은 이상을 설정하고 이에 현실이 부합하지 못하면 그 간극에서 스스로 엄청난 고통을 느낀다는 것이었다. 미슐랭 레스토랑처럼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여야 하는 곳이 아니라 단계별로 잘 쌓아갈 수 있는 커리어를 만들었으면 아직까지 요리하고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위대한 셰프가 되고 싶다는 꿈이 마음속에서 없어진 걸 인지한 후, 무엇을 원하는지 찾아내야 카지노 쿠폰. 당시 전라남도 곡성에서 홀로 농사짓고 살면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첨예하게 고민카지노 쿠폰.('곡성포레스트'당시의 기록을 담아둔 글들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이지? 잘하는 것은? 어떤 커리어를 쌓고 싶은가?'. 수개월간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대학’이었다. 글쓰기를 즐겨하고, 책 읽기를 좋아하고, 질문하는 것을 기뻐한다. 삶의 가장 큰 행복 중 하나가 이전에 보지 못한 세상을 만날 때이다. 물리학을 통해 시간이 상대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심리학을 통해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 배우고, 천문학을 통해 우리는 별의 자손이라는 것을 마주할 때 느끼는 그 황홀감. 과거에는 이를 정규교육과정 밖에서 끊임없이 찾았다. (한국 교육과정에 극도의 회의감이 있어서 그랬을까?) 어느 날 문득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이라는 정규교육기관이 있는데 왜 이걸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토록 넓은 세상을 보고 싶다면 대학에 가자고 결심했다.


일반고등학교를 나오지 않았기에 입시에 대한 이해가 전무카지노 쿠폰. 조리고등학교로 말하자면 2학년부터 수학을 배우지 않고 내신 시험이 있는 날은 빨리 찍고 자는 날이었다. 선택지는 학원 밖에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첫 목표는 의대였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을 가는 거면 공부량이 제일 많은 곳에 가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집 근처에 대형 재수종합학원이 있어서 등록카지노 쿠폰.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지원해 주셨는데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의대를 합격했더라면 ‘공부를 많이 하고 싶어서 의대를 진학했어요’라고 글을 썼겠지만 현실은 달랐다. 재수학원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스스로를 부수는 과정이었는데 비대해진 자아를 현실의 칼날로 조각조각 냈었다. 다행히 재수학원을 다니면서 정신과 진료를 1년간 함께 받기 시작해서 ('정신과 진료는 삶을 바꿀 수 있을까' 1년간의 상담기록이다) 겨우 완주할 수 있었다. 처음 대학에 가야겠다고 생각한 시점에는 의대였지만 이후에는 생명공학 쪽으로 한국에서 진학 후 살아보고 싶었던 독일에서 의대를 지원하자고 계획카지노 쿠폰. 하지만 6월 모의고사를 쳐도 여전히 성적이 잘 안 나오니 문득 스스로에게 물었다. ‘왜 꼭 이과를 가야 하지? 글을 쓰고 사유하기 위해서 대학에 가는 것인데 그렇다면 철학과나 인문학이 더 맞지 않을까?’. 그렇게 방향을 180도 돌려서 문과로 이전카지노 쿠폰.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주관하는 시험은 총 3가지(6월, 9월 모의고사 11월 수능)이다. 9월 모의고사를 응시한 후 논술에 모든 것을 걸기로 카지노 쿠폰. 원래 글 쓰는 것을 좋아하니 내가 가진 장점에 모든 것을 베팅하자는 생각이었다. 마침 9월 모의고사에서 국어 3등급, 영어 2등급(89점), 탐구 3등급이 나왔는데 이 정도 상승곡선이면 대학에서 요구하는 논술 최저등급 또한 맞출 수 있겠다는 판단을 카지노 쿠폰. 그래서 6개의 대학 논술 응시를 했지만 킬러문제를 없애겠다고 단언한 2024 수능날 기괴한 국어에 원투펀치를 맞고 단 한 군데만 최저를 맞출 수 있었다. 자신 있었던 논술에서 마지막 남은 보루마저 예비번호를 받아서 아무 곳도 합격하지 못카지노 쿠폰.


수학을 포기한 내게 선택지는 없었다. 처음에는 철학과를 지원하고 싶었다. 대학에 원하는 것과 철학과의 이미지가 맞아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원 가능한 대학에는 철학과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와 제일 유사하게 느껴진 심리학과를 선택했다. 가끔 동기들이 왜 심리학과를 선택했는지 묻는데 정말 별 다른 이유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철학과 가지 않기를 천만다행으로 생각한다..) 제일 좋아하는 것과 가지고 있는 선택지를 융합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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