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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굽남 Jan 09. 2025

카지노 게임 사이트 같았던 청년의 놀라운 반전

잊지 못할 아르바이트생 K군.

'인사가 만사'다.

특히, 자영업은 더욱 절실하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잘 뽑고 싶었다. 그런데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고깃집 지원자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년 전, 오픈을 앞두고, 지원하는 사람은 무조건 채용했다. 도무지 '면접'만 봐서는 알 수가 없었다.


나도 초보인데, 누구를 평가하겠는가?

면접을 보는 의미가 없을 정도로 사장인 내가 '기준'도 '원칙'도 없었다. 그저, 경험 있는 분들을 우선 선발했고, 초보인 친구들은 후순위로 선발했다. 그런데, 한 달 지나니까 모든 것이 명확하게 나타났다.


기대했던 경력 5년 이상의 베테랑 직원은 가장 속을 썩였고, 고3 졸업하고 이제 갓 성년이 된 생애 첫 아르바이트생이 가장 사랑스러웠다. 경력자대부분은 1개월도 안 돼서 모두 그만뒀다. 생애 첫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은 끝까지 약속된 시간을 다 채웠다.


그중 잊지 못할 아르바이트생 K군이 있었다.


면접에서 첫인상은 '히피족' 느낌이었다. 헤어스타일은 '장발'이고, 패션은 '집시'를 연상시킬 정도로 허름했다. '자유로운 영혼이겠구나', '명령과 지시에 잘 따르지 않겠는걸', '분위기 흐리는 것 아냐' 등등의생각이 피어올랐다. 일단 한 달만 일 시켜보자는 생각으로 채용했다.


그는 비범했다.


오후 2시부터 밤 11시까지 9시간의 노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불평'을 한 적이 없다. '불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감 자체가 '평온'이었다.

고객이 밀려드는 러시타임에도 고객들의 클레임이 있어도, 그는 '온화'했다. 사장인 나조차 '멘털'이 흔들릴상황에서도, 그는 동요하지 않았다.상황에 이끌리지 않았고, 상대의 상태에 반응하지 않았다.


고객의 클레임과 '화' 앞에서도 외유내강의 존재감이다. 일처리는 차분했고, 표정과 말투는 부드러우면서 명확했다.

그의 존재방식에서 '화', '짜증'을 느껴본 적이 없다.

50 평생 '화'없는 삶을 꿈꾸던 나에게 그는 경이로운 존재였다.그와 함께 일하면 나도 평온해졌다.


그는 코처블 했다.

교육한 대로 가르친 대로 행했다. 100% 수용했고 100% 발현했다.그의 말은 늘 '네', '제가 하겠습니다' 뿐이었다.청소, 서빙, 주방조리, 고기 굽기 등 모든 업무를 매뉴얼 대로 했다.흐트러짐 없이 꼼꼼했다. 빠짐없이 온전했다.


러시타임, 일의 선후와 경중을 모르고 일하는 친구들이 많다. 열심히 하는데 잘하지 못하는 친구 들다.예를 들어 열심히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데, 기존 손님은 추가 주문을 한다고 부르고, 신규손님이 들어오면,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대부분의 친구들은 전체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열심히 테이블만 치우고 있다.


그는 기존 손님에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말하고 나서, 신규손님을 응대하고, 기존손님의 주문을 받고다시 자신이 하던 테이블 치우기를 한다. 선후경중을 따져서 동시에 3~4가지 업무를 차분하게 대처했다.매뉴얼대로 정확하신속하게 일처리를 해냈다.


그는 타인을 배려했다.

말없이 일했다. 그나마 내뱉는 말은 "제가 할게요"였다.

사장인 내가불판을 닦거나 테이블을 치우는 일을 하면 어느새 와서"사장님 제가 할게요"하면서 나를 배려했다. 모두가 꺼려하는 쓰레기 분리수거, 음식물 버리기 등의 업무는 항상 앞장서서 본인이 도맡았다. 타인에 대한 배려가 몸에 베여 있었고, 주저함이나.계산 없이 자연스러웠다.


그는 음악을 사랑했다.

브레이크타임에는 종종 그와 함께 사우나를 갔다. 사우나를 하면서 사적인 대화를 나눴다. 중고등시절 이야기, 관심사에 대해서, 미래 진로에 대해서 등등. 그의 관심사는 음악이었고 진로 또한 음악과 연관돼 있었다. 그는 직접 작사 작곡해 노래도 부르는 싱어송라이터였다.


크리스마스이브. 전체 직원 회식을 했다. 그에게 공연을 부탁했다. 그는 기타까지 준비해 와서 모두게 자신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따뜻하면서 부드러운 선율이었고 가사는 자연친화적이었고 인간애를 담고 있었다.

웃음과 감동이 는 성탄절 이브였다.그는 주변사람들에게 사랑과 평온함을 선물했다.


5개월 정도 일하고 그는 떠났다.

음악 하는 친구들과 함께 음악을 하겠다고 떠났다. 잊지 못할 아르바이트생 K군. 그의 소망이 꽃피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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