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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의 이방인 Dec 01. 2024

삶은 수프고 카지노 게임 포크야

넘어진 김에 쉬어간 제주도 한 달 살이

둘 다 교환학생이 확정된 남편과 카지노 게임 핀란드 생활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독일에서의 1년이 끝나면 논문만 남았기 때문에 굳이 핀란드로 돌아갈 필요가 없었고, 내가 공부하는 학교도 캠퍼스가 작은 탓에 3학년부터는 오프라인 수업이 없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미련 없이 짐을 정리했다. 심심한 핀란드에서 더 오래 있고 싶지 않았기에 엄청 덥지만 같이 한국에 가서 여름을 보내기로 했다(그런데 한국의 여름이 이렇게 길고 더웠을 줄이야). 남편은 결혼 전 한국에 한 번 간 적이 있었는데 일주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이었기에 한국을, 아니 서울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동안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보며 하고 싶었던 것들을 리스트로 적어 가면서 엄청 기대를 하고 있었다. 나름 우리는 미니멀리스트라고 자부했었는데 그새 짐들과 가구가 꽤 늘어서 핀란드의 당근 마켓이라 할 수 있는 또리(tori.fi)라는 곳에서 물건을 팔면서 정신없는 한 달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독일에 있던 전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서로 근황을 얘기하다가 그 친구가 혹시 나에게 다시 돌아올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지금 팀에서 가을부터 일할 사람을 채용 중인데 나랑 다시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고, 팀장님도 내가 다시 돌아가면 좋아하실 것 같다고 했다. 안 그래도 핀란드에서 오래 살지는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차에 이런 얘기를 들으니 너무 고맙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하고 있는 공부가 있고, 게다가 교환 학생으로 한국에 가기로 계획이 다 세워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카지노 게임 현재 독일 거주 비자가 없고 전 회사에서 비자 지원을 해 줄지 확실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전 회사에서 최종 합격 소식을 받았을 때도 나에게 독일 거주 허가증이있는지 제일 먼저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들 때문에 카지노 게임 바로 확답을 줄 수가 없었고 좀 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이 친구가 팀장님한테 내 얘기를 했는지 며칠 후 팀장님도 나에게 연락을 해 농담으로 9월부터 트레이닝 시작이라고 하며 내가 다시 돌아와서 같이 일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팀장님에게 사실 독일 거주허가증이 없고, 남편이 독일로 가기는 하지만 교환학생으로 가는 거라 배우자 비자가 나올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혹시 회사에서 비자 지원이 가능할지를 물어보니 인사팀과 상의를 해 보고 얘기해 주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일단 예정대로 한국으로 왔는데, 생각지도 못한 일이발생했다.


가족이란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기타노 다케시


한국에 오니 그동안 카지노 게임 내다 버리고 싶은 가족이 되어 있었다. 분명 한국에 가기 전에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었다고 아빠에게 말씀을 드렸고 아빠는 집에서같이지내고 말씀하셨다. 작년에 엄마를 보내고 집에서 혼자 계시는아빠였기에 내가 같이 가서 지내면 좋아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그건 나착각이고 환상이었다. 카지노 게임 전혀 몰랐다. 내가 간다는 것이 그렇게 큰 짐이고 스트레스였을 줄은.

한국에 도착해서 아빠와 얘기를 하면서 근황 얘기를 하다가 사실 독일 회사에서 다시 올 생각이 있냐고 물어봤다고 했다. 그다음 날부터 아빠는 뭔가 불편해 보이시더니 다음날 저녁 벌컥 화를 내시더니 나보고 이 나이에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당장 팀장에게 연락해 독일로 돌아가라고 하셨다. 그래서 독일 비자를 못 받을 수도 있다고, 그러면 독일로 갈 수가 없다고 말씀드리니 한국에 있을 거면 따로 나가서 지내라고 하며 나와 남편을 내몰았다. 그래서 한국에 도착한 지 3일 만에 시차 적응도 못한 채 나와 남편은 짐을 다시 싸서 나와야 했다. 작년에 나에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 보라고 격려해 주던아빠는 이제 없었다. 카지노 게임 그저 아직도 어딘가에 자리잡지 못하고 한국으로 꾸역꾸역 들어온 짐스러운 가족이었다.


오자마자 멘탈이탈탈털렸지만 같이 온 남편에게너무 미안했기에 카지노 게임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래서 급하게 단기 숙소를 구하고 그곳에서 지내기 시작했는데 분노하고만 있을 수도 없고 한국거의 처음이다시피한남편도 챙겨야 했기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처음엔 핀란드로 다시 돌아갈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고작 이런 일 때문에 계획을 바꿔야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든지 그냥 지내보기로 했지만 뭔가 서울에 있으니 계속마음이 답답하고 화가 났다. 그래서 우선 부산행 티켓을 끊었다.

사실 영화 '부산행'을 보고 부산행 KTX 기차를 타고 싶다는 남편의 귀여운 바람이자 우리의 리스트목록중 하나이기도 했다. 모든게꽉꽉 들어찬 서울에 있다가 트인 부산의 바다를 보니 마음이 뚫리면서 나아지는같았다. 시원시원하고 터프한 부산 사람들도 마음에 들었고, 예전 같으면 극성수기의 복잡함이 싫었을 텐데 워낙 조용한 핀란드에서 살다가 오니 이런 시끄러운북적거림과 활기찬 느낌좋았다. 그렇게 부산에서 잠시 지낸 우리는 이상 떠돌기 싫어서 곳에 자리 잡고 지내보기로 했다. 그래서선택한제주 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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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했던 마음을 조금은 뻥 뚫어준 부산




제주 한 달 살이가 유행일 때도 제주도에서 한 달까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제주에서 이렇게지내게 되었다. 처음에 도착했을 땐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보통 제주도의 자연을 느끼고 싶어서 제주도로 오지만 카지노 게임 자연 속에서 계속 살다가 왔기에 대도시의 볼거리와 편리함이 더 좋았다. 게다가 예상치못한 지출이 생기면서 일단 뚜벅이로 지내기로 했기에 그 불편함은 더 컸다. 길고 긴 폭염 속에서 어디를 가려고 하면 숙소를 나오자마자 지쳐버렸고, 버스를 타고 어디를 가려고 해도 기본 1~2시간 정도걸렸다. 배차 시간이 길어서 30분 넘게 버스를 기다리는 일도 허다했다. 그렇게 3주를 버티고 마지막 일주일은결국 차를 렌트해서 다녔는데 그렇게 시원하고 편할 수가 없었다.


매일 나가서 돌아다니진 않았다. 가끔은 집에서 그냥 쉬기도 했고 숙소 근처만 잠깐 걷다가들어오는 날도 많았다. 남편은 방학 때 핀란드 교수님과 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집에서 하루종일 공부할 때도 있었고, 그럴 때면 카지노 게임 혼자 나가서 장을 보고 오거나 하면서 그냥 제주도에서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즐겼다. 처음 2주까지는시간이 빨리 가지 않서울로 빨리 돌아가고 싶다고 느껴졌는데, 2주 후부터는 시간이 훅훅 지나가 나중에는 제주를 떠카지노 게임 게 아쉽게 느껴졌다. 너무 자연자연하다고는 했지만 그래도 제주도의 경치는 아름다웠다. 특히 올레길 몇 개를 걸어보았는데, 동선도 좋고 길도 잘 정비되어 있고 걸으면서 보는 풍경이 예뻐서 나중에 시간이 되면 남편과 올레길을 완주해 보기로 했다. 딱 극성수기인 8월 여름에 있었기에 중국 관광객도 많았고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북적거렸지만 그래도 뜨거운 여름에 바다에서 맘껏(해파리변수가 있긴 했지만) 수영할 수 있어서 추워진 지금 그때를 떠올리면 그 뜨겁고 힘들었던 여름의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제주도 자연 속에서의 휴식, 역시 자연

그렇게 뜨겁고 정신없는 여름을 잘 보낸 후 남편은 독일로무사히 돌아갔고, 카지노 게임 한국에 있으면서 본격기러기 부부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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