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선고날의 소회
지난 3월스페인은 이상하리만큼 비가 많이 왔다. 거의 매일 비가 내렸다. 하루 종일 내리는 3월의 비를 나는 병실에서 바라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비가 내리던 3월의 어떤 날 퇴원을 했다. 배에는 개복한 상처가 길고 깊게 남았다.
대부분의 여성이 가지고 있는 자궁근종이라는 흔한 질병이었지만, 개복을 해서 여러 개의 근종을 제거하는 수술의 후유증은 작지 않았다. 어쩌면 병 그 자체보다 수술 후가 더 견디기 어려웠다. 배의 카지노 게임 때문에 복근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일주일은 허리를 살짝 구부린 채 걸어야 했고 느림보처럼 걸었다. 가장 견디기 어려운 순간은 기침을 할 때였는데 아무리 몸의 충격을 적게 하려 해도 기침이 나는 순간, 배가 칼로 찔리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순간의 고통이 지나간 자리에는 여운이 긴 작열통이 이어졌다. 나중에는 약간 노하우가 생겼는데 그건 기침을 할 때 최대한 몸을 둥글게 말아 웅크리는 거였다. 물론 모든 고통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지만.
그즈음에는 날카로운 칼을 보면 소름이 돋아 사과 하나 잘라먹기가 힘들었다. 칼 끝을 볼 때면 칼이 배를 갈랐다는 생각이 들어 자꾸 무서웠다. 그때 나의 바람은 옆으로 눕는 것이었다. 옆으로 누우면 고통이 더 심했기에 늘 등을 침대에 대고 누워 있어야만 했다.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고 비가 와 밖을 나가기 싫은 날들이었지만 개복 수술 후에는 오히려 많이 걸어야 회복이 빠르고 장기 유착이 예방된다 하여 비가 그나마 잦아든 때를 골라 되는대로 열심히 걸었다. 일주일은 참으로 더디게 회복되는 거 같더니 어느 순간 기침을 해도 이전만큼 죽을 듯이 고통스럽지 않았다. 그때부터는 매일이 다르게 몸이 회복하는 게 느껴졌다. 걸을 때 등을 곧게 펴게 되고 살짝 빠르게걷는 것도 어렵지 않아 졌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려면 한참이 걸렸던 게 수월해지고 배의 카지노 게임를 압박해 입지 못했던 바지도 다시 입을 수 있게 되었다.
매일 나아지는 몸을 느끼며, 나는 문득 용기가 생겼다. 피부를 가르고 피하조직을 가르고 근막을 잘라 장기의 혹까지 절제하는 이토록 깊은 카지노 게임에도 이렇게 몸은 꾸준히 그리고 기어코 카지노 게임를 기우고 메꾸어 내는구나.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육체가 실은 이렇게나 강한 생명력과 회복력을 가진 존재였구나. 어느 날, 드디어 몸을 옆으로 뉘이며 나는 내 몸을 기꺼이 또 기특히 보듬었다.
4월 4일. 약간 소란스러운 바깥 소음에 눈이 떠졌다. 병가가 끝나고 여행가이드의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행사하는 팀과 함께 숙박한 톨레도의 호텔이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은 더 자도 될 시간이라 눈을 다시 감으려다 문득 뉴스를 검색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 지난 길고 어두운 겨울 동안 한국 사회를 둘로 나누고 끊임없는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사건의 결과를 확인했다.잠이 다시 올 것 같지 않아 일어나 뉴스를 들으며 천천히 나갈 채비를 했다.
큰 아픔은 사라졌다 해도 여전한 배의 흉터를 매일 만져본다. 흉터 회복 연고를 바르는 손끝에는 아직 갈라진 카지노 게임의 느낌이 선명히 느껴진다. 그러나 이 카지노 게임가 더 이상 고통은 아니다. 이 카지노 게임를 이렇게 빨리 회복해 낸 것처럼, 살아가는 날 동안 또 필연적으로 새겨질 몸과 마음의 생채기도 끝내는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카지노 게임이다.그렇게 어떤 카지노 게임 용기가 된다.
반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의 상처도 깊었다. 그러나 어떤 날이 오면 일어날 것이고 또 지나면 수월히 걸을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상처의 흔적은 회복의 증거로서만 유의미해질 날이 찾아올 거다. 길고 지루했던 3월의 비가 끝난 2025년 4월 4일, 이러한 소회 속에 마주한 톨레도의 하늘은 찬란히 맑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