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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런브 Mar 28. 2025

새벽 6시 30분의 악몽, 영국 카지노 게임 들이닥치다 #3

세 번째 이야기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잠을 청해 보았다.


새벽부터 일어난 일들이 머릿속을 계속 스쳐 지나가며 걱정과 근심이 마음 위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은 듯했다.

저녁에 눈을 감아봐도 계속 뒤척이며 아래층 아들의 방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잠깐 잠이 들었나 싶은 새벽, 몇 시인지 모르는 시간에 아들이 갑자기 방으로 들어와 내 곁에 누워 울기 시작했다. 소리 내어 서럽게 울었다.


카지노 게임과 이야기할 때, 카지노 게임과 함께 집을 나설 때도 “엄마, 걱정하지 마. 나 괜찮아”라던 아들이 잠 못 이루고 새벽까지 홀로 울다가 결국 내 곁으로 온 것이다.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괜찮다고위로해 주며 어느새 듬직해진 아들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그렇게긴 밤을 보내고 다음 날 아침, 휴대폰에서 학교 번호가 울렸다. 겨울방학이라 전화 올 일이 없었기에 직감적으로 카지노 게임이 학교에 보고했음을 알았다.


학교 교감 선생님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교감 선생님은 카지노 게임에서 연락을 받았다며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학교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한 듯했지만, 가장 먼저 물어본 것은 아들의 상태였다. 아들이 괜찮은지 걱정하며 학교 차원에서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상의해 보자고 했다.상황상 학교에 부담이 될 수도 있었지만, 학교는 오히려 아들을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 미팅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자고 했다.


다음 날 교감 선생님과 학년 주임 선생님은 아들과 나를 위한 줌 미팅을 마련했다.


상세한 상황을 묻기보다는 아들이 생활은 잘하는지, 잠은 제대로 자고 있는지를 먼저 확인했다. 대학 인터뷰를 앞둔 아들의 마음이 어떤지, 학교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었다.

학교도 우리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모두 당황스러웠지만, 아들이 심적으로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상담 전문가와 연결해 주겠다고 했다. 다만 카지노 게임의 제지로 인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될 수밖에 없음을 미안해하며 양해를 구했다.


그날 이후 아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는 일도,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도 모두 멈춘 채 집 안에서 풀이 죽어 누워만 있었다. 공부도, 식사도,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아들은 억울함이나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은 조사가 끝날 때까지 아들의 행동반경을 제한했다. 학교 내 활동뿐 아니라 스쿨버스를 타는 것까지 모두 제한이 있었다.아들도 이런 조건에 힘들어했지만, 학교 또한 난처해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인터뷰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에 벌어진 이번 일은 우리 모두에게 힘든 나날이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어렵게 느껴지기 시작했지만, 이내 익숙해져 가고 있을 무렵 카지노 게임에서 연락이 왔다.


아무런 혐의가 없으니 조사를 끝내겠다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카지노 게임의 무심한 태도에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일이 없는 것만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 가족은 아들의18세 성인식을 톡톡히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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