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읽는가. 그 질문을 붙잡고 한참을 고민했던 적이 있다. 오래 붙들고 있었지만, 결국 딱 떨어지는 답은 찾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저, 책이 있으니까 읽는다. 누군가가 권하지 않아도, 특별한 목적이 없어도, 눈앞에 책이 놓여 있기에 읽게 되는 것이다. 나는 그 단순한 이유로 책을 읽고 있다.
하지만 읽는다고 해서 모두 내 것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처음 만났을 때 참 근사해 보이고, 문장도 매끄럽고 겉표지도 훌륭하지만, 다 읽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고 어딘가 어설퍼 보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지만, 한 줄의 문장 때문에 몇 날 며칠을 그 자리에 붙잡혀 있을 때도 있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늘 있지만, 그런 무료 카지노 게임 항상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그 안에 깊고 단단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서점의 전면 진열대에 놓이는 일은 드물다. 스위스 작가 페터 빅셀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책일 경우, 첫눈에는 좋은 무료 카지노 게임요 근사한 책일 때가 많다.
내가 책을 통해 배울 점을 찾는 경우, 그런 책은 독자가 찾아 주지를 않는다.
- 페터 빅셀
많이 팔린 책이 좋은 책인가. 많이 읽혔다고 해서 오랫동안 남는 책인가. 그 질문 앞에서도 나는 자주 머뭇거리게 된다. 물론 많이 팔리는 책이 좋은 책일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더욱이 요즘처럼 출판 시장이 철저히 자본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대에는, 어떤 책이 ‘팔릴 책’으로 먼저 정해지고, 그 책이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 또한 정교하게 설계된다.
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때로는 의도치 않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경우도 있다. 마케팅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일정한 성공 가능성을 확보한 셈이다. 그런 책은 출간되기 전부터 ‘성공의 분위기’를 두르고 등장한다.
이 모든 일은 독자인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벌어진다. 출판은 점점 더 ‘누가 무엇을 팔고 싶은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고, 나는 그 안에서 선택권을 행사하는 소비자에 머무를 뿐이다. 내가 원하는 책은 그 흐름 속에 숨어 있고, 때로는 아주 먼 길을 돌아야 비로소 만나게 된다.
『무료 카지노 게임 되어버린 남자』라는 책을 읽으며 그런 생각이 더 깊어졌다. 이야기 속 주인공은 말 그대로 ‘무료 카지노 게임 되어버린’ 인물이다. 책장에 꽂혀 사람에게 읽히고, 아무렇게나 취급되며, 어떤 의미에서는 하나의 사물이 되어버린 존재다. 그는 왜 무료 카지노 게임 되었을까. 무료 카지노 게임 되어 자신을 읽는 사람, 자신을 막 대하는 손길을 견디며 살아가는 경험은 어떤 것일까.
그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책으로 살아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이 이야기가 책을 둘러싼 우리의 관념과 습관, 그리고 책에 대한 편견을 드러낸다는 점이다. 그중 하나는 편집자에 대한 묘사로 잘 드러난다.
편집자는 하루 종일 책을 읽는 일을 업으로 삼는다. 그런 사람에게 여유 시간에 또다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선물로 받은 무료 카지노 게임라면 더더욱 그렇다. 대충 훑어보고, 건성으로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저자는 이 모습을 통해 우리가 책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다시 묻는다.
『이름 없는 작은 책』이라는 작품도 생각난다. 이 책 역시 책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지만, 훨씬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작고, 이름도 없는 책. 하지만 누군가가 그 안에 무엇을 써 내려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무료 카지노 게임 되어간다. 지금은 의미 없고 작은 존재일지라도, 그 가능성은 여전히 살아있다고 말해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책이 되어버린 남자’는 우리에게 희망을 말하고 있는가, 아니면 절망을 건네는가. 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동안 머물렀다.
주인공 비블리 씨는 어딘가 강박적이다. 매일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골라 외우고, 스스로 정리한다. 그는 책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아니면 책에 집착하는 것일까. 저자는 그런 인물을 통해 독서에 몰두한 이들의 모습을 어딘가 냉소적으로 그려낸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 속에서도 마음에 남는 문장이 있다.
책장은 곧 그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나에게 당신이 가진 책을 보여 주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줄 수 있다.
– 알프레드 마이스너
예전에는 책장을 남에게 보이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이제는 다르다. 온라인에서 서로의 책을 소개하고, 서재를 찍어 올리며, 읽은 책을 리뷰한다. 블로그에 읽은 책을 기록하고 있다. 다른 이의 생각에 답하고, 나의 감상을 더한다. 때로는 이 모든 것이 지나치게 노출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너무 많은 것을 공유하는 건 아닐까. 그게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솔직히 말하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서로 읽는 책을 공유하는 공간은 필요하다.
- 참조: 무료 카지노 게임 되어 버린 남자, 알폰스 슈바이거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