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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루장 Apr 25. 2025

카지노 게임 모두에게 은혜롭다?

그들은 카지노 게임을 ‘읽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을 ‘이용’했다.

노예제는 사라졌다. 그러나 타인을 착취하고 억압하려는 본성은 여전히 제도 속에 살아 있다. 불우한 사람을 정당화하며 이용하려는 욕망은 시대를 초월한다. 그리고 그 욕망을 가장 정교하게 정당화해 준 도구 중 하나가 성서였다.


왜 카지노 게임은, 혹은 하나님은, 누군가에겐 해방의 근거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지배의 도구가 되는가. 왜 성서는 모두에게 은혜롭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가.


기독교는 고통받는 이에게 자비로운가. 아니면 하나님을 앞세워 자신의 이익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된 것일까. 성서는 만능의 권위를 자랑하지만, 문제는 그 권위를 누구나 자기 편의에 따라 끌어다 쓸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부는 카지노 게임에서 노예제의 정당성을 끊임없이 찾아냈다. 노예제는 가부장적 온정주의의 실천이었고, 기독교의 박애 사상을 실현하는 방법이라 여겼다. 심지어 미개한 흑인을 문명으로 이끄는 ‘기독교적 교육’이라 자부하며, 이러한 ‘사명’을 짊어진 자신들 곁에 하나님이 있다고 믿었다.


반면, 북부의 반노예제론자도 성서에 노예제 폐지에 대한 명확한 구절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자구에 갇히기보다 복음의 정신을 따랐다. 모든 사람을 사랑하라는 기독교의 핵심이, 노예제 반대의 확고한 근거가 되었다. 성서에 배어 있는 인류 평등의 이상이 그들의 신념을 지탱했다.


1860년,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남부는 연방을 탈퇴했다. 그는 노예제 폐지를 직접 언급한 적 없었지만, 남부는 그가 일찍이 남긴 말 한마디를 기억하고 있었다. “갈라진 집은 설 수 없다.”


남부가 노예제에 그렇게까지 집착했던 이유는 단순한 경제 논리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들의 정치와 사회, 문화 전반을 지탱하는 생활 토대였기 때문이다. 노예제를 포기한다는 건, 자신의 삶 전체를 부정하는 일이었다.


카지노 게임은 모두에게 은혜롭다. 하지만 그 은혜는 누구를 향하고 있는가.


남북전쟁 당시, 진리를 따르기보다 진리를 이용했다. 성서는 진리였지만, 인간은 그 진리를 제 입맛대로 쪼개어 사용했다. 노예제를 반대하면서도 인종차별을 내면화했던 북부, 노예를 아꼈다 말하면서 그 노동을 착취했던 남부. 결국, 누구도 완전히 자유롭지 않았다.


오늘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종주의는 여전히 종교의 이름으로 존재한다. ‘하나님’이라는 이름은 지금도 혐오와 전쟁, 억압을 정당화하는 데 쓰인다. 믿음의 언어는 오늘도 누구에겐 칼이 되고, 누구에겐 위로가 된다.


카지노 게임이 모두에게 은혜롭다면, 우리는 그 은혜를 어떻게 읽고 있는가. 누군가에겐 해방이 된 카지노 게임이, 다른 누군가에겐 고통의 근거가 되어왔다면, 우리는 그 균열을 어떻게 마주할 수 있을까.


성서는 우리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들 말한다. 그래서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누구를 위하는 해석인지, 누구를 지우는 신앙인지. 그 질문이 없다면, 오늘도 하나님은 두 얼굴을 가진 채 우리 곁에 있을 것이다.


그들은 카지노 게임을 ‘읽지’ 않았다. 카지노 게임을 ‘이용’했다.


문제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지금도 혐오와 차별, 전쟁과 억압이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다. 성서는 누구든 자기편으로 만들 수 있는 무한한 인용의 보고다. 언제나 열려 있었고, 언제나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되었다.


다름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해석의의도다. 누군가는 해방을 위해 카지노 게임을 읽고, 누군가는 지배를 위해 카지노 게임을 사용한다.


위선적인 기독교는 바로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억압의 구조를 설계하고, 그 위에 하나님을 앉힌다. 폭력에 카지노 게임을 입히고, 차별에 복음을 포장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하나님의 뜻을 따르고 있다고 믿는다.


카지노 게임은 모두에게 은혜롭다. 그 은혜가 해방의 복음인지, 억압의 이데올로기인지는 오직 인간의 손끝에서 갈린다.


- 참조: 김형인, 『두 얼굴을 가진 하나님: 성서로 보는 미국 노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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