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노 쿠폰 베스트 5를 추려보자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흔적을 남긴다. 그중에서도 오늘은 카지노 쿠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카지노 쿠폰로 쓰는 것들'이다. 왜냐하면 나는 카지노 쿠폰를 카지노 쿠폰로 쓴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럴 것이다.
카지노 쿠폰로 쓰는 것: 영수증, 껌 종이, 새 옷 태그, 연필, 면봉, 남의 명함, 나뭇잎, 안경닦이, 기타 등등.
카지노 쿠폰 쓰지 않는 것: 책갈피.
출처: 이지수 작가의 ‘내 서랍 속 작은 사치’
서점에 가면 예쁜 카지노 쿠폰가 많이 있다. 가죽으로 만든 것, 한지로 만든 것, 금속으로 만든 것까지. 하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선물용으로 사거나, 사서 서랍 속에 고이 모셔두는 용도일 뿐이다. 왜냐하면 그 예쁜 카지노 쿠폰들은 오랜 시간이 지나기 않아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늠끈이 있는 책을 만나면 반갑다. 그것은 절대 잃어버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로 책을 읽을 때는 전혀 다른 것들이 카지노 쿠폰의 역할을 한다. 그것은 내가 책을 마지막으로 덮은 장소가 어디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대중교통 안이라면 내 가방 안에 있는 영수증, 메모지, 심지어 뜯지 않은 요거트 스푼, 상비용 두통약, 약봉투, 비닐봉지를 접어서 끼워놓은 적도 있다.
집이라면 두루마리 티슈, 눈앞에 있는 다른 책의 띠지, 면봉, 안경을 끼워놓기도 한다. 회사에서는 책상 위에 있는 가루 비타민, 꿀스틱, 충전 케이블, 거울, 스틸자, 가위.. 모든 것이 가능하다. 두꺼운 것들은 오래 끼워두면 책이 상하니까 잠깐만 넣는 것을 추천한다.
그럼 내가 카지노 쿠폰 사용하는 베스트 5를 소개해보겠다.
1. 영수증
가장 흔한 것은 영수증이다. 원래대로라면 한 달도 못 살고 쓰레기통에 갈 운명이었는데, 카지노 쿠폰가 되는 순간 삶이 연장된다. 물론 그것도 잠시, 책을 다 읽는 순간 다시 쓰레기통행이지만. 영수증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무임승차' 인생을 살다 가는 셈이다. 그러고 보니 영수증보다 더 좋은 신분 상승의 사례가 있을까?
2. 껌 종이
껌 종이는 카지노 쿠폰계의 향수 장인이다. 특히 민트향 껌 종이는 자신의 존재를 시각이 아닌 후각으로 주장한다. 책을 펼칠 때마다 "저 여기 있어요~"하며 상큼한 향기를 풍기는 모습이 마치 은은한 향수를 뿌리고 다니는 사람 같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향기는 사라진다.
3. 각종 상품의 태그
새 옷에 달려있던 태그도 자주 카지노 쿠폰가 된다. 특히 두툼하고 질이 좋아서 카지노 쿠폰로 아주 제격이다. 특히 옷가게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귀여운 홍보물이나 이형지에 붙어있는 스티커는 책 속에서 오랫동안 살아남는다. 때로는 그 태그에 적힌 세탁 주의사항을 읽으며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문득 "아, 이 옷 산 날 이 책을 읽고 있었지."라는 기억이 떠오르기도 한다.
4. 카페 스탬프 카드
얼마 전에는 회사 앞에서 2년 전쯤 다니던 카페의 스탬프 카드를 발견했다. 스탬프가 9개나 찍혀있었는데, 하나만 더 모으면 공짜로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었을 텐데. 그 카페는 이제 문을 닫았고 나는 직장을 옮겼다. 그때 매일 아침 들르던 그 카페에서 바리스타와 나눈 짧은 대화들, 늘 같은 자리에서 책을 읽으며 마시던 커피... 다 찍지 못한 스탬프 카드 한 장에 그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5. 안경 닦이
안경닦이는 의외로 실용적인 카지노 쿠폰다. 책을 읽다가 안경이 흐려지면 바로 꺼내서 닦을 수 있고, 다 닦은 뒤에는 다시 카지노 쿠폰로 돌아간다. 일석이조랄까? 하지만 가끔 안경닦이를 찾지 못해 주변에 있는 책들을 하나하나 넘겨야 할 때면, 이것이 과연 현명한 선택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기타 후보로는 면봉, 남의 명함 등이 있다.
면봉은 좀 특이한 카지노 쿠폰다. 보통은 화장대에 있어야 할 면봉이 어떻게 카지노 쿠폰가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가끔 책을 펼치면 그곳에 면봉이 있다. 비닐로 개별 포장한 면봉일 때도 있고, 때로는 화장솜이 끼워져 있기도 한다.
남의 명함도 자주 카지노 쿠폰가 된다. 특히 직장인들의 책에서 많이 발견된다. 회의 중에 받은 명함을 책상에 올려놨다가 회사에서 읽던 책 사이에 넣어두었다가 그대로 카지노 쿠폰가 되는 것이다. 그것이 내 명함일 때도 있다.
우리가 카지노 쿠폰로 쓰는 것들은 사실 우리 삶의 작은 조각들이다. 그것들은 단순히 페이지를 표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담은 타임캡슐이다. 영수증에는 그날의 일정이, 껌 종이에는 그때의 기분이, 상품의 태그나 카페 스탬프에는 그 시기가, 계절이 담겨있다.
그러나 나는 책을 다 읽으면 대부분 그 안에 끼워둔 온갖 물건들을 꺼내 버린다. 영수증은 다시 영수증으로, 껌 종이는 다시 껌 종이로 강등된다. 하지만 이미 카지노 쿠폰를 경험한 그들에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안경 닦이가 안경 닦이로 돌아가면서 "난 한때 김금희의 '나의 폴라 일지'와 남극에 다녀왔다고!"라고 허세를 부리진 않을까? 카페 스탬프 카드가 쓰레기통으로 들어가면서 "난 적어도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함께 항해를 했던 카드라고!" 하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하지 않을까?
어쩌면 우리가 카지노 쿠폰로 쓰는 물건들은 모두 임시 계약직 카지노 쿠폰. 계약 기간은 '책을 다 읽을 때까지'. 하지만 그들은 알고있을 것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자신들이 한 권의 책과 한 명의 독자 사이를 이어주는 특별한 다리 역할을 했다는것을.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