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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보 Feb 08. 2025

실상은 흥미로운 카지노 게임 평범한 순간들

<카지노 게임 상사 악령 퇴치부(이사구, 황금가지, 2024)

<카지노 게임 상사 악령 퇴치부

책 이름을 너무 잘 지은 것 같다. 퇴근하는 길에 이 책 제목을 보았다면 나처럼 그냥 지나칠 수 없을 테니까. 특히 이 대목이 심금을 울린다! “직장 상사가 이상하다. 누군가는 이 말을 두고 동의어반복이라고 할 수도 있다. 직장 상사는 본디 이상한 존재인 것을 또 말할 필요가 있느냐고. 그럼에도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요즘 내 직장 상사는 정말로 이상하다.”


하용은 무당언니를 포함 여러 상사를 거친다. 그러니까 하용은 처음부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을‘로 등장한다. 불합리한 처사라고 생각해도 그 말을 꺼내기까지 수일 밤을 고민하다, 오늘은 꼭 말해야지! 다짐해도 막상 상사 앞에 서면 전날 밤 다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준비한 말은 꺼내지도 못하고, 엄한 일만 받아오던 하용. 이곳에 치이고, 저곳에 치이고,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면 뭐라 할까 가족 눈치 보는 하용에게서 동병상련의 처지를 느꼈다. 재미있게 읽고 나면 <작가의 말이 나오는데 이 소설의 진짜 엔딩은 <작가의 말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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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는 소설을 쓰게 된 과정이 담겨있다. 이사구 작가는 카지노 게임으로 회사를 다니며 소설을 썼다고 한다(와우!).


소설은 옆집 소음으로 잠을 설치던 하용이 무당언니 유튜브를 보고 부적을 쓰게 되면서 버라이어티 한 하용의 ‘을(乙)’ 생활이 시작되는데, 도입부 이야기는 작가가 옆집 소음을 참으며 잠을 청하던 날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쓰인 것이라고 한다. 이사구 작가는 출퇴근을 하는 도중 틈틈이 생각을 메모했다. 처음부터 소설을 쓸 목적으로 적은 건 아니었을 테다. 하지만 그렇게 모인 생각의 파편들이 소설의 씨앗이 되었다. 실제로 출퇴근 길에 적은 메모 몇 줄은 소설이 되었다. 신입사원에서 4년 차 직장인이 된 무렵 소설 <카지노 게임 상사 악령 퇴치부를 출간했다. 그래서일까? 작가는 자신의 상사가 악귀가 씐 건 아닌가 의심하는 직장인의 마음을 유쾌하면서도 현실감 있게 잘 담아냈다.


소설 <카지노 게임 상사 악령 퇴치부를 읽으며 일의 소중함이라든가, 직장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진 않았다. 작가가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바라는 점도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그저 읽으며 즐겁기 바랐고, 작가의 바람처럼 읽는 동안 소설 속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다이내믹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리고 이 즐거움이 많은 사람이 지루하다고 여기는 카지노 게임 단조로운 삶에서 건져 올려졌다는 사실은 이 글을 쓰고 있는 또 한 명의 직장인인 내게 큰 자극이 되었다.


[브런치]는 10년 전 [평범하게 살고 싶은 직장인싱글라이프]라는 매거진으로 시작했다. 세 번째 이직을 마친 시점이었다. 이직한 회사는 이상적이라 느껴질 정도로 회사 분위기와 동료 간의 사이가 좋았다. 소설 <카지노 게임 상사 악령 퇴치부를 읽으면서도 다시 한번 확인했지만, 나는 직장을 선택할 때 일의 난이도, 급여, (심지어) 워라밸 보다 회사의 분위기, 동료와의 관계, 회사가 가진 비전이 중요한 타입이었다. 이런 결을 가진 사람이었다는 걸 [평범하게 살고 싶은 직장인싱글라이프]에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다. 이직 후 새로운 업무를 배우느냐 정신이 없었지만, 매거진에 글을 쓰면서 직장인으로서 그동안 몰랐던 나를 발견해 나가는 즐거움이 생겼다. 당시 내 삶은 쳇바퀴처럼 굴러갔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심지어 반짝였던 것 같다. 아마도 이 소설을 쓰면서 이사구 작가도 몸은 피곤하였을지 몰라도, 일상에 숨겨진 반짝이는 영감들을 마주하며 설레는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어느덧 삶이 지루해졌다. 반복되는 하루를 사는 카지노 게임이라서가 아니라, 반짝이는 순간이 따로 있다는 잘못된 믿음 탓 이다. 저마다의 색으로 일상이 만들어내는 빛나는 순간을 무심히 지나쳤기 때문이다. 영감 가득한 ‘일상’이라는 광산을 지척에 두고 캐내는 노력과 가공하는 인내의 시간을 들이지 않게 되면서 진짜로 지루한 사람이 되었다.<작가의 말은 카지노 게임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를 가두고 평범하고도 지루하게 대한 나의 일상을 새롭게 보게 해 주었다. 직장인 양보가 직장인 하용으로부터 이야기 바통을 넘겨받은 기분이 든다.


자극을 받아 핸드폰 메모장을 켜고 생각 조각을 담고 있다. 메모의 절반은 회사에서 있었던 일의 분노가 베이스다. 참으로 직장인답다는 생각이 들어 웃음이 났다. 분노 속에 웃음이라니, 평범함 속에 지루함만 있지 않을 거란 확신이 다시금 들었다. 얼마나 다채로운지, 올 해는 삶을 조금 더 친밀하게 뜯어보며 [가벼운 일상]이라는 이 매거진을 풍성히 채워보고 싶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순간까지 영감으로 삼을 쳇바퀴 도는 직장인 동지들의 이야기도 궁금해진다. 우리 함께 더 많이 이야기해 보자. 실상은 흥미로운 카지노 게임 평범한 순간들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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