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합니다 그러니 그만~
이혼한 지 5년이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에게 ‘이런 생각을 좀 더 했으면 너는 백 퍼센트 이혼 안 했을 거야’라든가 ‘그냥 참고 애 낳고 살지 그랬어.’라는 등의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남인 주제에 참 오지랖이 넓으신 분들이다.내 처지는 나 혼자만이 알 수 있는 것이기에 그런 말들에 처음에는 혼자 상처받고 속상한 마음을 달래고 나의 선택에 후회도 하며 울기도 했다. 아무도 나의 고통과 아픔에 공감해 주지 않고 내가 그렇게도 힘들고 어렵게 내린 결정에 대해 존중해주지 않는다는 부분이 가장 날 괴롭게 했다.
물론 지금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있다. 그래, 저 사람은 내가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라고 자조 섞인 위로를 하면서.
하지만 그러다가 다도 종종 운전하면서 저 끝이 보이지 않는 도로를 바라볼 때나 혼자 조금이른 밤에 잠들기 위해 누웠을 때 딱히 할 게 없을 때. 그 질문들이 갑자기 떠올라서 정말 내가 그 사람과 이혼을 안 하고 살 수 있었는데 그런 잘못된 성급한 선택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한번 쓸데없는 생각에 빠지게 한다.
물론 다시 생각해 봐도 지금의 나는 그 사람과 계속 사는 것은 정말 아니었고 나의 선택의 결과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솔직히 지금 사회적으로 만나는 수많은 남자들의 비위를 맞추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시공자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거래처들의 비위를 맞춰주고 여기저기 샌드백 신세. 그래서 차라리 어차피 여러 남자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이렇게 피곤하게 사느니 그냥 남편 한 명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사는 게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친한 이들과 술 한잔 할 때는 우스갯소리로 그냥 빨리 아무 괜찮은 남자 잡아서 재혼해서 그 남자 비위만 맞추면서 살까라고도 하지만 그 말은 정말 내 마음에 손톱만큼도 없는 소리다.
그 한 카지노 쿠폰의 비위를 맞추면서 살기에는 내 세상이 너무 좁아지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살길 원하지 않는다. 기혼자들을 비하하는 소리가 절대 아니다. 결혼해서도 충분히 자신의 삶을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가꿔나가는 카지노 쿠폰들이 많다는 것을 내 지인들을 보며 느낀다. 단지 내가 결혼이란 틀에 맞지 않았다는 소리다. 나는 여러 카지노 쿠폰의 비위를 맞춰야 해서 머리가 아프고 속이 상하고 애매한 입장에서 당황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지만 차라리 폭넓은 이들의 비위를 맞추며 사는 게 내 우주를 넓히고 내 삶을 풍성하게 하는 방법이란 소리다.
그러면 그 한 카지노 쿠폰만의 마음에 전전긍긍하면서 살지 않아도 되고, 그 카지노 쿠폰이 네가 한 게 뭐가 있냐고 나를 무시할 때 내 온 우주가 무너져 내리는 경험을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한 카지노 쿠폰이 내 단 하나의 우주가 되는 일은 다시는 만들지 않을 것이다. 실제 우주에는 여러 은하가 있다. 나는 그런 많은 나의 은하를 만들고 나라는 은하를 품은 우주가 되고 싶다. 단 한 카지노 쿠폰이란 은하만 있는 우주가 아닌.
한 남자에게만 맞추고 산다는 것은 정말 내 입장에선 너무 비참하고초라하고 너무 힘든 일이다. 그렇게 살아본 결과 나 또한 그 카지노 쿠폰에게 굉장히 갑질 아닌 갑질을 하게 되고 자꾸만 내가 그 카지노 쿠폰에게 해준 것에 대해서 분명 뭔가 대가를 바라게 되고 내가 희생한 부분에 대해서 보상받기를 원하는 은연중에 그런 마음들이 커지게 된다. 날 인정해 줘!라고 징징거리게 될 게 뻔하다. 그로 인해 나의 갑질은 다시 되풀이되고 악순환이 될 것이다.
그러면 각자 사회생활을 하면서결혼 생활을 같이 하면 되지 않냐라고 묻는 사람도 있겠지만나는 두 개를 같이 실행할 만큼 능력 있는 여자는 아니다. 일단나는 살림을 너무 못한다. 못하고 하고 싶지도 않다. 내가 어지르고 내가 입어야 하고 내가 먹어야 할 것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나랑 함께 사는 사람이 어지르고 빨래를 내놓고 밥을 먹여야 한다? 생각만 해도 너무 힘들다. 솔직히 그래서 같이 사는 사람이 집안일의 비율을 나에게 좀 더 맡기고 싶어 하는남자라면 다시 또나의 결혼 생활은 불행으로 빠질 게 뻔하다.
뭐 게으르다, 그래 나는 게으르다! 게을러서 집에 있으면 그냥 널브러져 있고 싶고 그렇다.
그래서 나는 지금 생활에 대해서 만족을 굉장히 하는데! 아직도 나에게 나에 대해서 너는 그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이혼을 했냐, 이혼 안 하고 지금까지 그냥 뭐 전남편 퇴직연금과 퇴직금을 바라보면서 버티고 살았으면 노후라도 안정적이었을 텐데 이런오지랖을 떠는 사람들이아직도 있다.
사랑을 믿었던 나여서, 시간이 흘러 늙어 서로의 주름진 손을 잡고 산책을 할 수 있다고 믿었던 나여서 결혼생활=경제적 대가로 치환하지 못하겠다. 이제 사랑을 믿지 않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 환산법이 내게 적용하기가 쉽진 않다. 시간 지나 동료애만 남아서 결국 함께할지언정 원수와의 동거처럼 이혼하지 못해서 마지못해 사는 사람들도 많지 않은가. (물론 동료애도 사랑의 한 종류이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그렇게 살기에는 내 인생이 너무 아까운 것 같다. 내 인생을 사는데- 한 번뿐인 짧은 인생을 사는데 그렇게 산다고? 그건 너무 억울한 일이다. 더는 억울한 상황에 날 밀어 넣고 싶지 않다. 그저 즐기자. 신나게. 즐겁게. 그리고 지금 나는 내가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될까 할 정도로 정말로 몹시 행복하다. 그러니 자기 일들에나 신경 쓰시고 사시게나. 원래 연예인 걱정, 남 걱정은 하는 게 아니라는 명언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