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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곳.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서 주인공 명준은 남과 북 모두에 환멸을 느낀다. 일상 속 사랑하는 존재들을 잃은 그는 인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어쩌면 더 큰 생명체들의 광장일지 모를 바다에 몸을 던진다.
광장은 다양함 보다는 일사불란함을 선호한다. 줄지어 지도자를 바라보며 퍼레이드를 하는 군사 무기들이나, 일제히 하나의 말을 외치는 군중들의 모습에서 엄청난 힘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메가 이벤트가 사라진 뒤의 광장은 비로소 군중이 아니라 광장으로서 여유롭고 다채롭고 지루하기까지 하다. 일상. 광장의 일상은 텅 빈 공간이고, 가득 찬 힘과 에너지를 진정시키며 충돌을 회피하는 치밀한 공허함이기도 하다.
세상의 빛이 적외선과 자외선만 존재하진 않는다. 그 사이엔 7가지 색보다 많은 무지개가 있다. 마찬가지로 완전한 밤과 낮으로 나뉘어있지도 않다. 때론 '개와 늑대의 시간'처럼 모호함이 주는 공포나 기대가 중첩되어 있다. 실제 세계의 이 다양함을 단 두 가지의 극단으로 정리하고 몰아부치는 현실은 무섭다. 희생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특히 힘과 우위, 무리 짓는 군중의 에너지가 필요할 때 그 '중간'의 영역은 가장 먼저 희생된다. 어느 한쪽의 집중과 단결을 저해하는 방해꾼으로 몰리거나, 첩자로 몰린다. 중간이라고 할 존재들이 사라지는 시점이 전쟁 상태의 기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적이면 적, 아군이면 아군이지 중간은 없다. 가장 먼저 척결된다. 그런 이유로 오래전 전쟁저널리즘으로 쓴 석사 논문 첫 문장에 인용한 말처럼,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진실'이 되는 것'이다.
진실은 한 편에 서서는 보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술적으로 한가운데, 50:50의 지점이 진실을 관전할 카지노 쿠폰이 될 순 없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한가운데는 국경선이 아니다. 압도적 폭격으로 어린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 가자지구의 한 복판이다.
정치적 쟁점의 진실을 발견할 지점도 마찬가지, 양비론적 양시론적 결론을 추구하는 카지노 쿠폰이 아니다. 양비론적 양시론적 태도로 의견을 교환하지만 결론은 사건이 벌어지고, 해결되는 한가운데 지점이다.
축구 경기에 비유하자면 센터서클 한가운데서 공격상황의 수비상황의 반칙을 잡아낼 순 없다. 이때의 '중간'은 양 팀이 모두 인정하는(물론 때론 거칠게 항의하지만) '심판'이다. 하지만 스포츠 경기가 아닌 전쟁에서의 '심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장 먼저 제거해야 할 목격 자니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중간, 심판, 공론장, 비판적인 언론들이 점층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하면... 결국 우리의 현실세계는 승리와 패배 두 개의 결과만이 존재하는 전면적인 투쟁의 상황만 존재하는 전쟁터가 되고 만다. 누구든 승자의 편에 서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승패를 내가 결정할 순 없다.
기득권의 정치도 그렇다. 새로운 공간을 단 1mm도 허락하지 않고 대를 이어 기득권을 전승하겠다는 욕심은 결국 부메랑처럼 되돌아가 그 기득권을 취약하게 만든다. 소비자를 기만카지노 쿠폰 기업은 결국 고객을 잃고, 만년 우승팀은 경쟁팀을 잃고 결국 경쟁력을 잃는다.
슬픈 건 이런 전쟁적 '무중 간'의 상황은 평범하고 다채로운 일상을 죽인다는 것. 일상의 사람을 죽이고, 일상의 이야기를 죽이고, 일상의 다양한 가능성을 죽인다. 양극의 깃발아래 서열을 갖춰 줄 서야 하는 것, 상대를 향해 소속을 강조하며 공격하는 것 외엔 생존의 다른 방법이 주어지지 않는다.
더 큰 역사의 맥락을 차치하고라도... 1950년 이후로 반복되는 이런 중간 없음의 슬픈 전쟁상태는 가장 고도로 무장된 비무장지대를 사람사이에, 정치사이에, 문화와 사회에 오랜 세월 방치해두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