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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Sim Apr 08. 2025

있잖아요, 나는요...

정체 그리고 함구




카지노 게임는 할머니 손에 이끌려 치료실에 들어섰다.

할머니는 카지노 게임가 집에서는 까불고 말을 곧잘 하는데, 학교나 학원엘 가면 말을 하지않는다고 했다.

아빠가 먼 데서 일하고 할머니가 키우는데 애가 이러니 답답하고 속상하시다며,

꼭 말을 하게 해 달라는부탁과당부를 남기시고 치료실을 나가셨다.


카지노 게임와 나는 조용한 침묵 속에 던져졌다.



카지노 게임는 병원 진단을 받지는 않았지만, 선택적 함구증*이 의심된다고 한다.

*선택적 함구증 //
정의)
특정 상황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증상을 보인다.
미국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y Association)에서 발간한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 DSM) 5판에서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범주에 속하며 아동기에 주로 나타난다.

원인)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불안 증상과 관련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전문가들은 선택적 함구증 증상이 특정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공포증)으로 간주한다. 선택적 함구증이 있는 아동들은 일반적으로 불안감이 높은 기질을 갖고 있고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다.


"안녕 카지노 게임야?!

나는 진심선생님이라고 해.

만나서 반가워~ 우리 이제 매주 이곳에서 선생님이랑 즐거운 시간 보내자!"


"......"


말은 없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탐색하는 눈빛으로 이리저리 시선을 돌린다.


"그림 그리는 거좋아해?"

끄덕끄덕

"그럼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볼까?"

...


막상 그림을 그리려니 막막한 모양이다.


"음... 뭘그려야 할지 모르겠구나.

선생님이랑 난화게임*해볼까"


끄덕끄덕.


*난화게임은 난선을 긋고, 그 난선 속애서 연상되는 사물을 찾아내는 활동이다.


조용히 슥슥 선을 긋는다.

처음에는 소심했던 선이 점점 대범해진다.


수많은 선들이 겹쳐지면서 면을 만들어내고 모양이 만들어진다.


자 이제 수많은 선들 속에서 나만의 이미지를 탐색한다.

게임이기에 많이 찾아내는 사람이 승리!


시작은 내가,

"여기 별모양이다 그렇지?"


카지노 게임는 인정을 하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모양을 짚으며 '나비'라고 글자를 쓴다.


"흠... 그렇담이건 '배'같은데? 이건 '공룡'같고..."


진행속도가 조금 빨라지자 조바심이 났는지 눈을 굴리며 모양 찾기에 여념이 없다.

진구의 눈길이 머무는 곳을 가리키며 "어! 이거 지렁이 같은데?"라고 하니

카지노 게임가 갑자기

"아! 그거 내가 하려고 했는데!"


스스로 말을 뱉고 놀랐는지 당황스러워하는 카지노 게임.

그 표정을 보고 빵 터져버린 나.


"아하하! 그래~ 그럼 그건 카지노 게임가 찾은 걸로 하자!"


한번 말을 뱉은아이는 이제 글로 적지 않았다.

같이 웃고, 같이 농담도 하면서 우리는 그렇게 난화게임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번 시간은 지난 시간에 난화게임에서 함께 찾은 이미지들 중에 몇 개를 골라서

이야기가 있는 장면을 그려볼 거야~"


음...

고르는데 많이 신중하다.

하나라도 버릴 수 없다는 마음이었을까?


신중하게 고른 이미지들을 엮어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줄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카지노 게임를 기다려준다.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카지노 게임의 매체는 늘 흰 종이와 연필, 지우개다. 색을 채우는 것을 무척이나 힘들어하는 카지노 게임.

빠르게 선이 그어지고 카지노 게임가 그리고 싶은 멋진 그림이 완성되었다. 그런데 뭔가 아쉬웠는지,

조심스레 "더 그려도 돼요?"

"그럼! 되고말고!그림책처럼 스토리를 이어가 볼까?"


카지노 게임가씩 웃음을 짓더니 허겁지겁 그림을 그려댄다.

말로하지 못하는 많은 것을 쏟아내듯


종이 더 주세요

종이 더 주세요

종이 더 많이...


오늘은 여기까지 그리고 다음 시간에 이어 그려보자.


아쉬운 얼굴로 돌아서는 진구...


그렇게 몇 주간 카지노 게임는 A4용지 100장에 달하는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을 책처럼 제본해 주었다.


이건 1탄이에요.
다음엔 2탄도 그릴 거예요.


책을 받아 들고는 무척이나 뿌듯해하는 표정이다.


어찌 보면 단순히 괴물들이 등장하는 모험 이야기지만,

그 100장의 그림 속에 카지노 게임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캐릭터 하나하나에 카지노 게임의 주변사람들이 담겨있었고,

어려움을 대하는 카지노 게임의 자세도 담겨있었다.

그림 속에, 이야기 속에 카지노 게임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그득했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은 그게 보일까?


카지노 게임는 왜 선택적으로 함묵할 수밖에 없었을까?

카지노 게임는 발음이 뭉개진다고 해야 하나, 발음이 정확하지 않았다. 주의 깊게 듣지 않으면 진구의 말을 알아듣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진구의 발음은 놀림거리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집에서 할머니와 1:1로 단순하게 단답으로 말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학교나 학원에서는 진구도 듣는 이도 어려움이 따르다 보니 카지노 게임는 입을 닫아버린 게 아닐까 추측해 본다. 말이든 그림이든 표현하는 것도 반복적인 훈련이 필요하고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하는 게 당연한데, 진구에겐 말로 표현하는 게 무척 어렵고 상대방이 못 알아듣고 놀리거나 지적받을까 하는 불안감이 높았던 것 같다. 호의적인 대화의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구나 예상이 된다. 말이 어눌한 카지노 게임는 다른 행동들에서도 지적을 받기 일쑤였고, 자존감이 낮아지다 못해 쪼그라들어버린 게 아닐까?



100장이라는 그림을 그리는 동안 카지노 게임는 표현을 잘한다는 칭찬을 100번 넘게 들을 수 있었고,

카지노 게임의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기대해 주는 시선을 100번 넘게 경험할 수 있었다.



이제 카지노 게임는"내가 그림을 좀 잘 그리지요?" 라고 말하며,

카지노 게임의 모험이야기를 신나게 이야기하는 이야기꾼이 되었다.





1탄은 좀 슬픈 결말이었지만,

앞으로 펼쳐질 2탄은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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