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
자기 주도 이유식을 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어차피 크면 다 알아서 하는 것이라 생각했고, 하루 세 번 씻기고 옷 갈아입히고 바닥을 닦고 그 외 집기류를 닦고 정리하는 일에 넌더리가 나고 지쳤던 나는 애월이 밥을 떠먹일 계획이었다. 소근육이 충분히 발달하는 시기까지.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다. 애월이는 스스로의 힘으로 밥을 먹고 싶어 했다.
떠먹이면 편하다. 설거지만 제외하고 위에 나열한 모든 정리정돈을 하지 않아도 됐다. 손에 묻지도, 얼굴 전체가 밥과 반찬으로 범벅이 되지도 않았다. 옷도 살아남았고 그래서 빨래 바구니가 넉넉했다. 세탁기도 그의 과중한 일과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애월이는 내가 떠먹여 주는 밥을 싫어했다. 급기야는 안 먹으려고 했다. 애월이는 무료 카지노 게임가 직접 만지고 던지고 뭉치고 흘리고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타의로 시작하게 된(?) 자기 주도 이유식. 너무 힘들어서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더러 있었다. 깔끔하게 먹어주지 못하는(?) 애월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소중한 밥을 그렇게 주무르고 버리면 어떡하니! 큰소리를 낸 적도 많았다. 지금은 그 모든 과정들이 자연스러운 통과의례였다는 걸 알지만, 그 당시에는 고의적으로 장난을 치는 것처럼 보고 화를 내곤 했다. 지금 아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이제 무료 카지노 게임는 곧 15개월 아기가 되고, 이제는 손으로 밥을 잘 먹는다. 수저도 곧잘 쓴다. 아빠를 닮아 국물을 좋아해 수저로 국물을 한 입 떠먹고는 시원함에(네가 벌써 시원한 맛을 알다니, 한국 사람이 맞긴 하구나) 울대를 떨 줄도 안다. 제일 좋아하는 국물은 외할머니표 동치미 국물. 반찬을 싹 먹고 국물을 먹고 마지막에 잡곡밥을 먹는다. 밥을 손가락으로 조금 잡아 국물에 찍어 먹는다.
1-2주일 치 먹는 양을 살펴보면, 아기들은 안 먹는 것처럼 보여도, 편식하는 것처럼 보여도 먹어야 하는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한다고 한다. 무료 카지노 게임도 정말 그렇다. 어느 날은 밥을 마구 먹다가 또 다른 날은 밥이나 감자 같은 탄수화물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또 계란을 좋아해서 계란을 막 먹다가 어느 날부터는 입에 대지도 않는다. 그게 참 신기했다. 먹어야 할 양과 영양소를 어쩜 그리 잘 계산하고 있는 건지 나로서는 너무나 신통할 따름이다.
그리고 다 먹으면 식판을 밀거나 들어 올려서 그만 먹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한다. 요즘은 말귀도 조금 알아들어서, 그런 제스처를 보고 나와 남편이 그만 먹고 싶냐고, 치울까, 물어보면 그러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요즘은 많이 흘리지도 않아서 치울 것도 없다. 아니면 이미 인이 박혀서 힘든 줄도 모르게 되었나 보다. 무료 카지노 게임가 알아서 먹게 하니 우리도 편하게 식사를 하게 된다. 배고파서 빨리 먹고 싶을 때나 도움을 요청하지, 그 외의 일로는 식사에 도움을 원치 않기 때문에 손을 덜었다.
자기 주도 이유식에 필요한 최소한의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1. 전신 앞치마
소매까지는 없어도 되고, 아기 식탁을 덮을 정도의 길이면 충분하다.
2. 횟집 비닐
이것만 있어도 삶의 질이 상승한다. 바닥에 깔면 마지막 정리가 수월해진다. 환경을 파괴한다는 죄책감은 들지만 내 마음은 보존할 수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작한 자기 주도 이유식이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하길 잘했다 싶은 양육 방식이다. 고생스럽지만 해놓으면(?) 편한 길과, 편한데 오래 시달려야 하는(떠먹이면 못해도 세네 살까지는 떠먹일 각오를 해야 한다) 길 중에 애월이 덕분에 전자를 경험해서 여기까지 왔다. 고생스러운데 나중에 편한 길이라니 24시간 모자동실과 친정 산후조리가 떠오른다. 그것도 꼭 그랬으니 말이다.
또 어떤 육아가 앞날에 기다리고 있을지 (그 당시는 최고의 선택인 줄도 모르고 힘들어서 울기에 바쁜) 궁금한 어느 봄의 밤에 글을 쓴다.
25. 03.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