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단나 Apr 01. 2025

집 앞 카지노 게임, 슈뢰딩거의 고양이

2025년 4월 1일 일기

카지노 게임

거짓말같이 벌써 4월의 첫 째날이 되었습니다.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2시에 밥을 먹어야 하지만 공복시간을 당기기 위해 10시에 밥을 먹고 빨래를 널고, 빨래를 갭니다. 집에 있으니 해야 할 일밖에 보이지 않아서, 책을 보기 위해 카지노 게임로 향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낮시간에는 자주 가지 않는 카지노 게임입니다. 처음에는 젊은 여자 한 명이 앉아있었는데 한 시간 정도 앉아있자 엄마들이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엄마들을 카지노 게임에서 만날 생각을 못했는데, 아는 엄마들이 있는 카지노 게임에서 책을 읽는 것은 왜인지 민망하게 느껴집니다. 카지노 게임에서 '가사 있는 음악'이 나오면 '가사 없는 음악'을 검색해서 듣는 편입니다. 또래 엄마들이 온 것이 의식이 되자마자 음악의 볼륨을 높였습니다. 독서에 더 몰입하겠다는 의지입니다. 만약 아는 엄마이라면 어색한 인사를 하고, 어중간한 타이밍에 자리에 앉아 다시 독서를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나도 모르게 거기까지 상상이 미치자 카지노 게임 테이블 위에 더 집중하기로 합니다. 모르는 엄마들일 확률이 훨씬 높지만 안면인식능력이 부족한 저는, 애초에 그쪽을 보지 않습니다. 한 시간 동안 볼륨을 높이고 독서를 했기에 그들의 목소리를 (의도적으로) 듣지 못했습니다. 그쪽을 쳐다보지 않아 엄마들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카지노 게임를 나옵니다.


마치 슈뢰딩거의 카지노 게임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쪽을 쳐다보지 않았기에 그 엄마들은 내가 아는 사람들일 수도 있고,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는 가능성을 가진 상태로 존재합니다. 그리고 저는 그 상자를 열어볼 생각이 없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피곤하게 느껴지는 I의 삶일 수도 있지만, I인 엄마는 '오늘도 잘 넘겼다'며 뿌듯하고 가볍게 집으로 향합니다. 그렇다고 사람을 싫어하지는 않습니다. 은밀하게 독서하고 싶은 저의 마음에 귀 기울여 주었을 뿐입니다. 집으로 돌아와 내 비유가 슈뢰딩거의 카지노 게임와 일치하느냐가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해 봅니다. 얼추 비슷한 것 같아 브런치를 켜고 전광석화와 같이 내 마음을 써 내려갑니다. 오후에는 슈뢰딩거의 카지노 게임만 한 이슈가 없을 것 같아 오늘의 일기는 이것으로 마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