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좀 맞춰주겠니?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사용자 맞춤형 기술이 기존의 개인화된 설정에서 AI 중심의 맞춤형으로 전환되고 있다. 과거 개인화는 사용자가 직접 설정하거나 사용 패턴에 따라 자동으로 조정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다. 이러한 사용자 맞춤형 기술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아래에서는 대표적인 세 가지 형태를 구체적인 예시와 함께 살펴보고, 기술 발전이 인간의 행동과 사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형태는 카지노 게임가 직접 설정하는 명시적맞춤형 방식이다. 이는 사용자가 일상적인 루틴을 기반으로 기기를 설정하여 특정 상황에서 기능을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알람 앱을 통해 매일 아침 7시에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거나, 위치 기반 서비스를 활용해 집에 도착하면 스마트폰의 와이파이가 켜지도록 설정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스마트홈 시스템을 들 수 있다. 사용자가 외출 시 스마트 도어록을 잠그고 조명을 끄도록 설정하거나, 저녁 8시에 스마트 커튼이 자동으로 닫히도록 프로그래밍하는 경우다. 또한, 수면 루틴을 지원하기 위해 스마트 스피커에 “취침 시간 30분 동안 백색 소음 재생”을 설정하여 잠이 들 때까지 편안한 환경을 조성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이러한 방식은 사용자가 자신의 필요에 맞춰 명시적으로 기능을 설계하여 편리함과 효율성을 제공한다.
두 번째 형태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인식하여 자동으로 기능을 실행하는 행동 인식형 자동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스마트워치를 착용한 사용자가 아침 조깅을 시작하면, 기기가 GPS와 가속도 센서를 통해 이를 감지하여 걸음 수, 이동 거리, 칼로리 소모량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는 별도로 버튼을 누르거나 앱을 실행할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예로는 스마트폰의 음악 앱이 사용자의 출퇴근 시간을 학습하여, 출근 시간대에 자주 듣는 플레이리스트를 자동으로 추천하거나 재생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의료 분야에서는 웨어러블 심박수 모니터가 사용자의 심박수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면 자동으로 경고 알림을 보내거나, 응급 상황에서는 미리 설정된 연락처로 메시지를 전송하는 기능도 이에 해당한다. 이 방식은 사용자의 행동 데이터를 분석하여 별도의 입력 없이도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세 번째 형태는 사용자의 최소한의 입력만으로 AI가 자율적으로 기능을 수행하는 AI 중심의 자율적 맞춤형 방식이다. 대표적인 예로 AI 챗봇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학생이 “19세기 산업혁명에 대해 설명해 줘”라고 ChatGPT나 Grok 같은 챗봇에 요청하면, AI는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학습 수준에 맞춰 요약하거나, 추가 질문(예: “경제적 영향에 초점을 맞출까요, 아니면 사회적 변화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가요?”)을 제안한다. 또 다른 사례로, AI 기반 가상 비서(예: Amazon Alexa)가 사용자가 “저녁 메뉴 추천해 줘”라고 말하면, 사용자의 과거 주문 기록, 선호 음식, 현재 냉장고 재고를 고려해 레시피를 제안하거나 근처 식당을 추천한다. 심지어 AI는 사용자가 “오늘 좀 피곤해”라고 말하면, 이를 감정 분석을 통해 파악하고 휴식을 위한 명상 앱 실행이나 가벼운 음악 재생을 제안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과거 구글 검색(‘구글링’이라는 용어가 검색의 대명사로 쓰일 정도로 큰 영향을 미쳤던)과 달리, 사용자의 질문이나 맥락을 넘어 AI가 능동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개인화된 답변을 제공한다. 이는 사용자 맞춤형 기술이 단순 자동화를 넘어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방향으로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출처: Pexels.comⓒ2021Tima Miroshnichenko
앞서 언급한 첫 번째와 두 번째 형태는 사용자의 직접적인 입력이나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화에 해당한다. 반면, 세 번째 형태는 AI가 사용자의 요청을 넘어 자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자동화와 AI는 구별되어야 한다. 자동화는 미리 정의된 규칙에 따라 작동하지만, AI는 학습과 추론을 통해 보다 능동적인 결과를 제공한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는 좁아지고 있다. 또한기술의 발전은 인간이 정보를 접근하는 방식도 달라지게 했다. 과거 20~30년 전에는 정보를 얻기 위해 도서관을 방문해야 했다. 이후 컴퓨터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검색이 쉬워졌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AI 기반 기기들이 질문에 즉각적으로 답변하며, 더 이상 특정 기기를 ‘찾을’ 필요가 없어지고 있다. 스마트폰, 스마트 스피커, 또는 XR(확장 현실) 기기와 같은 다양한 형태의 기기가 이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그러나 기술의 고도화는 역설적으로 ‘인간의 게으름’과 ‘사고의 경직’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 도서관을 방문하려면 물리적인 노력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로 인해 인간의 행동반경이줄어들고, 의식적인 노력이 없으면 움직임이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신체적 활동뿐만 아니라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고가 경직되고, 편향된 시각을 가지게 되어 대화와 소통이 어려워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의 경직을 방지하고 유연성을 유지하려면 새로운 자극과 시도가 필요하다. 인간 사고를 '말랑말랑'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의식적인 '생각의 기름칠' 또한 중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거나, 여행을 떠나거나, 다양한 사람들과 대화하는 등의 활동들이 기름칠을 대표하는 것들이 될지도 모른다.다양한 상황에 자신을 노출해 입력을 다양하게 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탈피하는 소소한 행동의 변화도 주어지면 좋을 것이다. 또한 "왜?", "대안은?"을 등의 연속적이고 후속적인 자문을 통해서 비판적 생각과 질문을 해보는 연습도 생각의 유연함을 가질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될지도 모른다. 이런 일련의 행동적인 것들로 인해 마치 기계가 원활한 작동을 위해 기름칠을 하고 관리하듯 인간의 사고도 기름칠하고 관리가 될 것이다.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자’라는 구호는 역사 속에서만 통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의 일상적인사고에서도필수적으로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한다.
AI 중심의 사용자 맞춤형 기술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사고의 경직이라는 위험을 동반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작은 실천이 중요하다. 새로운 경험을 시도하거나, 의식적으로 사고를 자극하는 활동을 통해 우리는 사고의 유연성을 유지할 수 있다.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