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속의 감정, 초감정 찾기 프로젝트
지난 글에서 어린 시절에서 온 감정에 대해 두 편으로 나눠서 발행을 했었는데요, 오늘은 그에 연결하여 '초감정'에 대해 글을 써볼까 합니다.
초감정, 메타감정이라고도 불리는 이 감정은 감정 속의 감정을 의미합니다. 기본 감정은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보편적으로 느끼는 1차 적인 반응이라면(예: 불공평한 일에 화가 나거나, 좋은 소식을 듣고 기쁜 감정이 드는 것 등), 초감정은 나를 의도치 않게 행동하도록 하는 감정에 대한뿌리감정을 의미하죠. 이 초감정은 나의 슬픔이나 분노, 두려움 등의 기초가 됩니다.그래서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마주했을 때 자신이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사건이나 환경에서 뒤섞인 특정감정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볼까요?
만약 길에서 부모와 함께 있는 아이가 소리 내어 우는 것을 보았을 때, 어떤 사람은 그 아이를 안쓰럽게 여겨 연민을 느낄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부모가 적절히 돌보지 않고 있다는 생각에 화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아이의 울음을 기본 감정으로 받아들인 후, 자신의 가치관과 경험에 따라 초감정을 느끼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초감정은 개인이 어린 시절 겪었던 사건과 관련된 감정이 제대로 해소되지 않았을 때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이 울었을 때 무시당했거나 심하게 꾸중을 들었던 경험이 있다면, 우는 아이를 볼 때마다 불쌍함이나 연민 대신 화와 같은 부정적인 초감정이 떠오를 수 있는 것이죠. 이는 단순히 현재 상황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환경과 그 안에서 경험한 감정이 지금의 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어릴 적 친구들 앞에서 실수를 했을 때 심하게 창피를 느낀 경험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 발표 중에 실수를 하는 장면을 보고 단순히 민망함을 느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과도한 불편함이나 짜증 같은 초감정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위에서 말했듯이 자신의 과거 경험이 현재 상황에서 초감정을 더 강하게 유발하는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성장 과정에서 형성된 부정적인 감정 경험이 해소되지 않으면, 특정 상황에서 더 복잡하고 강한 감정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진실의 종아 울려라
제가 예전에 카페를 운영할 때 친한 지인이 어머니를 모시고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셋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떤 주제에 대해 두 모녀가 의견이 다른 상황이 발생했죠. 어머니가 계속 딸의 의견에 반박을 하자그때 딸이 갑자기한숨을 쉬면서 어머니에게 "어릴 때 이런 상황에서 말대꾸한다고 엄마한테 많이 맞았었는데."라고 말을 했습니다. 그러자 듣고 있던 어머니께서 화들짝 놀라시며 "내가? 얘 내가 널 언제 때렸다고 그래~ 엄마는 기억이 전혀 안 나는데..."라고 당황하시더라고요. 둘이서 때렸네 안 때렸네 한창 실랑이를 벌이고 있길래 제가 중간에서 듣고 있다가 중재 차원에서 "이래서 때린 사람은 기억에 없고 맞은 사람만 기억한다고 하나 봐요. 따님분은 그때 맞았던 기억이 지금까지도 큰 상처였나 봅니다 어머니."라고 말씀을 드렸죠.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딸이 눈물이 터져서 울기 시작하는 겁니다. 어머니도 당황하시고 저도 당황하고 울고 있는 당사자마저도 당황했던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우는 딸을 보며 그제야 어머니가 "네가 그렇게 기억했다면 엄마가 정말 미안해."라고 손을 잡아주시더라고요.
그날 딸의 울음은 무엇을 의미했을까요? 아마도 처음에는 엄마에 대해 화가 나는 감정이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점점 억울함과 서운함이 몰려왔는데 자신의 마음을 읽어준 제 말에 그만 서러움으로 폭발했던 겁니다. 엄마가 자신의 의견을 좀 받아주고 지지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늘 마음에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평소에는 사이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모녀사이지만, 어떤 것을 시도할 때마다 걱정이 많은 어머니의 반박에 부딪혀 마음 편히 실행해 본 적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점점 엄마에게 상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을 해왔고, 그런 딸의 모습에 엄마는 또 서운했던 것이 계속 반복되어 왔던 것이죠.
그날을 기점으로 어머니는 앞으로 딸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연습을 해봐야겠다고 하셨습니다. 딸 또한 엄마의 사랑을 왜곡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서로의 초감정을 확인하게 되면서 묵혀있던 감정을 뒤늦게 흘려보내게 된 좋은 사례였습니다.
이처럼 초감정은 우리가 성장하면서 정서적 지능, 자존감, 그리고 인간관계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초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중요한 방법입니다. 초감정을 긍정적으로 발전시키면 다른 감정들도 더 잘 다스릴 수 있게 되고 무엇보다도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더 건강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 듯이 어릴 적 경험이 우리의 초감정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되돌아본다면, 감정의 패턴을 바꾸고 더 너그러운 방식으로 스스로를 대할 수 있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초감정을 인식하기 위한 일상 속 훈련 법 세 가지를 소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감정 기록하기: 매일 자신의 감정을 기록하고, 그 감정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 적어보세요.예를 들어, "오늘 화가 났는데, 그 화에 대해 죄책감을 느꼈다." 그 후'죄책감'이라는 감정이 왜 느껴졌는지 이유도 함께 써본다면 어떠한 경험과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게 됩니다.이렇게 감정을 기록하는습관은 자신의 초감정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와줍니다.
(*감정단어장은 브런치 글 2화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습니다)
심장 호흡 연습: 강렬한 감정을 느낄 때 잠시 멈추고 깊게 숨을 쉬어보세요. 5초 동안 들이마신 후 5초 동안 내쉬면 됩니다. 호흡을 할 때에는 심장의 박동에만 집중하세요.그런 다음, 그 감정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지?"라고 말이죠.
자기 연민 연습: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해보세요. "이 감정을 느끼는 건 괜찮아. 나는 지금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 이렇게 하면 부정적인 감정을 줄이고, 더 긍정적인 반응을 키울 수 있습니다.
결국 초감정을 이해한다는 것은 감정을 깊이 받아들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혜롭게 느끼는 법을 배우는 것이기도 합니다. 초감정 찾기 훈련을 통해 보다 나를 잘 이해하고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