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나에게만 해당되는 일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웃기면 옆사람을 하염없이 치거나 그 친구가 귀여운 행동을 하면 참지 못하고 친구의 손을 세게 깨무는 행동을 보였었다. 그때마다 내 옆사람에 앉은 친구나 깨물린 친구들은 울 정도로 아파했고, 난 크게 개의치 않아 했다. 주변인들은 날 나무랐고 다 큰 어른이 되어선 지금, 엄마는 절대 밖에 나가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기에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얼마 전 동창들과 술 한잔 하는 날이었다. 1차에서 신나게 떠들다 2차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안주와 함께 우린 술을 더 마셨다. 즐겁게 시간을 보내던 중 내 옆에 앉은 동창의 배를 내가 꼬집은 사건이 있었다. 순간적으로 그 친구의 행동이 귀여워 나도 모르게 귀여운 공격성을 보인 것이다.결국 그 친구는 눈물을 보였다.난 너무 당황했고 미안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적지 않게 놀랐다. 그 친구는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이렇게 귀엽다고 깨물거나 때린 것에 큰 상처가 있어 보였고, 과거에 묻혀놨던 감정들을 토해냈다.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내가 했던 행동들은 단순히 나에게만 해당되는 귀여운 공격성이었다는 걸. 그건 누군가에겐 괴롭힘이자 무례한 행동이었다는 걸.
과거 연인의 손을 그렇게 깨물었던 나 자신을 다시 되돌아보았다. 왜 깨무는 거냐고 묻는연인에게 차마 너를 너무 사랑해서, 네가 너무 귀여워서 깨문다는 솔직한 마음을 말하지 못했고, 그저나는 그것도 이해해주지 못하는 거냐며 서운함을 내비친 적이 많았다.내 주변에 귀여운 조카나 본가에서 함께 살고 있는 강아지를 봐도 귀여운 공격성은 쉽게 나타난다. 터뜨려 버리고 싶다던가 코를 잘라먹고 싶다는 둥 너무 귀여워서 찹쌀떡처럼 쬬물쬬물 씹어버리고 싶다는 등 정말 거침없는 공격적인 표현을 퍼붓게 된다. 이런 귀여운 공격성은 사실 귀여운 걸 보면 한쪽의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평형을 유지하기 위해 공격성으로 나타나는 행동이라고 한다. 다시 생각해 보면 내가 아끼는 생명체가고통스러워하고 싫어하는 행동을 내가 끊임없이 했는데도 난 적반하장 수준으로 그걸 왜 이해해주지 못하냐고 말했던 것이다. 그걸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참으로 이기적이었다.
배우 김고은이 자신의 옆에 PD나 선배들이 앉은 경우, 자신이 웃긴 포인트에서 혹시나 옆사람을 때릴까 봐 자신의 손을 서로 마주하여 하염없이 때리며 웃는 영상을 보았다. 이제 이 정도로 나이를 먹었으면 엄마 말대로 절대 밖에 나가서 누군가에게도 해선 안될 짓이라는 걸 김고은 영상을 통해서도 배웠다. 방법을 알았으니 앞으로 저렇게 노력해 보고 함부로 내 옆사람의 고통을 함부로 생각하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