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새치가 자라고 있다. 차가운 눈이 뒤덮이는 겨울이 오니,연말을 반기듯 내 머리에도 고민과 걱정이 내려오나 보다.
새치가 자라고 있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매년 나의 스트레스가 더 자라는 건지, 느끼는 범위가 더 넓어진 건지 더 눈에 잘 띠는 것 같다.청량한 공기와 하얗게 뒤덮은 산을 보다 벌써 겨울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눈앞을 가린다.
새치가 자라고 있다. 일 년에 두 번 하는 새치 염색을 하려고 염색약을 비비다 갑자기 웃음이 터진다. 이게 나에겐 얼마나 큰 행사인지, 중요한 작업인지,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일인지를 잘 알기에 아주 성심성의껏 준비해 본다.
새치가 자라고 있다. 30대에 접어들자마자 갖은 스트레스로 머리가 하얘진 엄마가 떠오른다. 60대 중반이 된 엄마는 여전히 새치염색을 한 달에 두 번씩 하는듯하다. 나의 60대를 미리 예상할 수 있어서 꽤 기분이 괜찮아진다.
차가운 눈이 덮이는 겨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마치 머리에 걱정이 쌓여가는 시기임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이번 해의 끝과 다음 해의 시작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신기한 계절이기에 겨울이 가장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