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찰나, 카지노 게임의 생일
마법처럼 카지노 게임를 낳은 후부터 내 생일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사라졌다.
생일이 되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주인공으로 살던 내가 말이다. 사실 생일뿐만이 아니다. 모든 면에서 욕심이 사라졌고 오로지 카지노 게임들에게 양보만이 있을 뿐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카지노 게임들의 생일이 번갈아 다가왔다. 생일 파티를 원하는지, 가족들과 여행을 원하는지, 또 그동안 갖고 싶었던 것은 없었는지 궁금했다. 보통 첫째는 생일이 방학 한가운데라 가족들과의 여행을 원하고, 둘째는 학기 중이라 친구들과의 파티를 원한다. 다른 날은 몰라도 생일이니까 카지노 게임들에게 넌지시 물어보지만 올해도 역시 다를 바 없다.
카지노 게임들의 생일이 되면 태어나던 순간이 어렴풋 생각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더니... 어마어마한 출산의 고통이 어렴풋해진 걸 보면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나 보네...' 시간을 아쉬워하며 중얼거린다.
망각의 동물이라 다행인 건지 아닌 건지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려 할 때 머리를 살짝 흔들어 스쳐 보내본다.
하늘이 정말 누렇게 변하던 출산 이후로 나는 진짜 엄마가 됐고, 어른이 됐다.
'F중의 대표'라고 자부할 수 있을 만큼 감정에 솔직했던 내가 이제는 감정을 숨길 줄도 알고, 참을성도 생겼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주르륵 흐르던 눈물 역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평생 영원할 것만 같은 내가 변한다.
그렇게 나를 엄마라는 존재로 만들어준 카지노 게임들을 위해 마른미역을 물에 담가 불린다. 첫째는 소고기 미역국을, 둘째는 조개 미역국을 좋아해서 그날에 맞춰 다른 메뉴를 끓인다. 카지노 게임 둘의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달라서 육아에 어려움도 있고, 손도 2배로 가지만 그렇게 내가 멀티플레이어가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그날에 맞게 음식을 차린다.
소소하게나마 욕심을 부려보고자 미역국을 그릇에 가득 담아 먹어본다.
'카지노 게임들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고 있으니까 이것으로 조금의 따뜻한 위로를 느껴야지.'
애들이 어려서부터 엄마의 생신을 잘 챙겨야 어른이 돼서도 잘 챙겨준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이 어린애들이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있으며(그 돈이 결국 내 돈) 혹여나 엄마의 생신이 스트레스가 되지는 않을까 무던히 넘어가게 된다. 올해는 하필 생일날 병원 입원을 했던 탓에 카지노 게임들의 손 편지로 지나갔다. 생일이면 세상 주인공이던 내가 편지 한 장에 만족하는 것을 보면 내리사랑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뿐이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생일에는 특히나 카지노 게임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새해가 바뀌는 첫날부터 자기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카지노 게임들이기에 더 그런 마음이 드는 것 같다.
‘Happy Birthday, OO!’
케이크에 이름을 적어 올리는데 $5가 추가되지만 그 케이크를 바라보며 웃는 카지노 게임들의 눈을 보면 충분히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나는 카지노 게임들의 촛불을 부는 그 순간이 행복하고, 감사하다.
'한 해도 건강히 잘 자라주었구나! 나이 한 살 더 먹은 올해도 잘 지내보자!"
반짝이는 눈을 바라보는 이 순간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도 기억날 것 같다. 여느 부모라면 다 그렇듯 말이다.
생일을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