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길을 찾아서
아이 있는 집은 자동차가 필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아이가 곧 학교에 들어가니 5년 넘게 들은 이야기다. 월요일 아침, 유치원까지 가는 시내버스 시간에 맞추느라 분주하게 준비하고 밖에 나갔다. 엄청 따뜻했던 주말 날씨를 생각하고는반팔에 후드티만 입고 나온 아이가 춥다고 한다. 수선화도 이제 다 폈는데, 이번 주 다시 쌀쌀해졌다. 재킷을 가지러 다시 집에 들어갔다. 서두르는 나에게 아이가 말했다.
"엄마! 우리 버스 안 타도 돼. 걸어가자. 오늘 파업이잖아."
독일은 이번 주에 교통 파업이 있었다. 버스, 기차, 지하철들이 돌아가면서 운행을 멈췄다. 남편과 내가 지나가면서 한 이야기를 카지노 쿠폰가 기억했나 보다. "파업"이 무엇인지 아는 꼬맹이가 기특하고 웃기다.
카지노 쿠폰는 "비밀 지름길"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사실 그 길이 전혀 빠르지 않은데도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짜잔 하고 나타나는 걸 즐긴다. 더 먼 "지름길"로 갔다가 얼마 전 소방서 견학에서 배운 소화전 찾기에 꽂혀서 건물 벽의 표지판을 살핀다. 소화전을 누가 더 많이 찾는지 게임을 하자고 한다. 유치원 가는 길은 절대 직선이 아니다.
유치원에 도착하자 카지노 쿠폰이 차에서 내린다. 아이가 친구의 얼굴을 발견하고 이름을 부르자 친구가 아이에게 재빨리뛰어온다. 둘이서 팔을 비행기처럼 들고 우다다다 출입문 쪽으로 달려간다. 갑자기 찬밥이 된 엄마는 뒤에서 아이를 지켜본다. 걸어오는데 30분 걸렸다. 뭐 이 정도면 선방했다.
독일에도 "엘턴택시"(Elterntaxi, 부모택시)라는 말이 있다. 아침마다 유치원 앞은 차로 가득하다. 서두르던 차들이 멈추고, 카지노 쿠폰이 급하게 내린다. 아직 졸린 얼굴로 배낭을 챙기고,부모들은 아이에게 빨리 오라고 재촉한다. 바쁜 아침, 늘 반복되는 풍경이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조금 다르다. 버스 시간에 맞춰 나가야 하고, 정류장을 찾아야 한다. 카지노 쿠폰은 출발 시간과 노선을 스스로 파악해야 하고, 환승이 필요할 땐 미리 생각해야 한다. 버스에서 내리려면 벨을 눌러야 하니 (엄마가 누르면 화냄), 아이는 밖의 풍경을 잘 살펴야 한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작은 결정들이 쌓인다. "몇 정거장 남았지?", "다음 역이 뭐더라?" 어른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과정 속에서 방향 감각, 시간 관리, 문제 해결 능력이 만들어진다.
차로 등하원을 하면 카지노 쿠폰은 이동 과정에 관여할 필요가 없다. 그냥 차에 타고, 내릴 뿐이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만 중요해진다. 카지노 쿠폰은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되고, 길을 기억할 필요도 없다.
어떤 연구에서는걸어서 통학하는 카지노 쿠폰이 신체 건강뿐 아니라 인지 능력과 학습 태도에서도 더 긍정적인 결과를 보였다고 한다. 걸으면서 경험하는 거리감, 방향 감각, 주변 환경의 변화가 공간 지각 능력을 키운다. 학자들은 이런 감각이 나중에 수학적 사고력이나 논리적 문제 해결 능력과도 연결된다고 분석한다.
네덜란드에서는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교통안전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학교에서도 자전거 이용을 장려한다. 부모가 차로 태워주는 경우가 많지 않다. 덕분에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길을 익히고, 스스로 이동하는 법을 배운다. 이게 당연한 환경에서 자란 네덜란드 아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아이들로 꼽힌다.
카지노 쿠폰가 네 살이었을 때, 교통 파업이 있던 11월,축축하고 추운 날이었다. 우리는 유치원까지 1.2km를 걸어야 했다. 비가 와서 땅이 질척거리고, 신발은 금방 젖었다. 그런데 카지노 쿠폰는 힘들어하지 않았다. 예쁜 잎사귀를 줍고, 마술봉이 될 나뭇가지를 골랐다. 그러다 흙 속에서 나온 지렁이를 발견했다.
자전거들이 달리는 길에 나와 있던 지렁이들을 하나씩 구해주느라 바빴다. 나뭇가지로 조심스럽게 집어 풀밭으로 옮겼다. 지렁이들을 다 구하고 나서야 유치원에 도착했는데, 당연히 늦었다. 나는 조바심이 났지만, 카지노 쿠폰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다음 날, 파업이 끝나고 버스가 다시 운행됐다. 그런데 카지노 쿠폰가 말했다.
"엄마, 우리 그냥 걸어가자.어제 너무 재미있었어."
시간이 지났지만 카지노 쿠폰는 그날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요즘도 가끔 말한다.
"엄마, 우리 그때 지렁이 구했었잖아!"
그날은 나에게는 비에 쫄딱 젖고 지각한 날이지만, 카지노 쿠폰에게는 엄마랑 지렁이를 구했던 날이다.더 멀고 오래 걸렸는데, 가까워지고 새로워졌다.
지름길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