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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카지노 게임에서

소예일상

by 은채 Mar 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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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인 우리들의 첫 1박 2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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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 낙산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총독부와 옛 서울역, 한국은행 등 대형 건물의 외장용 석재를 공급하기 위한 채석장이 있었다. 한국 전쟁 이후로는 채석장 사용이 중단되고 이주민과 피란민이 모여 마을을 이루었다. 이후 봉제거리로 유명했고 아직도 개발이 덜 된 곳이 많아 영화 촬영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잡은 에어비앤비의 카지노 게임 숙소는 유명한 전망대 카페 낙타가 있는 곳으로 정말 우연히도 내가 어릴 때 살았던 집에서 30초 거리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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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달동네였던 카지노 게임에 살며 마구 긁어 파낸 듯한 절벽을 보고 자랐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비좁은 계단은 어지러웠고, 억센 손과 날카로운 손톱으로 생채기를 낸 것 같은 절벽은 황량하고 무서워 보이기까지 했었다. 우리 집은 조금도 아늑하지 않아서 나는 최대한 이 집 저 집 친구집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다 들어가곤 했었다.

동대문역에 내려서 무거운 책가방을 들고 무덤 같은 집으로 들어가기까지의 길은 얼마나 길고 지루하고 목말랐는지 모른다. 초등학생이었던 카지노 게임 ‘내가 살아갈 앞으로의 인생도 이럴까? ’ 하며 우울감 속에 빠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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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기억하니? 우리 슬리퍼 신고 비 맞으며 다녔잖아.”

나는 비 맞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다. 그래서 비만 오면 슬리퍼를 신고 친구랑 둘이 빗 속을 뛰어다녔었다. 후훗 그래, 기억난다. 나는 새처럼 멀리멀리 날아가 지구를 도망쳐 우주까지 가고 싶은 아이였지.

그때 나와 함께 빗 속을 뛰어나녔던 친구가 아직도 내 옆에 있다. 우리 엄마가 나에게 얼마나 모질게 굴었는지 기억하는 친구도, 같은 반의 인기 많은 남자애에게 서로 전화해 보라며 깔깔대던 친구도 여전히 곁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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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도 있었을 나무와 바랜 벽들과 녹슨 쇠손잡이와 약간은 틀어진 창틀이 ‘희미해질 것들은 희미해지고 결국 소중한 것들은 남아있지.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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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게임은 여전히 아슬아슬하고 흉물스럽지만 옆 길에는 성곽길과 귀여운 놀이터와 예쁜 카페들이 있다. 삶은 고통이지만 고개를 돌리면 미소 지을 순간들 또한 있음을 상기시켜 주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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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을 시작으로 우리는 살아있는 날들을, 서로가 곁에 있는 날들을 음미하기로 했다. 우리는 또 어딘가로, 조금 더 긴 여행을 떠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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