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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May 25. 2021

무료 카지노 게임 미니멀리스트

사무실 책상

"이사님,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벌써, 짐 정리를 다 했어? 빠르네. 내일 봅시다."


두 번째 직장을 다닌 지 3개월이 지났을 때다. 회사에서 부서 간의 자리 이동이 있었다. 우리 부서는 월요일 아침에 바로 업무를 시작할 수 있도록 일요일에 잠깐 나와 책상 정리를 하기로 했다. PC에 전원을 연결하고, 랜선과 전화선을 꽂고 인터넷과 전화가 잘 되는지 확인했다. 화장지를 물에 적셔 책상을 한번 쓰윽 닦고 나니 10분이 채 안 걸렸다. 남들은 개인 짐이 박스로 한 개 또는 두 개나 되었으나, 무료 카지노 게임 각티슈, 수첩, 볼펜, 달력 정도로 단출했다. 딱히 할 것이 없고, 계속 앉아 있을 수도 없어서 먼저 집에 가겠다며 인사를 하고 회사를 나왔다.

2002가을, 무료 카지노 게임한동안직장에서는미니멀리스트였다. 출근무료 카지노 게임며칠이지나지않아회사를얼마나다닐있을까막막했다. 회사전체직원수는칠십여. 우리팀은남자선임, 여자선배, 나까지세명이었다. 다른팀도비슷한숫자였다. 딱히일이힘들거나사람들과관계가어렵지는않았다. 무료 카지노 게임연잎의물방울이었다. 연잎의표면은매끄럽다. 하지만확대해서들여다보면울퉁불퉁해서연잎위의물방울은속으로스며들지못한다. 시절무료 카지노 게임어디에도마음을두지못무료 카지노 게임겉돌았다. 3개월도버티고퇴사할같아일부러개인짐을만들지않았고, 주말에는공무원시험을준비하겠다며학원을다녔다.

한 회사에서 같은 일을 20년 동안 하고 있다. 사업 초창기에 이 일을 시작했고, 번성기를 거쳐 쇠퇴기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을 함께 하고 있다. 그동안 이직을 생각해보지 않은 건 아니다.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많고, 일이 재미있었던 시기가 있었다. 때로는 일이 지겹고 사람도 싫어져서 이직을 시도했고, 실패하기도 했다. 회사 다니는 거 자체를 견디기 힘들어서 회사를 잠시 쉰 적도 있고, 회사가 어려워져 구조 조정을 했는데 운 좋게 살아남기도 했다. 팀 사람들도 세명에서 시작해서 열다섯 명까지 늘어났었다. 네 개의 파트로 나뉘어 파트마다 파트원이 세네 명 되었다. 지금 우리 팀 인원은 총 다섯 명이다.


책상의 짐도 많아졌다가 다시 줄었다. 한때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책상 벽면에 놀러 갔을 때 찍은 풍경 사진을 붙여놨다. 장시간 모니터를 보다가 이따금 사진을 보면 눈의 피로가 풀리고, 여행 때 좋은 추억이 떠올라서 힐링이 되었다. 좋은 글도 붙여두고 지칠 때마다 읽어보기도 하면서 에너지를 받았다. 한 회사에서 참 많은 자리이동이 있었다. 같은 층에서 구역을 옮기기도 했고, 층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점점 짐을 줄이기 시작했다. 지금 내 책상에는 최소한의 물품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금요일마다 퇴근 전에 책상 서랍을 확인하고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린다.


가끔 어릴 적에 봤던 터미네이터 2가 생각난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용광로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이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이곳을 떠무료 카지노 게임 날 나도 영화처럼 기억에 남는 엔딩을 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터미네이터 주제곡을 들으며 집으로 돌아가볼까.



* 상단 이미지: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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