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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심 Aug 03. 2021

내 일상에 무해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최은영, 쇼코의 미소

대학신입생술자리를좋아했다. 술자리는맛있는안주와그리고이야기가있다. 술이한잔들어가면재미있는이야기는크게웃을있어서, 슬픈이야기는많이 슬퍼할있어서좋다. 12일로MT가면, 밤이새도록이런저런이야기를나눴다. 가벼운이야기부터무거운이야기까지. 때로는진실하고솔직한자신의이야기를. 나는속마음을얘기하지못하는온라인 카지노 게임이고, 어쩌다나눈이야기는민낯을보여주는같아부끄러웠다. 때로는지난밤에좁혀졌던거리가다음날에원상복구되어의아했다. "나는지난밤에네가이야기를알고있다"생각때문이었을까. 각자가서로에게거리를두는듯했다.



최은영의 소설 《쇼코의 미소》는 7개의 단편소설의 모음집이고, 다양한 감정들을 맑고 섬세하게 다루고 있다. 표제작 〈쇼코의 미소〉는 일본의 쇼코와 한국의 소유의 우정 이야기다. 쇼코는 고등학교 때 한국에 견학을 오게 되고, 그때 소유네 가족과 1주일을 보낸다. 그리고 일본으로 돌아가 편지를 보내온다. 한통은 할아버지에게 한통은 소유에게. 쇼코가 쓴 두 통의 편지는 마치 각각의 두 사람이 쓴 것처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할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는 받는 이의 마음이 절로 유쾌해지는 내용이다. 편지는 남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감정이 듬뿍 담겨있다. 소유에게 보낸 편지는 자신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서 예의 바른 쇼코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쇼코가 소유가 친구가 된 건, 자기 속 마음을 열어 보여도 자기의 삶에 침입할 수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소유 또한 쇼코가 자신의 일상에 어떠한 영향도 주지 않은 사람이다. 하지만 소유는 쇼코에게 자신이 자신이 어떤 의미이기를 바랐다.


소유와 쇼코의 관계를 생각하면 최은영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내게 무해한 사람》의 제목이 떠오른다. 일상의 반경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내 삶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이지 않을까. 내 곁에 있는 사람은 어떤 의미로는 의지하기도, 어떤 의미로는 벗어나고 싶기도 하다. 내 일상을 모르는 사람은 온전히 내 이야기를 바탕으로 짐작하고 추측한다. 아마도 내가 설명한 그림과 다른 그림을 그릴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진심이고, 그 마음이 전해져 위안을 받는다. 내 일상에 무해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 우리는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쇼코는 해변에 서 있으면 이 세상의 변두리에 선 느낌이 든다고 말했었다. 중심에서 밀려나고 사람들에게도 밀려나서, 역시나 대양에서 밀려난 바다의 가장자리를 만나는 기분이라고(p.9)..
일본에 도착하고서야 쇼코가 그리도 싫다고 말했던 일본의 습기라는 게 어떤 것인지 몸으로 이해했다. 공기 중에 섞인 수분은 그 자체로 땀 같았다. 땀구멍으로 땀이 나오는 게 아니라, 공기 중에 녹아 있는 땀이 내 피부에 닿아서 흐르는 것 같았다(P.22).


독서모임에서 《쇼코의 미소》를 읽었다. 나이도, 직업도 사는 곳도 자세히는 모른다. 그냥 짐작만 할 뿐이다. 책을 함께 읽고 서로의 생각을 나누다 보니 좋아하는 일, 고민되는 일, 자신이 추구하는 삶, 과거의 기억 등 각자의 삶의 궤적을 이해하게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함께 읽은 책이 쌓이고, 서로를 이해하는 깊이도 쌓인다. 독서모임을 함께 하는 사람들은 내 일상에 무해한 온라인 카지노 게임이자, 유익한 사람이다.



* 《쇼코의 미소》에 담겨있는 7개의 단편소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소설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들을 탐구했고, 그 감정들이 내 안에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어디서부터 꺼내야 할지 아직 정리가 안되었지만, 기회가 되면 하나씩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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