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비거뉴어리 Day 25
남편의 열세 살 조카는 취향이 확실하다.
토마토랑 상추가 들어가면 그건 샌드위치가 아니죠!
그래서 이 소년의 최애 샌드위치는 햄-치즈 샌드위치.
한편, 지난가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엄마가 토마토를 한 접시 가득 잘라 놓으신 적이 있다. 조카 서너 명이 몇 번 왔다 갔다 하더니 접시가 싹 비워졌다. 그걸 본 남편은 두고두고 그 일을 회자한다.
믿을 수가 없어. 토마토를 무슨 과자처럼 먹다니...
남편은 온갖 채소 반찬과 어울려 밥을 먹는 한국 조카들을 보며 미국 조카의 까다로운 입맛을 걱정한다.
남편이그런생각을할때나는토마토맛을생각했다. 조카들이 달게 먹었지만, 내 입에 그 토마토는별맛이없었다. 한여름내내텃밭에서딴토마토를먹다가한국에간터라그맛차이가더크게느껴졌다. 조카들에게직접키운토마토맛을보여주고싶었다.
뭐, 사실 아이들은 개념치 않는다. 한창 크는 아이들 먹이려면 후숙 해서 먹일 겨를도 없어 보인다. 없어서 아쉽지 맛이 좀 덜 한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텃밭에토마토가많이열렸다. 욕심껏열그루쯤심었더니왕성한생산력을도저히따를수없었다. 남는토마토는오래저장할수있도록캐닝canning을했다. 유리병을소독했다가말리고, 삶은토마토를넣어뚜껑을닫고다시병을끓여압축하는과정을거쳐야한다. 매우번거로운일이다. 캐닝자체가익숙하지않은나는쌓여가는 토마토를모른척한다. 그럼남편이어쩔수없지, 하며작업에들어간다.
남편 덕분에 올 겨울에도 지난여름의 맛을 아직 느끼고 있다. 직접 채소와 과일을 길러보니, 그 맛이 슈퍼마켓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특히 토마토가 그렇다. 나무에서 완전히 익혀서 갓 딴 토마토보다 맛있는 토마토는 없다. 그런 토마토를 저장했다가 만든 토마토소스 맛은 어떨까?
엄청 새콤하고 달다.
다진 마늘과 양파를 볶는다. 버섯과 허브 가루를 넣고 좀 더 볶다가 저장 토마토 한 병을 붓는다. 한참 끓이다가 소금으로 간을 하고, 원하는 되기가 되도록 졸인다.
채식 파스타도 다양한 맛을 낼 수 있다. 그 밖에 이런 파스타를 종종 해 먹는다.
채식은 결핍이 아니다. 고기와 생선, 달걀을 제외하자 선택할 수 있는 재료의 폭은 더 넓어졌다.
“칠십팔억 지구인 속에서 내 존재는 너무도 작지만, 나는 하루 세끼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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