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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이나 Feb 24. 2025

2년 동안 카지노 쿠폰 남긴 흔적과 <꼭 맞는 책

꼭 카지노 쿠폰 책 | 정지혜 | 유유(2025)



지금 카지노 쿠폰 읽고 싶은 책들이 나의 안부를 말해주는 셈입니다.

애니 듀크의 <큇을 샀다. 2023년 2월 22일의 일이니 꼭 카지노 쿠폰 전이다. 책의 부제는 방금 구매이력을 검색하다가 알게 됐다. ‘자주 그만두는 사람들은 어떻게 성공하는가’. 성공하고 싶었나? 그럴 리가. 난생처음 보는 것 같은 부제다. 낯선 게 당연하다. 책을 펼치지도 않았으니까.


2023년 2월 22일 경의 안부는 그랬다. 그만두고 싶다. 무엇을? 당시까지 3년째 쓰고 있던, 드라마가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슈레딩거의 고양이와 같은 글을. 끝내버리고 싶다. 삶의 재난 앞에서 무력하고 의미없는 글을 쓰는 일을. 글의 더미들이 담긴 상자를 열어볼 일은 어차피 영영 없을 것만 같았고, 가능하다면 상자 채로 어딘가 깊숙이 넣어두고 영원히 잊고 싶었다. 그런 이유만으로도 <큇이라는 제목의 카지노 쿠폰 살 수 있는가? 세상엔 그런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사할 때마다 “책이 좀 많은데요”라고 말한 뒤 이사를 도와주는 기사님의 눈치를 보는 삶을 살게 되는 것이다.


<큇을 읽지 않는 사이에 다른 책을 많이 읽었는가 하면 그렇지는 않았고, 가끔 밀린 영양제를 한 번에 먹는 느낌으로 (당연히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다) 책을 몰아 읽는 날이 있었다. 내가 쓴 문장들을 너무 많이 읽어버려 체하는 날도 번갈아 찾아왔다. 체하고나면 한참동안 타인이 쓴 문장은 읽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날들이 지나가는 동안 책장에 <큇이 있다는 걸 잊었다. <꼭 맞는 책에서 저 문장을 마주하기 전까지. “지금 카지노 쿠폰 읽고 싶은 책들이 나의 안부를 말해주는 셈입니다.” 그래요, 그랬군요.


<큇을 사고 1년 후, 2024년 2월에 사적인서점에 갔다. 파주로 옮기고는 첫 방문이었다. 연수를 받으면서 운전을 시작한 지 막 2주 차가 되어 아직 첫 사고가 나기 전이라 겁이 없던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파주행 자유로로 차를 몰았다. 달리다 보니 어쩐지 시속 100km라는 걸 알았을 때, 그게 별로 무섭지 않은 카지노 쿠폰 조금 무서웠다. 근처에 다 왔는데 뒷건물로 들어가는 길을 알려주어 주변을 빙글빙글 돌게 만든 카카오내비를 그날부터 쓰지 않게 되었다.


서점은 지수 님이 지키고 있었다. 성산동 시절보다 넓고 깊은 공간, 채광, 온도, 그 모든 것이 여기가 제자리라는 느낌이었다. 첫 장거리 운전이었다며 호들갑을 떨기는 안 어울리는 곳이었는데, 또 그러지 않기에는 파주까지 차를 몰고 온 카지노 쿠폰 너무 기특해서 자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수 님은 은은한 미소를 띈 채 내 호들갑을 들어준 뒤에 내 책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가 있는 서가를 보여주었다. 독자를 많이 만나지 못한 내 네 번째 책을 가장 사랑해 준 책방이 사적인서점이었다. 고마워서는 아니었고 책을 사러 갔기 때문에 책을 샀다. 카지노 쿠폰 서점을 찾기 얼마 전에 사적인서점에서 북토크를 하셨던 황정은 작가 님이 추천하셨다는 책 두 권과 지수 님의 추천 책 한 권. 케이크 한 상자를 사적인서점에 두고 차에는 세 권의 책을 싣고 다시 서울로 향하는 방향의 자유로가 꽉 막혀있었다. 운전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노래를 틀어보았다. 많은 처음이 있는 날이었다.


다시 1년 후. 며칠 전인 2025년 2월의 어느 날, 망원의 작업책방 씀에 가서 정지혜 작가의 ‘작가의 책상’ 전을 둘러보고 <꼭 카지노 쿠폰 책을 샀다. 전시를 꼼꼼히 보지는 못했다. 한 달에 한 번 망원의 정신의학과에 약 처방을 받으러 가는 날이면 씀을 들르는 루트를 만들어놨는데, 야간진료가 있는 날이라 대기환자가 많았던 것이다. 7시까지 열어둔다는 씀의 인스타 스토리를 확인하고 6시 50분에 약을 받아 병원에서 씀까지 따릉이를 타고 달렸다. 자전거로는 2분 거리니까. 원래도 차가운 손이 얼어붙은 거 빼고는 괜찮았는데, 씀을 지키고 있던 혜은 작가님과 인사하며 악수할 수가 없었다.


다시 카지노 쿠폰 전.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손을 잡아주자 친구가 그랬다.

“자기는 손잡고 위로하는 건 안 하는 게 좋겠어. 뼛속까지 시려, 지금.”


차가운 손에 <꼭 맞는 책을 들고 들어온 날은 고독했다. 책을 읽고 하는 질문을 듣는데도 책을 읽은 게 맞나 싶었다. 카지노 쿠폰 질문을 하면 곤란해하고, 정해둔 답을 하지 않으면 탐탁잖아하는 이들 앞에서 책 이야기를 하는 일이 그렇게 쓸쓸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책을 잘, 어떤 순간에는 쓴 사람보다 잘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 나는 2022년의 씀에서도, 사적인서점에서도 그런 사람들을 만났고, 그런 사람들의 질문을 들었었다. 그러니까 나는 꼭, <꼭 맞는 책을 그날, 씀에서 사야만 했던 것이다. 덜 고독하기 위해서.


모임과 약속으로 어수선했던 주말의 끝에 <꼭 맞는 책을 읽었다. 책 처방사의 독서법을 따라가는 일은 재미있었다.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게 지혜님이 책을 읽는 방식과 카지노 쿠폰 읽고, 보는 방식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지혜 님이 책을 페어링 하듯이 나는 책과 영화와 드라마를 잇는다. 카지노 쿠폰 ‘지도 그리기’라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읽고 보는 모든 것이 마침내 이어져있다는 것. 카지노 쿠폰 그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갈 운명이라는 것이 때로는 저주같다가도 대체로 좋고, 가끔은 얼마나 고마운지.


<꼭 맞는 책은 과거의 어떤 날과 이렇게 이어진다. 지혜 님은 책의 키워드로 ‘특별한 헌사’를 수집한다. 예시로 인용된 정세랑 작가님의 ‘작가의 말’은 카지노 쿠폰 특별히 좋아하고 기억하고 있는 문장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출간된 앤솔러지 <저는 언제쯤 잘 풀릴까요에 실린 우리가 서로의 다행이니까를 쓰기 전 미팅에서 ‘행운이론’을 설명하면서 출판사 대표님께 인용해 알려드리기도 했는데, 에세이를 마감하면서 찾아보니 찾을 수가 없었다. 책장에서 <시선으로부터와 <피프티 피플, <보건교사 안은영과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꺼내보았지만 모두 아니었다. 정세랑 작가님이 확실한데? “아무리 해도 로또가 되지 않는 건 이미 엄마 아빠 딸로 태어났기 때문일 거예요”라는 문장은 정확하게 기억을 하는데, 왜? 그래서 글에는 ‘좋아하는 소설가의... 책...’ 이런 식으로 들어갔고 그렇게 들어가도 상관이 없는 부분이라 다행이었지만, 지혜 님 덕분에 <지구에서 한아뿐의 작가의 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 기억력이 이제 ‘력(힘)’이라는 단어가 붙어서는 안 될 수준이 되어간다는 것은 나중에 고민할 문제로 두고.


기억력 이야기가 나왔으니 또 하나. <꼭 맞는 책에 부록으로 실린 [처방전 30]은 살아가며 활용하려고 전부 읽지는 않았다. 카지노 쿠폰 읽은 책이 처방된 부분만 읽었는데, 지혜 님이 <올리브 키터리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단편으로 여행 바구니」를 언급한 걸 보고<올리브 키터리지를 책장에서 꺼냈다. 이 카지노 쿠폰 여러 번 읽었지만, 여행 바구니라는 제목이 왜인지 낯설었고 어떤 내용인지 기억이 나지 않아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았다. 다 읽고 보니 카지노 쿠폰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 담긴 단편이었다. 심지어 <해피 엔딩 이후에도 우리는 산다에도 인용했던 문장이었는데, 도대체가 어떻게 되어먹은 기억력인지, 원.


그래서 다시 옮겨 적는다. 이번에는 여행 바구니에 실린 문장이라는 걸 잊지 않기로 약속하면서.


요즘 올리브가 아는 거라곤 해가 떨어지면 잘 시간이라는 사실뿐이다. 사람들은 그럭저럭 살아낸다는 그 말. 올리브는 확신하지 못한다. 거기에도 여전히 파도는 있지, 올리브는 생각한다.


나는 젊어서 남편을 잃은 말린 보니의 손도 잡아줄 수 없을 것이다. 손이 너무 차가워서 위로가 되지 않을 테니까. 2년 전 똑같은 상황에서는 배운 게 있어서 다행이지 않은가. 그리고 이제 나의 2년을, 차가운 손으로 친구의 손을 덥석 잡고, 한밤 중에 갑자기 <큇을 샀던 날들로부터, 부지런히 수영을 하고 들고 나온 책을 다 읽고, 그 책에 대해서 쓸 수 있게 된 오늘까지를 그럭저럭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꼭 카지노 쿠폰 책 덕분에, 내 인생의 2년을 다시 읽어볼 수 있었던 셈이다. 지혜 님은 시차를 두고 책을 (이 글에서 나는 2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한 번 더 읽기에 대해서 이렇게 쓰고 있다.


예전에 힘주어 밑줄을 그었던 구절이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고,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었던 게 새삼 눈에 들어오거나, 전에는 무슨 뜻인지 몰랐던 내용이 뒤늦게 이해되기도 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은 그대로인데 그것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카지노 쿠폰 달라진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난 2년의 삶은 과거이므로 바꿀 수 없는데, 그 시간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카지노 쿠폰 달라진 걸 눈으로 (썼으므로) 확인할 수 있었다. <꼭 맞는 책 덕분이다. 역시 책은, 좋다. 책은, 참 좋다.


지금까지 난 사적인서점을 찾았던 어느 2월에 점선을 긋고 접으면 만나는 2월로부터 2월까지, 그 2년간 ‘그럭저럭 살아냈다’고 생각해 왔다. 이제 그 길었던 페이지에 올리브의 한 마디를 옮겨 써 덧붙이고 다른 카지노 쿠폰 되어 진짜 봄으로, 3월로 가겠다.


거기에도 여전히 파도는 있지.


+

아, 사적인서점에서 산 세 권의 책 중 한 권은 읽었다는 걸 밝히고 싶다. 최진영 작가님의 <단 한 사람이다. 읽어야 할 때가 찾아왔고, 읽었고, 좋았다.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는 영화 <룸 넥스트 도어를 보고 와 읽으려고 ‘읽을 책’ 더미의 위 쪽에 놓았으나, 아직 읽지는 않았다. 문제는 나머지 한 권인데... 어떤 카지노 쿠폰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책에도 시절인연이 있으니 닿아야할 때 닿게 될 것이다. 이건 내 기억(력)에 대한 핑계는 아님을 또 덧붙여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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