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몽마르트, 카지노 게임이 흐르는 언덕에서
사티의 선율이 스민 거리
카지노 게임, 이 거리와 어울리는 음악이 생각났다.
이어폰 속에서 에릭 사티의 선율이 조용히 피어올랐다.〈짐노페디〉, 그리고 〈쥬뜨브 Je te veux〉.
고요하고 서늘하며, 어딘가 몽롱한 그 음악은 언덕 위의 공기와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석조 건물에 반사된 햇살,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바람, 그리고 그 가운데 흐르던 음악.
배경이 아니라, 풍경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사티는 생전에 자신의 음악이 “가구처럼 존재하길 바란다”라고 했다.
즉, 커튼이나 탁자처럼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나에게 그의 음악은 언제나 특별했다.
특히 이 몽마르트 언덕에서는, 조용히 말 거는 친구처럼 내 곁에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GA8_8nQ18Pg
에릭사티의 곡 ´Je Te Veux’
영어로는 I want you, 나는 너를 원한다. 에릭은 수잔을 생각하며 이 곡을 만들었을까?
반 고흐와 사티, 같은 곳에 있었다?
카지노 게임는 단순한 낭만의 장소만은 아니다.
이 언덕에 있는 빈센트 반 고흐의 그 자취를 따라 걷는 것이 내겐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졌다. 내가 이번 빠리 여행을 오게 된 가장 큰 이유이기도 했다.
1886년, 빈센트 반 고흐는 이곳 카지노 게임에 약 2년간을 머물렀다. 그런데 이 시기 빈센트의 행적에 대하여는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동생 테오와 함께 살았기 때문에 남겨진 편지가 없기 때문이다.
놀라운 건, 바로 그 시기 에릭 사티 역시 이 언덕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은 골목을 걸으며 색을 수집했고, 다른 한 사람은 피아노 앞에 앉아 침묵의 리듬을 그렸다. 마치 같은 공간에서 서로를 모른 채 살아가던 두 카지노 게임가. 그들의 시간이 겹치는 순간을 상상하면, 그 자체로 문학 같다.
“나는 음악이 흘러나오는 창문을 지나치듯, 그림자가 건너가는 정오의 거리를 걷듯, 그렇게 카지노 게임을 마주하고 싶었다.”
— 수전 손택, 《감각의 해석》
* 19c 당시의 뮬랭 드 라 갈레트(현재는 민간소유이고 출입불가)
* 새로 생긴 '물랭 드 라 갈레트', 현재 레스토랑으로 운영 중
왜 카지노 게임가들은 몽마르트를 선택했을까?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 르누와르, 1876, 오르세
19세기 중엽, 나폴레옹 3세의 대대적인 빠리 도시 개조가 한창일 때,
몽마르트는 그 대대적인 변화의 대상에서 비껴 난 언덕이었다.
그 덕분에 집세는 저렴했고,
카지노 게임가와 노동자, 작가와 무명의 연인들까지 이 언덕으로 모여들었다.
귀족들이 오페라와 백화점에서 주말을 보내던 동안,
이곳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 춤을 추며 웃고, 사랑을 나눴다.
“카지노 게임은 언제나 변방에서 태어난다. 중심은 이미 너무 바쁘다.”
— 앙드레 말로
르누아르가 그린 《물랭 드 라 갈레트의 무도회》(1876)는 바로 이 장소의 주말 오후를 담은 작품이다. 캔버스 속 사람들은 화려한 복장도, 대단한 무대도 없이 그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음악에 몸을 맡긴다. 햇살은 나뭇잎 사이로 스며들고, 그림자조차 생동감이 넘친다. 르누아르가 사랑했던 이 거리의 생명력은 그 작품 하나로 오늘날까지도 살아 숨 쉰다.
* 첫 번째 샤누와 카페 포스터
사티가 몽마르트에서 처음 정착한 장소도 ‘뮬랭 드 라 갈레트’ 다. 그 후에는 샤누와(검은 고양이) 카페와 라팽 아질을 오가며 카지노 게임가들과 교류했다. 르누아르의 대표작 속에서 인물들이 춤을 추던 그 무도회장이기도 하다. 그와 나란히 존재했을 사티의 모습이 상상되며, 그는 어느새 내 마음속에 더 가까운 카지노 게임가가 되었다.
* 라팽 아질 카바레
수잔 발라동, 또 하나의 그림자
<에릭 사티 수잔 발라동, 1893년, 퐁피두센터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티와 발라동, 풍차 아래의 사랑이 있었을까?
이 언덕에서 카지노 게임과 삶을 함께 나눈 또 한 사람,
바로 사티의 연인이자 여류화가 수잔 발라동이다.
그녀는 자신을 모델 삼아 그렸고,
그림 속 여성은 언제나 강인했고, 독립적이었다.
사티와 발라동은 짧지만 깊은 사랑을 나눴다.
그들의 관계는 결국 이별로 끝났지만,
그들의 카지노 게임은 여전히 이 언덕 위에 머물러 있다.
지금은 풍차도, 피아노도 멈췄지만,
그 시절의 공기, 숨결, 사랑의 잔향은
오후의 바람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것 같다.
수잔 발라동, 왜 지금 다시 주목받고 있을까?
그날, 퐁피두 센터에서는 발라동의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고 있었다.
빠리 국립현대미술관이 보수 공사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펼쳐지는 특별한 전시.
며칠 뒤, 나는 그 전시를 보러 갈 예정이다.
그녀가 살았던 거리, 그녀가 사랑했던 사람들,
그녀가 남긴 작품들을 가까이에서 만나볼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그녀와 사티가 머물던 시대의 공기, 그 카지노 게임의 잔향을 다시 음미할 수 있을 테니까.
* 뮤제 드 카지노 게임(카지노 게임 미술관)
그날 나는 수잔 발라동과 르누아르가 살았던 집이 있는 몽마르트 박물관 앞을 지나, 생 드니 주교의 작은 공원에 이르렀다. 담장 너머로 빠리의 하늘이 흐릿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낯설고도 익숙한 그 풍경 속에서, 나는 이 거리의 숨결을 한 걸음씩 따라가고 있었다. 이 발걸음 하나하나가 단순한 관광이 아닌, 카지노 게임의 순례처럼 느껴졌다. 며칠 뒤, 몽마르트 박물관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이야기들은, 이 책의 다음 장에서 다시 펼쳐질 것이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