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복싱 2년 경력자의 생활체육대회
패배나 탈락을 잘 받아들이는 편이다. 환경을 탓하기보다 나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결국에 중요한 건 패배나 탈락을 통해 성장하는 거니까. 한마디로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편이다. 복싱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 2월 23일, 올해 첫 생활체육복싱대회에 다녀왔다. 서울 마포구민체육센터에서 열린 제63회 KBI 생활복싱대회(이하 생체)에 참여했다. 딱 2년이 되는 때였다. 그 전까지 전적은 3승 1무 1패.
복싱 수련 3개월 만에 나갔던 대회에서 첫 패배를 빼고는 패배가 없었다. 대진운이 좋았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꾸준히 운동한 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 시합마다 기량이 100% 발휘되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운 마음이었다.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게 공통적인 문제점이었다.
잠깐 복싱 용어를 설명하면 복싱 격투 스타일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인파이터, 아웃복서, 슬러거. 인파이터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 상대에게 바짝 달라붙어 접근전을 펼치는 복서를 뜻한다. 마이크 타이슨과 매니 파퀴아오가 대표적인 인파이터다.
아웃복서는 경쾌한 스텝을 활용해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유효타를 노리는 복서다. 무하마드 알리와 메이웨더가 대표적인 아웃복서다. 슬러거는 강한 펀치를 구사하며 일반적으로 맷집이 좋고 타고난 '인자강(인간 자체가 강한 사람)'이 많다. 대표적으로 만 45세의 나이에 최고령 세계챔피언이 된 조지 포먼이 있다. 참고로 조지 포먼은 지난달 타계했다.
화끈하게 치고받는 인파이터나 슬러거 스타일의 시합을 보는 것도 즐긴다. 하지만 미세하게 거리 조절을 하면서 격투하는 복서에게 더욱 매력을 느끼면서 아웃복서를 지향하고 있다. 섀도복싱과 수많은 스파링을 거듭하면서 아웃복싱을 수련했다.
이번 대회 목표는 힘을 적재적소에 넣고 아웃복싱을 펼치는 것이었다.하지만 생체 특성상 아웃복싱이 쉽진 않다.요즘 생체는 1분 30초 2라운드로 진행된다. 도합 3분밖에 안 되는 시간에 모든 걸 쏟아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전력으로 움직이다 보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릴 정도로 힘들다.자연스럽게 몸은 굳고 미세한 거리를 조절하며 싸우기보다는 상대에게 접근하여 난타전을 하게 된다. 복싱인들은 이를 두고 '개싸움' 또는 '막싸움'이라고도 부른다.
경기 직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드디어 링 밖의 관전자가 아닌 링 위의 주연이 될 시간이다. 링 위에 올라가기 전 긴장감은 극도로 치닫는다. 내 몸에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는 게 분명하다. 남은 경기는 단 한 경기. 그런데 헤드기어를 착용한 채로 대기하던 와중에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시합장에서 제공하는 헤드기어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국 몇 분을 남기지 않고 급하게 시합장에서 제공하는 헤드기어를 교체했다. 나도 관장님도 당황했지만 이것도 이겨내야만 한다. 링 안이든 밖이든 변수는 생기기 마련이니까. 지면 핑계가 될 것이고 이긴다면 열악한 환경마저 돌파한 승리의 퍼즐이 완성될 것이다.
링 중앙에 서서 상대와 인사를 나눴다. 상대는 필자보다 머리 하나 정도 신장이 작았다. 수없이 연습했던 아웃복싱을 펼치기 위해 가볍게 스텝을 뛰면서 거리를 쟀다. 상대는 가드를 단단히 머리 위에 붙이고 전진하는 왼손잡이(사우스포) 인파이터였다. 확률적으로 오른손잡이(오소독스)는 왼손잡이를 만날 가능성이 낮지만 왼손잡이는 주로 오른손잡이와 연습한다. 대체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가 맞붙는 경우 오른손잡이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1라운드는 리치가 긴 장점을 살려 오른손 카운터를 몇 차례 적중시켰다. 갈고닦은 원배(왼손으로 잽을 주고 오른손으로 상대 복부를 찌르는 공격)도 성공시켰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또다시 오른손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고 내 공격을 읽은 상대가 회피한 후 접근하기 시작했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타격거리는 나오지 않았고 상대의 공격을 허용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로 클린치(끌어안는 기술)하는 과정에서 나만 심판에게 주의를 받았다. 1라운드는 그래도 우세하게 끝이 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몇 차례 공격을 성공하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거리가 가까워졌다. 내 중심은 마구 흐트러지는 반면 상대의 중심은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었다. 펀치는 맞을만했다고 생각했는데 경기 후 영상으로 보니 머리가 뒤로 젖혀지고 중심이 너무 흔들렸다. 바로 이때 클린치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1라운드 때 심판의 매서운 경고가 생각났다. 가드를 올리면서 받아치려고 했다.
하지만 내 주먹은 허공을 갈랐고 상대의 주먹은 내 몸과 안면을 강타했다. 그렇게 몇 번의 난타전이 끝난 후 가운데 심판을 가운데 두고 상대와 내가 섰다. 상대의 손이 올라갔다. 마라톤같이 기록 경기나 팀스포츠와는 달리 복싱은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린다. 링 위에 올라선 이의 용기와 노력은 모두 멋지다. 하지만 분명히 패배는 고통스럽다.누가 패배를 잘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는가.
대회에서 카지노 게임 사이트하며 배운 것들
시합은 끝났다. 복기가 필요하다. 괴롭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다.패배를 잘 소화해야만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의 약점을 직면하고 고쳐야만 한다. 그래야만 더 강해질 수 있다.
유연하게 움직이려다 보니 손은 내려가고 턱이 또 들렸다. 턱을 잘 보호하고 상대가 접근해 올 때는 두 손을 쭉 뻗어(롱가드라고 부른다) 사전에 공격을 차단하는 방어 연습을 해야겠다.
욕심이 과했다. 들어오는 상대에 맞춰 스트레이트 카운터를 강하게 집어넣었다. 성공시키기도 했지만 후반부에는 타이밍이 읽히면서 내 공격은 실패하고 상대 공격은 허용했다. 욕심 탓이다. 한방에 해결하려는 급한 마음 때문이었다. 복싱을 하다 보면 몸과 정신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 깨닫게 된다.
승리의 원인은 나에게서, 패배의 원인은 남에게서 찾으려는 게 인간의 본능인가 보다. 복기하다 보니 구차한 핑계도 하나 생각해 냈다. 바로 심판이다. 중간에 심판의 경고가 얄밉게 느껴졌다. 영상을 돌려보니 클린치는 나만 한 게 아니고 상대도 한 건데 왜 나만 경고를 받았을까. 좀 아쉬운 부분이지만 아마도 상대적으로 키가 크고 리치가 긴 나의 움직임이 좀 더 돋보였을 것 같다.
냉정해지자. 카지노 게임 사이트의 원인은심판 때문이 아니다.심판의 개입, 체육관 분위기와 온도, 예기치 못한 장비 착용 규정 등은 모두 시합의 일부다. 따라서 환경을 극복하는 것도 실력의 일부이다. 환경에 따라 흔들린다는 건 실력이 부족하단 걸 의미한다.
복기를 통해 패배라는 쓴 약을 소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마냥부족한 점만 드러난 시합은 아니었다. 생체 6전만에 처음으로 아웃복싱을 해봤고 몇 차례 강한 카운터를 적중시켰다. 연습한 것을 실전에 사용했다는 것에 만족했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복싱 이후에는 마무리 운동이 필수적이다. 스트레칭은 몸을 이완시키고 시합에 관한 이야기는 마음을 이완시킨다.생활체육대회는 취미 복서 실력 검증의 무대이자 축제다. 링 위에서는 죽일 듯 싸우지만 종이 울리면 서로를 포옹하면서 인사를 나눈다. 일반적으로 생체는 이렇게 마무리되지만, 필자는카지노 게임 사이트를 찾아가 링 밖에서 인사를 나눴다. 오지랖이 좀 넓은 편이기도 하지만 두 번째 시합에서 만난 상대가 먼저 나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배운 문화다.
그렇게 매섭게 주먹을 뻗던 이의 헤드기어를 벗은 모습을 보니 이렇게 순해 보일 수가 없다. 역시 외모로 강인함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상대분과 시합에 관한 대화를 나눴다. 복싱인들만의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대화가 이어졌다. 농도 짙은 주먹을 나눈 이들의 뒤풀이 대화랄까.복싱 경력도 공유하고서로 많이 배웠다고추켜올리기도 한다. 상대 분은"앞으로는 경기에서 다시 만나고 싶지 않다"라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패자를 위한 위로이기도 하고 승자를 위한 진심을 담은 축하의 자리다.
카지노 게임 사이트 이후 아침잠을 이겨내고 달리기 시작했다
이번 생체가 나의 마지막 시합은 아니었다.승리했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패배를더 높은 단계로 도약하기 위한 도움닫기로 삼을 것이다. 패배 이후 가장 변화한 게 있다. 3km~5km 아침 달리기를 시작했다. 기술 면에서도 보완해야 할 점이 많겠지만 체력을 더욱 강인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필자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2년 전 복싱을 시작한 이후로 아침 달리기는 환상과도 같았다. 하지만 패배 이후 아침 달리기는현실이 되었다. 단 한 번의 패배로 생활패턴이 바뀌었다.이것은 모두 달콤한 승리가 아니라 쓰디쓴 패배가 준 선물이다.
올해는 신인선수권대회를 목표로 운동하고 있다. 몸이나 일정에 특별한 문제가발생하지 않으면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다. 신인선수권대회는 복싱협회에 아마추어선수 등록을 하고 치르는 시합이다. 생활체육 수준을 넘어서는 대회다.취미라는 허물을 벗고 엄연히 선수라는 신분으로 경기를 뛰는 것이다.삼십 대 중반에 복싱을 시작한 필자에겐 큰 도전이다. 오늘도 두려움과 설렘을 동시에 안고 샌드백 앞에서 선다. 원투원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