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신의 『서평가 되는 법』을 읽으며 든 생각
책을 읽지 않는 시대라고 하지만 '텍스트힙'이라는 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기도 한다. 김성신 출판평론가에 따르면 '책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이성은 안전하다'라는 인식이 젊은 여성들 사이에 퍼져 있기 때문이란다. 책이 일종의 '필터'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더 자주 들여다보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어떻게 해야 할까. 좋은 책을 소개하는 사람이 더 많아지면 된다.
30년 가까이 서평가로 살아온 김성신은 '출판(publishing)'의 라틴어 어원을 따져 보면 서평가란 여러 사람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사람이라는 뜻도 있다고 알려준다. 서평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것이며, 자신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양질의 책을 추천하고 알리는 것이 서평가가 가져야 할 거의 유일한 자격 조건이라는 선언이기도 하다. 평생을 서평가로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하던 김성신은 점점 바빠지는 40대를 지나 과로사를 걱정할 정도로 바쁜 50대를 맞아 자신이 살아남는 방법은 서평가 수를 늘리는 것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다고 손오공처럼 털을 뽑아 분신들을 만들어 낼 수도 없는 일이다. 그는 될성부른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서평가가 되라고 '꼬시는' 방법을 택한다.
책을 좋아하는 코미디언 남정미에게 서평가가 되어보라 꼬시고 7년이나 글쓰기 수업을 듣고 있던 경단녀 김윤정에게도 서평을 연재하라고 꼬신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남정미는 "한 번만 안아봐도 돼요?"라고 백주대낮에 포옹을 청했다. 방금 자신의 인생을 바꿔 주었기 때문이란다. 김윤정은 '맛있는 건 나눠 먹어야 하고 재미있는 일은 같이 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평을 연재하고 있다. '김윤정의 고사리 원정대'는 봄마다 동무들을 데리고 고사리 꺾으러 가는 마음으로 쓴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자, 위 내용을 요약해 보면 김성신은 나 좋자고 살기보다는 '남 좋자고 사는' 사람이다. 자신의 능력과 성의를 토대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사람이다. 추천사를 쓴 정지우 작가의 '서평가들이 태어나는 순간에 김성신이라는 인물이 곁에 있다는 사실'이라는 대목은 그의 이런 이타성을 잘 보여준다. '좋은 서평은 좋은 생각'이라는 부분에 밑줄을 친 김미옥 선생의 추천사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좋은 뜻과 갸륵한 내용이 든 책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오랜만에 만장일치로 밀어주고 싶은 책이 나왔다. 이런 생각은 널리 널리 퍼져 책을 읽은 사람 가슴마다 싹을 튀어야 한다는 나의 바람에 걸맞게 유유출판사에서 아주 핸디한 사이즈로 나왔다. 어서 서점 매대 앞으로 달려가 이 책을 사자. 이미 읽을 사람이라면 핸드백에, 주머니에 이 책을 넣고 다니다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게 덥석 선물하자. '책을 사이에 두고 만나는 사람은 안전하다'라는 말은 이 책 덕분에 안전을 넘어 감동으로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