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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제이 May 14. 2025

1년 전, 읽었던 책을 무료 카지노 게임 꺼내다


작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쳤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 첫 번째 독서 직후엔 감상이 뾰족하게 남지만, 시간이 흐르면 윤곽이 희미해지고, 오래지 않아 모든 내용을 망각해 버린다..


1년 만에 같은 책을 열자 작년과 똑같은 감동이 밀려왔다. ‘그래! 이런 좋은 문장이 있었지. 이걸 왜 잊고 살았을까? 이번에는 눈에 잘 보이는 곳에 메모해두고 수시로 들여다보자.’ 다짐하며 메모 앱을 열었다가, 그 안에서 방금 읽은 그 구절을 발견했다.


웃음이 났다. 나는 치매라도 걸린 듯 1년 만에 그 좋은 말들을 죄다 잊어버린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는 매달, 매일 새로운 계획을 세우지만 금세, 정말이지 순식간에 잊어버리고 만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오늘은 무엇을 해야 할까’ 밤마다 깊이 고민해 적어둔 다짐조차 아침이면 희미해진다. 나는 망각하는 인간, 수시로 잊는 인간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를 탓하지 않는다. 잊었다면 다시 기억하면 그만이다. 메모를 좀 더 눈에 띄는 곳으로 옮기고, 그래도 잊으면 아예 휴대전화 위에 메모지를 붙인다. 게으름이나 둔함을 꾸짖기보다 우선 몸부터 움직인다. 그게 나의 장점이자 기술이다.



내 삶 역시 망각의 연속이었다. 무료 카지노 게임 전, 2년 전, 5년 전, 10년 전. 그동안 세웠던 수많은 목표들이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천천히 되짚어보면, 그 가운데 이룬 것도 있고, 이루지 못한 것도 있다. 시간이 흐르며 결국 목표가 이뤄지는 걸 보면 놀랍다. 하지만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과거 내가 그런 목표를 세웠다는 걸 몽땅 잊어버렸다는 사실이다. 나는 정말 잘 잊는다.


이번에 책을 다시 읽으면서, 이번만큼은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대할 것을 다짐했다. 숙제하듯 속도를 내기보다 문장 하나하나를 마음으로 되뇌어볼 요량이다. 예전엔 서둘러 읽어버렸기에 더 쉽게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는 이번에 읽은 내용도 또 잊고 말겠지. 그러면 세 번 읽고, 또 네 번 읽게 될 수도 있겠다. 어쩌면 나는 영영 기억해 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좀 잊으면 어떤가. 다시 읽으면 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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