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첫날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새해아침에 이렇게 일찍 일어난 적이 없다. 아침 6시에 기상, 7시에 차 시동 걸고 시카고로 부리나케 출발했다.
이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이렇게 물을 수 있다.
"어머~ 새해에 미시간 호숫가에서 하는 수영행사에 가시나 봐요~"라고.
한인회에서는 매년마다 '새해아침 해돋이 감상과 수영'이라는 행사를 치른다. 물론, 희망자에 한해서다. 듣기로는 꽤 많은 사람들이 새해맞이 행사에 온다고 한다.
시카고 다운타운을 끼고 있는 미시간 호수에서 해돋이 감상을 한다. 그 후에 모두 팬티하나만 걸치고 (참고로, 참가자 중 남성분들만) 차가운 물에 풍~덩하고 빠지며 수영을 한다. 물론, 나는 그 짓을 (영하 날씨에 호숫가에 풍덩하고 빠지는 것) 절대 하지 않는다.
추위도 무지 타지만 새해아침에는 느긋하게 늦잠을 자야 하고, '해돋이'등의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 주로, 집안행사는 새해가 오기 전에 끝낸다. 새해첫날은 집에서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런데.. 새해 아침부터 시어머니집으로 갔다.
새해첫날, 일찍 일어난 적도 없지만 이른 시간부터 서둘러 시어머니집에 간 적도 없다. 며느리가 이토록 부지런을 떨 만큼 효부도 아니다. 새해엔 시어머님께 헌신. 봉사' 이런 식의 무슨 각오라도 한 것도 아니다.
이유라면, 시어머니와 '떡국'을 해 먹기로 했다. 새해첫날은 각자 보내다 보니, 떡국 먹는 행사는 며칠이 지난 후다. 이번에는 새해 아침에 떡국을 먹게 되었다.
며칠 전부터 어머니가 떡국 세 봉지를 사 두었다고 나에게 알려주었다. 그 뜻은 새해아침에 "꼭 떡국이 먹고 싶어~'라는 뜻이다. 시어머니와 나는 떡국을 좋아한다. 그래서 평소에도 떡국을 자주 해 먹는다.
시어머니와 삐걱대는 것들이 있는데 '떡국을 좋아하는 것'은 찰떡궁합처럼 맞다. 한두 가지라도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그것도 '시어머니와의 돈독한 관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 엄마의 아들은 좀 이상하다. 그 남자(남편)는 떡국을 너무 싫어한다. 새해가 되면 죽을 인상을 쓰고 '한 번은 먹는다!' 하며 어쩔 수 없이 먹는다. 그런 사람과 먹는 떡국은 체하지 않으면 다행일정도다.
다행히도(?) 그는 오늘 특근이다. 일을 가야 하는 날이다. '난 카지노 게임 싫어!(혹시 카지노 게임 해 줄까 봐), 엄마와 둘이 먹어!'라고 미리 속내를 드러냈다. 혹시.. 카지노 게임 먹을까 봐, 특근하는 거 아냐?.. 그런 생각도 들 정도다.
그래서 어머니와 나, 단둘이다. 아, 옆집 이모님도 새해 떡국 밥상에 조인하셨다. (참고로, 이모님도 조금은 그 남자처럼, '떡국 싫어!' 취향이다.) 하지만 훨씬 어른이시다. 며느리의 성의를 생각한다. 기꺼이 '며느리떡국'을 맛있게 드신다.
어머니는 후루룩~ 쩝 쩝~음~ 맛있어~'하며 아주 행복해하신다. 세상에도 없는 맛난 음식을 드시는 것 같다. 나도 기분이 좋다. 맞아.. 음식이란 저렇게 먹는 거라고.
한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과 먹을 땐 맛이 배가 된다. 즐거움이 양념처럼 잘 섞여 입맛도, 기분도 좋아진다. 어머님은 아예 내 그릇의 두 배가 되는 양의 떡국을 드셨다. 물론, 나도.. 떡국 곱빼기다. 그 시어머니의 그 며느리다.
아무래도 새해엔 어머니와 단둘이 떡국을 먹어야 될 것 같다. 음.. 뭐랄까.. 떡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새해 떡국 먹기 행사' 같은 것을 만드는 것 어떨까?. 지인들 중의 떡국을 좋아하는 분들을 모아 모아서 말이다.
미시간 호수에 몸을 던지는 '수영행사'보다 나에겐 '새해 떡국 먹기 행사'가 훨씬 좋을 듯싶다. 시어머니를 대표로 모시고, 나는 떡국을 끓이는 가사 도우미.. 그러니까 뭐 총무정도로 하면 될 것 같다.
작년에 좀 삐지고 한 사소한 일들을 잊고, 시어머니와 새로운 시작에는 오붓한 '떡국밥상' 만한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