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딱 하루, 속아주는 날
캠퍼스를 걷다 보면 가끔 현실감이 흐려질 때가 있다.
특히 매년 4월 1일
그날만 되면 풍경이 살짝 비틀어진다.
누가 봐도 대학생인 친구들이
제각각 교복을 입고 다니며
강의실 앞에서 우스운 공지를 붙이기도 하고
고등학생인 척 연기를 하기도 한다.
모두가 알면서 속는
만우절의 장난이다.
나는 대학교에서 일한다.
여러 부서를 거쳐 일하며 수많은 학기를 보냈고
이제는 캠퍼스 풍경쯤은 익숙하다고 생각했지만
이 만우절만큼은 매번 낯설다.
그리고 그 낯섦이 싫지 않다.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된다.
왜 학생들은 해마다 같은 장난을 반복할까?
알면서도 속아주는 일
그 수고스러운 준비와 연기
대가도 없는 장난.
굳이 교복을 꺼내 입고
가짜 공지까지 만들면서
왜 이 하루를 그렇게 열심히 꾸미는 걸까?
아마도 그건
“진짜인 척하는 거짓”이 허락되는 하루이기 때문일지도 카지노 쿠폰다.
평소엔
출석을 채우고, 결과를 내고, 근거를 대야 하는
진짜만 살아남는 세계에서
딱 하루만큼은
거짓을 거짓이라 말하지 않아도 되는 날
모두가 알고 있으면서도 속아주고
속으면서도 웃는 날
그래서 만우절의 장난은
단순한 유치함이 아니라
조용한 연대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함께 꾸며내는 가벼운 연극
그 안에서 잠깐의 자유를 누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일
올해도 나는 그 장난을 지켜보며
속은 척을 했다.
아마 내년에도, 그다음 해에도 그럴 것이다.
누군가는 복도 한가운데서
친구 이름표를 붙이고 돌아다녔고
어떤 학생은 삼삼오오 모여
교복 셀카를 찍으며 깔깔 웃고 있었다.
나는 그 풍경을 멀찍이서 바라보다가
혼자 피식 웃었다.
속아도 좋고 들켜도 좋은 장난
그 하루가 있어
캠퍼스는 매년 4월 1일, 조금 더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