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깨진 병 조각 목에 걸려
나오지도 않고, 내려가지도 않고
어쩌란 말이냐 어쩌란 말이냐
핏물 바짝 말라
숨이 턱 막히는 이 밤
네가 죽일 놈인지
내가 나쁜 놈인지
너는 나를 탓하겠지
나는 너를 미워하겠지
너라는 뾰족한 조각
목에 턱 걸려
말 한마디 삼키지도 못하고
눈물로 겨우 숨 쉬네
모가지 꽉 눌러 부셔 넘겨
똥으로 만들어 버리면 좋으련만
날카로운 고통은 전류로 흐르고
가슴속엔 답 없는 메아리만 울리네
얽힌 운명 속
원수 같은 놈
원수 같은 년
이래서 뭐 하리
그래서 뭐 하리
나만 괴롭네
나만 힘드네
찢어진 상처
내 탓 네 탓 떠들어 뭣하리
이제 그만하자
이제 그만두자
푸른 하늘 보이는 세상으로 가자
푸른 숲 보이는 세계로 나가자
어리석은 마음
깨진 병 움켜쥔 못난 손 벌려
쓸데없는 희망
숨 막히는 절망
어둠으로고통 비추는 거울
깨 버리고
괴로움 깊은 이 밤
세상 밖으로 눈 돌려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