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방식
아침 기온이 16도가 되던 봄날,
주말이라 늦잠이란 사치를 부리고서흐느적거리며 브런치를 먹겠다며 외출을 한다. 시험준비로 마음이 바쁜 첫째는 집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우겠다고 했고, 둘째와 우리 부부는 카페로 향했다.
볕이 잘 드는 창이 선명하게 보이는,
그늘진 곳에 자리 잡고 스테이크, 피자, 리조토를 주문했다. 먹는 내내 김치를 떠올렸지만 하나도 남김없이 싹싹 긁어서 먹었다.
의식의 개입 없이 입이 움직이는 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수다가 이어진다.어쩌다 회사 내 승진에 대한 에피소드까지 흘러갔다. 인사평가에서 1순위였던 사람이 2, 3순위에게 밀려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것. 심사 기준이란 게 있지만 때마다, 위원마다 달라지는 거라서 결과에 만족하는 자는 승진자뿐이라고 했다.
맥락 없는 대화가 계속되었다.'제사' 때 지방에 쓰는 '현고학생부군신위'카지노 게임 '학생' 대신 관직명을 쓸 수 있을 만큼은승진해야 한다는 한 공무원의 말에 황당해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둘째가
"아빠 제사 때는 뭐 해줄까?"하고 묻는다.
홍동백서, 조율이시, 어동육서는 나도 알지 못하기에
"그냥 네가 먹고 싶은 걸로 해."라고 한다.
이어 엄마에게 물었고 아내는
"바닐라라떼!"라며 웃었다.
"아니, 그때 바닐라라떼는 없을지도 모르니 다른 걸로 해요."
"그럼 바바나 우유에 샷 추가! 아빠도 데려갈 테니 두 잔!"
"응. 그럼 음악은 뭘로 해?"
"남돌(남자 아이돌) 노래로. 하하하."
"아빠도 아이돌?"
"아니. 나는 옛날 노래로 8090 정도면 좋겠어."
예전에 같이 보았던 영화 코코(Coco)가 떠올랐다. 멕시코에는 1년에 한 번 죽은 자의 날이 있어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나는 축제가 펼쳐진다고 했던가.우리도 사람마다 다른 죽은 날이 아니라 특정한 날을 정해서 함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그럼 엄마랑 아빠제사는언제 지낼까?"
"우리는 (나라카지노 게임 별도로 죽은 자의 날을 만들 가능성이 없으니) 생일에 하자. 1년에 두 번. 아빠 생일, 엄마 생일."
"세상을 카지노 게임 날 말고 세상에 왔던 날로! 예수님과 부처님처럼. 하하하."
나와 아내의 죽음또한 우리의 대화처럼 뜬금없이 닥쳐올 것이다.자녀들과 이별할 그때도'제사'라는 게 유지되고있을지 모르겠다.아마도 나는 부모님의 기일에 제사를 지낼 테지만,나의 아이들이살아서도 잘하지 않던 음식을 만들고 침묵 속에서 엎드려 절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1년에 한 번이라도,
어느 날 시간을 내어 아빠와 엄마를 떠올리며
함께 한 시간을 추억한다면
그 방식이야 어떠하든 눈부시게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