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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인사이트 10시간전

가장 작고도 확실한 선의인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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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때 살았던 아파트 라인에서 내가 어디 사는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왜냐하면 엘리베이터에 타는 사람들 모두에게 인사하는 인사 요정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이니 ‘요정’이라는 단어는 너그럽게 눈감아주길 바란다)인사를 하게 된 계기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엄마가 시켜서 시작했을 거다. 하지만 나중에는 인사하는 재미에 빠져, 같이 엘리베이터 타는 어른들에게 말 걸고 싶어 안달 났던 기억이 있다.

“안녕하세요!” 하고 당차게 인사를 하면 어른들은 꼭 “어디 가니?”, “어디서 오니?” 같은 질문을 던졌고, 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어딜 가며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잘조잘 떠들었다. 덕분에 같은 라인에 사는 아줌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 내가 몇 층 몇 호에 사는지, 아침마다 줄넘기나 배드민턴 수업에 가고 오후엔 공부방에 가는 어린이라는 걸 알았다.

그런 기억 덕분인지, 나는 인사를 건네는 일이 부끄럽거나 어려운 사람이 아니었다. 중고등학교에 올라가서도 선생님, 경비 아저씨, 새로 이사 간 아파트 사람들과도 인사를 주고받으며 다녔고,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 대부분은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 인연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인사를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점점 불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릴 적엔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던 일이 어쩐지 조심스러워졌고, 인사를 받아주는 이의 반응이 무심하거나 어색하면 내가 괜히 민망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저 사람이 나를 이상하게 보지는 않을까?” 같은 쓸데없는 걱정을 먼저 하게 된 것이.


특히 독립해서 살기 시작하면서부터 인사를 둘러싼 경계는 더 또렷해졌다. 자주 이사를 하다 보니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게 되고, 복도나 엘리베이터에서 누군가 마주쳐도 ‘괜히 나를 수상한 사람이라고 오해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서로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것도 피곤한 일이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도 어딘가 쓸쓸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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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하는 곳 근처에 있는 카페 한 곳을 자주 가게 된다.

물론 커피와 디저트 모두 맛있지만, 이유 중 6할 정도는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분들 덕분이다. 빨리빨리 치고 빠지는 테이크아웃 커피숍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손님 한 명 한 명을 진심으로 대해주는 그곳은 낯설 만큼 따뜻하다. 이름을 불러주고, 눈을 마주치며 음료를 건네는 그 짧은 순간이 하루에 작은 온기를 남긴다.

뭘 마실지 어려워하는 사람에게 취향을 살펴 가며 추천해 주는 모습은, 나도 누군가에게 그렇게 안부와 친절을 건네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준다. 그리고 인사를 잘하고 다녔던 어린 시절을 떠올리며, 나도 다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용기가 생긴다.


그래서 일하는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나누기 시작했다. 오며 가며 눈인사를 주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지만, 그 짧은 인사가 남긴 기분 좋은 잔상이 생각보다 오래갔다. 마주칠 때마다 눈을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 어색한 침묵 대신 웃으며 건네는 한마디가 하루를 조금 덜 무겁게 만들어주는 기분이었다.


인사 한마디, 미소 하나가 사실은 가장 작고도 확실한 선의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다시 인사를 건네고 싶다. 우리가 서로를 잘 모르더라도, 아무 사이가 아닐지라도. 엘리베이터 안의 짧은 침묵 속에서, 이름을 알게 된 카페에서, 스쳐 지나치는 거리에서도. “안녕하세요”라는 말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외롭게 만들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믿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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