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차:3.11. 화요일. 비, 뇌우 동반
Carcaboso ~ Plasencia ~Aldeanueva del Camino 0km, 누적 거리 414km
난 카지노 쿠폰가 아니다. 순례길을 걷기 위해 집을 나서 먼 이곳까지 왔다. 어떤 경우라도 본래의 목적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게 내 세 번째 카미노의 기본원칙이다. 물론 아주 특별한 경우는 예외로 할 수 있다는 융통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 오늘이 그 특별한 날이다.
비가 오는 중에 카지노 쿠폰에서 나와 바르에 들어갔다. 때마침 TV에서는 스페인 전역에 계속되는 비 소식이 전해진다. 1972년 이래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며 마드리드 시가지가 침수되는 등 피해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핸드폰 초기 화면에 뜨는 지역 기상은 더 심각했다. 우리가 가야 할 지역에 뇌우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보다. 주간 기상을 확인해도 연일 비 그림만 떠 있다. 해나 구름을 나타내는 그림은 단 하나도 없다. 지난 2주간 맑은 날은 단 이틀,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이 거의 없다.
위험을 감수하고 까미노를 걸을 것인가, 아니면 카지노 쿠폰라도 타고 다음 행선지까지 이동할 것인가. 커피를 마시며 일행 셋(루이스, 로리아노, 저자)이 의논을 했다. 두 사람은 내가 감기 기운이 있으니 나를 위해서라도 카지노 쿠폰를 타자는 의견들이었다. 굳이 나 때문이라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해도 이미 카지노 쿠폰를 타자고 결론을 내린 거라고 그렇게 하자고 한다. 마침 바르에 와 있던 알베르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카지노 쿠폰는 20분만 기다리면 온다고 한다. 다만 우리가 가려는 Aldeanueva del Camino까지 가려면 Plasencia라는 도시에서 카지노 쿠폰를 갈아타야 한단다.
※ Carcaboso에서 Plasencia 33km
Plasencia에서 Aldeanueva del Camino 16km, 총 49km
카지노 쿠폰를 타니 불과 20여 분 만에 Plasencia에 도착했다. 우리가 갈아타야 할 카지노 쿠폰는 구글 지도에서 확인한 대로 10:40에 있단다. 터미널에서 사용 가능한 와이파이 네트워크 'Estacion Plasencia'가 잡혀서 안내 직원에게 물어봤더니 "위피 노"라고만 한다. 무려 두 시간을 터미널에서 하릴없이 커피 한 잔을 놓고보내야 했다. 다시 카지노 쿠폰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코스타리카 친구들 셋이서 우리가 타고 온 카지노 쿠폰를 타려고 기다리는 게 아닌가. 우리가 어제 조금만 걸어서 그들보다 뒤처졌던 모양이다. 그들도 오늘은 안 되겠다고 내내 기다려서 카지노 쿠폰를 타기로 했다는 것이다. 카지노 쿠폰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그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 생각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부제 카지노 쿠폰를 갔더니 아무런 안내 문구조차 없이 문이 걸려 있다. 하는 수 없이 다른 사설 카지노 쿠폰를 찾아들었다. 14유로에 수건 대여료 1유로, 그래도 와이파이가 잘 되고 시트 등침구가 깨끗해 만족이다.
카미노 거리로 치면 Carcaboso에서 Aldeanueva del Camino까지 37.82km를 건너뛴 셈이다. 앞으로는 오늘과 같은 날이 없기를 바라며 침대에 누워 모처럼 휴대폰만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