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세이 《파워 J가 중년을 건너가는 법》 중에서
- 《파워 J가 중년을 건너가는 법》
2장 카지노 쿠폰 실패를 끌어안는 습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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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을 쓸 때마다 반복해서 쓰는 문장이 있다. "나는 이십 대에 문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할 때만 해도 자연스레 비슷한 분야로 나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는 문장이다. 왜일까? 나는 왜 이 문장을 반복해 쓰면서 그곳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여러 지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다중지능 이론'을 창시한 미국의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인간에게 9가지 지능이 있다고 제시한다.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의 경우 여러 지능 중에서도 특정 영역의 지능이 우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십 대에 문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해오며 '언어지능'이 내가 가진 강점이자 재능 중의 하나라고 여겼다. 하지만 결혼 후에 직면한 경제적인 빈곤 앞에서 돈이냐, 문학이냐를 놓고 마음의 시소를 탔다. 문학은 배고픈 길로 보였고, 자영업은 어느 순간 홈런 한 방을 날리면 인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대와 달리 성공을 이루지 못했고 세월만 흘려보내고 문학으로 돌아와 관련 분야의 초년생이 되었다.
이렇게 다시 돌아오기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몸이 멀어지면 카지노 쿠폰도 멀어진다고 까맣게 잊는 날이 많았다. 그런 나를 일깨우듯, 우연한 계기로 코칭을 배우며 내 카지노 쿠폰속에 잠재해 있던 불씨 하나가 살아났다. 코칭 과정에서 '다중지능 이론' 진단 검사를 통해 '언어지능'이 나의 강점이었다는 걸 다시금 인지한 것이다. 나에게 언어지능은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아리아드네의 실'과도 같은 것이었다. ‘아리아드네의 실은' 영웅 테세우스가 크레타섬의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물리치기 위해 동굴로 들어가 미로 속에서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나는 동굴 속 미로처럼 세상 속에서 방향을 잃고 길을 헤매다가 운명이 건네는 '실'을 붙잡고 자신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선뜻 발걸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머뭇거림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충격과 공포가 고착된 생각을 뒤흔들며 행동을 촉구했다.
카지노 쿠폰의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돌아오고 나니, 관련 분야에서 언어지능을 발휘하며 일을 지속해 왔다면 어땠을까 질문이 맴돌았다. 그도 아니면 좀 더 빨리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더라면 시간이 절약되었을 것 같았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흔히들 위로하는 말도 힘이 되지 않았다. 어쩌면 선택의 순간이 여러 번 찾아왔는데도 돌아볼 카지노 쿠폰의 여유를 갖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이 길은 너의 길이 아니야, 이제는 돌아가야 해.'
카지노 쿠폰의 소리를 애써 무시했던 찰나의 순간들이 떠올랐다. 불안을 억누르며 갈 데까지 가본 후에야 발길을 돌리고 후회하는 자신이 알타까웠다. 이 길이 아니었다고 인정하기엔 지나온 시간이 헛헛했고 이렇게 돌아가는 길도 괜찮다고 받아들이기엔 카지노 쿠폰이 개운치 않았다.
"나는 이십 대에 문학을 전공하고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할 때만 해도 자연스레 비슷한 분야로 나갈 것으로 예상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는 문장만 던져놓은 채 풀어내지 못하고 외면하는 가슴 한구석에 애꿎은 카지노 쿠폰만 내려앉았다.
그래서인지 나는 과거로 돌아가 어느 시점에서 다시 살아보고 싶냐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이 싫었다. 그런 순간마다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답을 회피했다. 지나고 보면 다 쓸모 있는 시간이었다고 위로하면서도 애초부터 이 길을 걸어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아서였다. 이제 막 출발선상에 올라선 나와 달리 반환점을 돌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부러운 카지노 쿠폰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십 대에 문학을 전공하고 전공 관련 분야에서 일을 할 때만 해도 나는 자신감으로 충만해 있었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며 어떤 과목이든 재미와 흥미를 느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 전공을 살려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글을 쓰며 돈을 버는 일에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데 당연히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던 길의 이정표를 지나쳐 샛길로 빠져버렸다. 물질적인 성공을 빨리 이루고 여유롭게 글을 쓰려고 했던 바람은 한낱 신기루와도 같은 꿈이었다.
그때는 샛길이라고 믿었던 길에서 너무 멀리 떠나온 후에야 깨달았다. 되돌릴 수 없는 세월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굳어버린 카지노 쿠폰으로 가슴속에 굳어진 것이다. 무심한 척, 괜찮은 척, 묻어두었던 삶의 한 문장을 끄집어내어 마주하며 소화되지 않은 듯 답답했던 가슴 한구석이 후련해진다. 이제야 나는 그 문장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날들이 한 해 한 해 지속될수록 마음속에 자리했던 후회와 아쉬움이 누그러지는 걸 느낀다. 그곳에 충만함이 자리하며 굳어버린 카지노 쿠폰을 녹여낼 것이다. (p.90-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