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카지노 게임은 좀 익숙해지셨나요?
PT 받으면서 근육통 다음으로 힘들었던 것은 식단 관리였다. 상담받을 때 다이어트 목적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선생님께서는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선생님께서 제안하신 카지노 게임은 딱 이거였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정말 귀가 닳도록 들은 균형 잡힌 카지노 게임이었다. 물론 제대로 지켜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원래 인스턴트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두어 번 정도 치킨이나 피자를 즐기던 삶이었다. 퇴사 직전 두 달 정도는 초콜릿을 입에 달고 살았고.
어쨌든 카지노 게임을 하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튀김 같은 나쁜 지방과 당이 높은 과일 간식 제한이었다. 그리고 식사량을 줄이는 것도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푸는 폭식 습관을 고쳐야 했다.
처음에는 맛있는 음식 제한 때문에 스트레스가 심했다. 마음도 울적한데 맛있는 것으로 풀 수조차 없다니. 그래서 같은 것을 먹어도 모양이라도 예쁘게 하자는 원칙을 세웠다. 바쁘다 보니 매 끼니는 어려웠지만, 가끔 예쁘고 깔끔하게 차려진 한 끼의 식사를 손수 차려 먹으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다이소에서 테이블 매트도 사고, 선생님께 보낼 카지노 게임 사진도 예쁘게 항공샷으로 찍으니 더 나를 돌보는 느낌이 들었다.
아, 이런 기분인 걸까. 나를 돌본다는 것은. 그동안 가족들에게 밥을 차려주고 그런 김에 내 것도 차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오직 나만을 위한 식단을 꾸리니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오로지 나만을 위한 건강한 한 끼. 나를 사랑해주고 돌본다는 충만감에 왠지 울컥하는 날들도 있었다. 그렇게 식단 관리는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에서 내가 나를 사랑하는 일 중 하나가 되었다.
예쁘게 차려 먹기를 실천하며 식단 관리를 매일 해냈더니 어느새 2주가 지나 있었다.
“카지노 게임은 좀 익숙해지셨나요?”
선생님께 이 질문을 듣는 시점에는 놀랍게도 카지노 게임에 익숙해져 있었다. 예쁘게 차려 먹기를 한 것이 효과가 있었다. 때마침 카지노 게임과 운동을 병행하며 체지방이 4kg이나 빠졌을 때라서 한참 성취감에 고취된 상태였다. 지루한 과정을 나름의 방식으로 견디고 나니 눈에 보이는 결과가 있었다.
어쩌면 고통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고통 속에서도 나만의 방식을 찾는 것, 나를 돌본다는 감각을 입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