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저리 BOOK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이엠 저리킴 Apr 25. 2025

안녕, 플루토!

창작 숏편 소설 #01

카지노 게임

글을 올리기에 앞서 이 글을 쓰게 된 배경부터 잠깐 설명하려고 합니다. 스레드에서 열린 OOO배 문예 경연 대회가 열렸고, 위 이미지를 보고 떠오르는 글(2000~3500자)과 시를 공모하는 이벤트였습니다. 그림을 보는 순간 나는 태양계에서 최종 탈락한 명왕성의 빈자리를 떠올렸습니다. 그래서 바로 글쓰기에 돌입하여 응모하였으나 결과는 최종 탈락하였습니다. 하지만 처음 써본 초단편 소설이라 아쉬운 마음에 제 마음의 고향인 브런치에 한 번 올려봅니다.




수 금 지 화 목 토 천 해 (명)


2006년 8월 24일 국제천문연맹은 명왕성(Pluto)을 공식적으로 왜소 행성으로 분류하며 태양계 행성의 지위를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이제 태양계의 가장 끝에 있던 천덕꾸러기 명왕성은 소행성번호 134340이라는 이름으로 남은 날을 살아가야만 한다.


‘명왕성은 자기가 태양계로부터 버림받은 사실을 알고 있을까…’


준호는 명왕성의 태양계 행성 지위 박탈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에 며칠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준호는 천체에 관심이 많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명왕성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단한 천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과학책을 찾아보며 아무리 읽어봐도 그 방대한 자료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준호가 명왕성에 대해 애정을 갖기 시작한 건 자신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지구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어떤 물질로 구성이 되어 있는지, 생물이 살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하는 구체적 사실들 보다는 그저 명왕성의 다양한 사진들을 넋을 놓고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명왕성의 사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준호는 그 어떤 것보다 안정감과 평온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카지노 게임의 어린 시절 부모님의 싸움은 일상이었다. 아빠는 늘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술에 취해 들어왔고, 그런 아빠를 기다리는 엄마는 언제나 화가 나 있었다. 아빠의 귀가와 함께 어김없이 전쟁은 시작되었고, 아빠가 유난히 많이 취했던 날에는 말싸움으로 끝나지 않은 적도 많았다.


그렇게 준호가 8살이 되던 해 부모님은 결국 이혼을 선택했고, 카지노 게임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의 집에서 살게 되었다. 이혼 후 준호의 아빠는 연락이 끊겼고, 엄마는 매일 소주와 함께 눈물 속에서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입원을 했고, 고작 두 달 만에 하늘나라로 떠나버렸다.


카지노 게임 고작 초등학교 3학년, 10살의 나이에 부모님 모두와 헤어지게 되었다. 외할머니 혼자서 다 큰 아이를 키우기에는 버겁다는 판단에 카지노 게임 가까이에 사는 외삼촌의 집에서 지내기로 했다. 외삼촌의 집에는 형과 누나들이 있었고, 준호의 등장으로 인해 누나들은 졸지에 한방에서 지내야 했다. 그래서였을까? 누나들은 준호를 볼 때마다 심술궂은 표정을 지었다. 딱히 나쁜 말을 하거나 괴롭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자신을 반기지 않는다는 것쯤은 준호도 쉽게 알 수 있었다.


대학생인 형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 전혀 친해질 기회가 없었고, 무뚝뚝한 외삼촌과 그에 못지않게 과묵한 외숙모는 꼭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지노 게임 오히려 좋다고 생각했다. 매일 밤 싸우시던 준호의 부모님과는 달리 집에서 큰 소리가 나는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외삼촌의 집에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었다. 소설책, 동화책, 그림 백과사전 전집 등 거실 한편이 전부 책으로 덮일 만큼의 방대한 양이었다. 카지노 게임 부모님과 함께 살 때에도, 엄마와 함께 외할머니 댁에서 살 때도 책이 별로 없었다. 가정형편이 어려웠던 것은 물론 카지노 게임도 뭔가 사달라고 졸라 본 적이 없었다. 그런 카지노 게임에게 이 많은 책들은 그야말로 축복이었다. 조용한 집에서 책을 읽는 그 시간은 카지노 게임에게는 꿈같은 시간이었다.


준호는 특히 과학을 좋아했기에 틈만 나면 과학 관련 백과사전을 읽었다. 그러다 준호는 우연히 명왕성에 대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명왕성은 태양계의 맨 마지막에 있는 행성이었고, 다른 행성과는 달리 조금 특이한 궤도로 돌고 있는 아주 조그마한 행성이었다. 준호는 자신의 처지와 많은 부분 닮아 있는 명왕성이 그저 좋았다.


그런 명왕성이 태양계로부터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욱 명왕성에 대한 애착이 깊어졌다. 명왕성은 단지 태양계의 행성 지위를 박탈당한 것이지 어디로 사라지거나 변한 것 없이 늘 그 자리에 있다. 사람들이 그것을 명왕성이라 부르던, 소행성번호 134340이라고 부르던 그런 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준호의 마음속에서 명왕성은 단순히 멀리에 있는 얼음 덩어리가 아니라, 광활한 우주를 홀로 떠도는 유배자이자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존재 그 자체였다.



그렇게 점점 명왕성에 대한 애정이 깊어 갈 때쯤 준호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뉴호라이즌스 우주선이 촬영한 최신 명왕성 사진에 톰보지역(Tombaugh Regio)이라고 부르는 하트 모양의 지형이 발견된 것이다. 그 하트모양의 톰보지역은 준호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태양계로부터 버림을 받았지만, 너는 여전히 마음에 하트를 담고 있구나.” 준호는 명왕성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따뜻한 마음으로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깨달음은 준호에게 연약하지만 고집스러운 희망을 심어주었다. 어디에선가 밀려난다는 것이 끝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구나..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기는커녕 따뜻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구나..


그날 이후 준호는 명왕성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편지에는 자신의 삶, 학교와 집에서의 외로움과 고된 일상, 잠 못 이루기 어려운 밤들에 대한 우울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가 하면, 밤하늘에서 새롭게 찾아낸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나 시험에서 조금은 성적이 올랐던 이야기 등의 소소한 행복들도 함께 기록했다.


그렇게 더 나이가 들어 고등학생이 되면서 준호는 천문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미 알려진 별이 아닌 자신과 명왕성처럼 외롭고 소외된 행성들이 외면당하지 않도록 따뜻하게 보듬어 주는 연구를 하고 싶었다. 그 순간부터 준호는 미친 듯이 공부를 했다. 좋은 대학에서 좋은 연구를 하기 위한 동기부여가 생기자 준호의 성적은 놀라울 만큼 올라갔고 마침내 한국 대학 천문우주학과에 장학금을 받으며 입학하게 되었다.


대학의 마지막 여름밤, 카지노 게임 새로운 우주 탐사선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연구팀에 합류했다. 그는 최신 전송 데이터를 탐색하던 중 문득 멈춰 섰다. 쉴 새 없이 지나가는 데이터 홍수 속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미지가 준호의 눈앞에 나타났다. 조용히 눈을 감았다 뜬 준호의 눈앞에는 어둠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는 하트 모양의 평원이 펼쳐져 있었다. 카지노 게임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삼키며, 모니터에 손을 대며 작게 속삭였다.


“내가 결국 약속을 지켰어. 플루토. 만나서 반가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