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제로투원을 읽다.
이 글의 BGM으로는 에스파의 <Whiplash를 권합니다.
집중해 좀 더 Think fast
이유 넌 이해 못 해
왜 이제야 Know I did that
Day 1 know I been bad
- Whiplash 中
'제로투원'이라는 개념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프로덕트 매니저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당시 취업을 준비하는데 0에서 1을 만들어야 한다는 개념이 크게 와닿진 않았다. 오히려 부담스럽기도 하고, 그런 건 오너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고도화할지 역기획 하거나, A/B 테스트를 설계하는 부분에 더 관심이 갔다.
첫 취업을 준비하던 나는 어느새 시간이 흘러 신사업을 주도하는 5년 차 프로덕트 매니저가 되었다.
그동안 신사업을 안 해본 건 아니었지만, 정말 제품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만들고 하나의 사업이 시작될 수 있도록 여러 유관부서와 협업하며 이끌어간 경험은 처음이었다. 간접 창업을 한 기분이랄까.
책 <제로투원은 현재 참여하고 있는 트레바리 기획자들의 모임에서 해당 책이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0에서 1'을 만든다는 이 책과 개념을 나는 5년이 흐른 이제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지금은 제로투원에 관심 없거나 온전히 이해되지 않더라도, 언젠간 우리는 모두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을 겪게 될 테니 한 번쯤 읽어보셔도 괜찮겠다. 현재의 내 시점에서 가장 와닿았던 3가지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책에서는 저자가 공동창업한 페이팔에 대한 예시가 많이 나온다. 페이팔에서는 이베이의 대량 거래를 주도하는 '파워셀러'에게 집중한 결과, 3개월만에 파워셀러 25%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는 예시와 함께 이베이 역시도 봉제인형 셀러들부터 타깃 하면서 경매 시장을 확대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이 대목을 읽자마자 나도 내가 맡은 신사업의 '파워셀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은 출시했을 때, 고객들에게 안정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데에만 시간을 쓰고 있었는데 이 시장에서 가장 핵심 고객은 누구인지를 리스트업 해서 직접 컨택해 볼 생각은 못하고 있었다.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전략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배움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최소기능제품'은 방법론일 뿐, 디자인(기존과는 다름을 설계)과 유통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것이 흥미로웠다. 10배의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 기능을 작게 카지노 게임하는 게 아니라, 작은 시장에서 기존과는 다른 디자인으로 하나씩 승부를 봐야 한다는 전체적 맥락이 인상 깊었다.
'페이팔 마피아'
페이팔 출신 창업자들이 엑싯 이후 안락한 삶 대신 또다시 창업과 벤처투자를 도전하면서 혁신을 일으키고, 끈끈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성장을 하는 모습을 마피아에 빗댄 용어.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보상이나 조직관리에 대해 언급한 부분도 의외였다. 사무실을 그저 직업적 관점으로만 보고 여긴다면 '우리의 가장 소중한 자산인 카지노 게임을 잘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는 시선이 공감되었다.
책에서 말한 것처럼 구성원들이 R&R을 벗어나 '모두가 팔아야 한다'는 대목이 현실 가능성 있으려면, 반대로 직업적 관점을 넘어 업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필요한 인재'라는 연결고리가 기억에 많이 남았다. 구성원들이 오너쉽을 갖고 임할 수 있게 저자는 '한 명당 한 가지 책임'으로 풀어낸다고 한다.
선장이 아무리 좋은 방향을 찾고 전략을 세워도, 선원들이 100%의 힘을 발휘하지 않고 칼 같이 일정 카지노 게임에만 노를 젓는다면 파도의 크기에 따라 배가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집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0에서 1을 만드는 배는 거대한 유람선이 아니라 작은 통통배일 테니까.. 작기 때문에 그만큼 개개인의 오너쉽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적 역량과 성향도 중요하겠지만, 그를 위한 보상과 조직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을 짚고 싶었다.
운에 기대지 말라. 기업가 정신이란 결론을 모르는 상태에서 계속 실험해 보는 것을 말한다.
이번에 신사업을 준비하면서 읽었던 <제로투원의 내용 중 가장 와닿았던 대목. 어찌어찌 시간이 흐른다고 미래라는 우리가 원하는 '결과'도 '성과도' 되지 않는다. 운에 기대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만들어 나가는 노력이 필요했다. 그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도 어떤 결론이 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다. 사실 그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가설을 세우고 그걸 검증하기 위해 노를 저어 가는 연속일 뿐이다. 나는 그걸 배웠다.
곧 런칭될 서비스에 대한 킥오프를 했는데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했다.
0에서 1을 만드는 과정은 그냥 제품 하나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걸 가지고 될 때까지 시도하는 것이라고.
잘 되면 왜 잘 되었는지 어떻게 더 잘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안되면 될 때까지 이 방법 저 방법 해보면서 길을 찾아나갈 거라고. 그래서 당장 제품이 런칭되고 나면 이제 1에서 10의 과정이 아니라, 사실상 0.5에서 1의 수순(?)을 밟을 것이다.
사실 난 이걸 할 준비와 동기부여가 되어 있는데, 함께 할 팀원들에게 이걸 어떻게 진정성있게 설명하고 그들의 동기부여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여전히 고민이다. 이게 내 역할이 맞을까 하는 고민도 들었는데, 절반은 맞는 것 같다.이 얘길 듣고 있던 대표님도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처음부터 잘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계속해서 끌고 나가야 한다고.미팅이 끝나고 다들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했는데, 내가 아닌 누가 맡더라도 0에서 1을 실현하는 제품과 팀은 똑같은 마인드셋을 지녀야 한다. 단지 지금은 그게 나와 우리 팀일 뿐..
누군가 봤을 때 내가 갖는 오너십이 불필요한 오지랖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페이팔 마피아를 떠올린다.결국 지금 이 경험들이 내게 큰 자산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개인의 오너쉽은 카지노 게임고, 이걸 가질 수 있도록 위와 같이 작게 시작해서 독점화할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인재에게 보상해 줄 수 있는 조직을 관리하는 것이 진짜 오너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2025년, 내 브런치에 써 내려갈 이야기는 0에서 1을 만들기 위한 본격적인 고군분투가 담길 것 같다. 직접적인 내용보다는 그걸 끝내고서 '퇴근 후 느끼는 나'의 감정이 아닐까 싶다. 새해라 읽기 좋은 책 소개 겸 짤막한 근황과 함께 구독자 분들께 새해 복 응원을 빌어본다. 모두 건강하고 무탈한 한 해 보내시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