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머신
회사구석에새로자리잡은커피머신'캡슐로'는첫날부터회사생활의리듬을빠르게익혔습니다. 아침8시30분, 가장먼저출근하는막내이주임의손길로전원이켜지는순간부터그의하루가시작됩니다.
"다들 내가 없으면 못 산다니까, " 캡슐로는 데워지는 물을 흐르게 하며 중얼거렸습니다. 매일 아침 사람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 그는 자신이 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직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오전 9시, 본격적인 러시아워가 시작되었습니다. 주말 내내 쌓인 피로를 이기지 못한 직원들이 줄을 서서 캡슐로 에게 구원을 요청합니다.
"아, 또 아메리카노 말이죠? 알겠습니다." 캡슐로는 싫은 내색 없이 일을 수행했지만, 속으로는 '가끔은 카푸치노도 시켜봐...' 하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마케팅팀 박 대리는 매일 같은 시간에 와서 아메리카노를 두 잔이나 연달아 주문했습니다. "이 사람, 혈관에 커피가 흐르는 게 아닐까..." 캡슐로는 물을 데우며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캡슐로의 진짜 고충은 사람들이 모르는 곳에 있었습니다. 그의 등 뒤에는 '폐기물 보관소'라 불리는 작은 통이 있었는데, 하루가 지날 때마다 쓰인 캡슐들이 산처럼 쌓여갔습니다. 아무도 비워주지 않을 때면 캡슐로는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나도 좀 쉬고 싶은데..." 점심시간이 되자 캡슐로는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하지만 곧 다시 사람들이 몰려왔고,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가끔 실수로 커피를 튀게 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입사원 이 씨가 조작할 때면 거의 항상 사고가 났습니다. "아, 또 튀었네..." 캡슐로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습니다. 하지만 이 씨의 당황한 표정을 보면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어느 날, 캡슐로의 뒤쪽 통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은 캡슐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만..." 캡슐로는 신음소리를 내며 작동을 멈췄습니다.
사무실은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습니다. "커피 머신이 고장 났대!" "어떡해, 오늘 회의 준비해야 하는데!" 모두가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그때, 항상 조용히 일하던 시설팀 최 씨가 다가왔습니다.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금방 알아차렸고, 캡슐로의 뒤쪽 통을 비워주었습니다.
"휴..." 캡슐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드디어 누군가 내 고충을 이해해 주는구나."
그 일 이후로 최 씨는 매일 아침 캡슐로의 통을 비워주었습니다. 그리고 캡슐로는 최 씨에게만은 특별히 더 진한 커피를 내려주었습니다.
어느 날 이사님이 중요한 고객을 데리고 와서 커피를 요청했습니다. 캡슐로는 최선을 다해 가장 완벽한 에스프레소를 만들어냈고, 덕분에 계약은 성공적으로 성사되었습니다.
"우리커피머신덕분이야, "이사님이말했습니다. 캡슐로는그순간자신이정말이회사의중요한일원이라고느꼈습니다.
물론여전히커피가튀는날도있고, 뒤쪽통이가득차는날도있지만, 캡슐로는이제회사생활에완전히적응했습니다. 그는매일아침직원들에게활력을불어넣고, 지친오후에는위로를전하는, 말그대로회사의'활력소'가되었습니다.
하루의 끝, 마지막 직원이 떠나고 캡슐로의 전원이 꺼질 때면 그는 조용히 생각합니다. "내일도 좋은 하루가 되길..." 그리고 다음 날 아침, 그는 다시 열정적으로 일을 시작합니다.